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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먹는샘물' 제주삼다수, 420m 지하에서 태어나는 한 병의 기적

한라산 단일수원지 고집, 초당 21병 무균 충진까지 "국내 유일 2년 소비기한의 비밀"

이인영 기자 | liy@newsprime.co.kr | 2025.11.18 21:04:36
[프라임경제] "제주삼다수는 단일 수원지입니다. 물맛이 변하지 않는 이유죠."

11월17일 차가운 바람이 부는 한라산 중산간, 제주개발공사 먹는물연구소 신문주 박사는 제3취수원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차로 굽이진 산길을 10분가량 달리면 나타나는 이곳. 다소 휑한 느낌의 이 부지 아래 약 420m 깊이에서는 31년 동안 현무암층과 화산송이층을 통과하며 자연 정화된 원수가 고요히 흐르고 있다. 이 물은 공장으로 이동한 뒤 사람 손이 닿지 않는 4단계 공정을 거쳐 초당 21병의 속도로 병입된다.

제주삼다수 스마트팩토리 L5 전경. ⓒ 제주삼다수


이날 찾은 제주삼다수 생산기지는 '국내 생수 1위(2025년 1분기 기준 40.4%)'를 좌우하는 경쟁력이 무엇인지, 그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단일 수원지, 오염원 제로, 정밀 관측망, 자체 병 제조, 자동화 스마트팩토리, 인공지능(AI) 기반 지하수 예측 시스템까지. 삼다수의 27년 독주를 만든 것은 유명세가 아니라 '관리의 깊이'였다.

◆"제주의 비 43%가 지하수가 된다"…지리·지질부터 다른 '물의 섬'

"일반적인 생수가 여러 개의 수원지에서 물을 공급받아 맛이 일정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제주삼다수는 취수부터 생산까지 단 하나의 수원지에서만 진행한다. 항상 일관된 물맛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제주삼다수의 물은 한라산 정상부에서 시작된다. 해발 1450m 이상 지역에 내린 빗물은 제주 현무암층 사이로 스며들며 천연 필터링을 거친다. 이 과정만 31년. 칼슘·마그네슘·실리카 등 미네랄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한다.

강윤경 제주개발공사 고객경영팀 주임은 "제주의 평균 강수량은 연 1700~1800㎜지만, 삼다수 생성지인 해발 1450m 이상 지역은 연 5600㎜에 이른다"며 "그 비의 43.5%가 그대로 지하수로 함양된다"고 말했다.

일반 내륙 지역의 지하수 함양률은 14% 안팎이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수치다.

이 환경 덕분에 제주 지하수 저장량은 약 17억5800만톤에 달한다. 하지만 삼다수의 연간 취수 허가량은 이 중 0.09%(165.6만톤)에 불과하다. 실제 사용량은 이보다도 낮아 전체 지하수의 1% 내외만을 쓰고 있다.

강 주임은 "삼다수가 물을 많이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주 내에서는 호텔·골프장이 훨씬 많은 물을 사용한다"며 "취수량은 제주도 지자체가 2년마다 엄격하게 심사해 허가한다"고 강조했다.

◆제3취수원 "삼각형 단일수맥…물맛 변하지 않는다"

제3취수원은 2023년 준공된 신설 취수지다. 기존 1·2취수원과 삼각형으로 배치돼 같은 지질·같은 수맥을 공유한다.

제주삼다수 제3취수원 전경. = 이인영 기자


신문주 박사는 "1·2취수원만으로도 생산은 충분하지만, 지하수 수위를 분산시키고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3취수원을 만들었다"며 "모든 취수원이 1㎞ 이내 동일 수맥에 있기 때문에 '단일 수원지' 개념은 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취수원 주변은 외부인의 접근이 철저히 차단된다. 제주개발공사는 축구장 100개 규모의 주변 부지를 직접 매입해 오염원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국립공원 단지 내라 주변에 오염원이 정말 하나도 없다"며 "이 정도 규모로 수원지를 차단하는 생수업체는 삼다수뿐"이라고 말했다.

삼다수는 △113개 감시정 △71개 지하수 관측정 △23개 수자원 관측망을 통해 △수질 △수위 △하류 유출량 △토양오염 가능성을 연중 모니터링한다. 데이터는 AI 기반 '취수원 수자원 통합정보시스템(i-SGMS)'로 수집돼 지하수 변화를 사전에 예측하는 데 활용된다.

◆정수실 '화학 0%'의 물리적 여과…"여과 3단계가 전부"

공장 견학로의 첫 코스는 '정수실'이다. 스테인리스 탱크와 UV 살균램프뿐, 별다른 설비 소음도 없다. 그만큼 공정이 단순하다는 의미다.

지하 420m에서 끌어올린 원수는 '원수 저장탱크'에 보관된다. 삼다수는 먹는샘물로 분류되므로, 인위적인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으며 오직 물리적인 여과 공정만을 거친다. 미세먼지와 미생물을 제거하기 위해 5마이크로미터부터 0.5마이크로미터까지 3단계의 단순 여과 및 자외선(UV) 살균 과정만을 거친다.

정수된 물은 천장 배관을 타고 '제품수 저장탱크'로 이동한 뒤 품질 적합 판정을 받으면 다음 공정으로 넘어간다.

공사 관계자는 "정수실에서 이루어지는 건 여과뿐"이라며"원수 자체가 깨끗하기 때문에 첨가물이나 약품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병·뚜껑까지 '직접 제조'…초당 21병, 사람 없는 클린룸

삼다수 공장의 또 다른 특징은 페트병과 병뚜껑(캡)을 모두 직접 제작한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에서 유일한 자체 생산 방식이며, 외부 이물질 혼입을 원천 차단한다. 

원료인 페트칩은 프리폼 형태로 제작되는데, △90~110℃ 가열 △금형 투입 △압력 성형
과정을 거쳐 병의 형태를 갖춘다. 외부 조달 과정이 없기에 오염 가능성은 원천 차단된다. 제조된 병은 살균 세척과 이물질 검사까지 마치고 클린룸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는 △충전 △밀봉 △정량 검사 △병뚜껑 결합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로 처리한다. 내부 대기질은 Class 1000 기준으로 통제된다.

제주삼다수 공정 이미지. ⓒ 제주삼다수


생산 속도는 초당 21병, 시간당 7만6000병. 라벨 없는 '무라벨' 제품도 이곳에서 함께 나온다. 현재는 라벨 60%, 무라벨 40% 비율이지만, 공사 측은 "정책만 시행되면 100% 무라벨 전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설비 모니터링 화면에는 충진 압력·온도·밀봉 강도 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이상 신호가 감지될 때만 직원이 투입된다. 사실상 '사람이 없는 공장'에 가까운 구조다.

◆국내 유일 '소비기한 2년' 생수…28년간 행정처분 '0건'

삼다수는 국내 생수 브랜드 중 유일하게 소비기한 2년을 인정받았다. 2년간 품질 변화가 없어야 받을 수 있는 까다로운 기준이다.

공사 관계자는 "국내 브랜드 중 2년 인증을 받은 곳은 삼다수뿐"이라며 "일반 민간기업은 시설·공정 특성상 장기 보관 시험을 통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삼다수는 출시 이후 28년간 단 한 번의 행정처분도 없다. 미국 FDA, 일본 후생성 등 국제 수질 검사도 매년 통과하고 있으며, ITI 국제식음료품평회에서는 업계 최초 8년 연속 3스타를 획득했다.

"앞으로도 이 물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환경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가장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것이 제주삼다수의 역할입니다."

제주개발공사는 국내 먹는샘물 브랜드 중 유일하게 '먹는물연구소'를 운영하며, 과학적 분석과 연구를 통해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연구소는 연간 2만회 이상의 수질 검사를 시행하며, 제품 생산 전후 3시간 단위 무작위 수질 분석을 진행하는 등 철저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2021년에는 환경부로부터 국가공인 '먹는물 수질검사기관'으로 지정돼 다른 물까지 검사할 수 있는 공신력을 확보했다.

한편 제주삼다수는 플라스틱 사용량 절감을 위해 전 품종 용기 무게를 약 12% 줄이는 페트병 경량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2027년 완공 예정인 L6 친환경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무라벨 제품과 재생페트 등 친환경 제품 전용 생산라인을 강화하는 등 지속 가능한 경영을 선도하고 있다.

공장 견학로 마지막 코스에 마련된 포토부스. 이곳에선 나만의 삼다수 라벨이 붙은 기념품을 만들 수 있다. = 이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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