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 수소 모빌리티 시장에서 의미 있는 분기점을 만들어냈다.
광둥성 광저우시가 추진한 수소연료전지 도시버스 구매 프로젝트 입찰에서 HTWO 광저우와 중국 카이워그룹이 공동 개발한 8.5m급 수소버스가 종합평가 1위로 선정되며 올 연말까지 총 25대를 공급하게 됐다.
단순한 버스 납품을 넘어 중국 내에서 현대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 기술력이 공공 교통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로 채택된 첫 사례라는데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광저우시는 그간 전기버스 중심의 친환경 전환 정책을 이어왔지만, 장거리 운행·고빈도 운행·고효율 요구가 높은 노선에서는 수소버스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광저우국영버스그룹이 처음으로 대규모 수소버스 도입을 공식화한 사례로, 중국 남부 중심도시의 교통정책이 전기에서 수소로 확장되는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APEC 정상회의와 한중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성사된 첫 실질적 경제협력 성과라는 점에서 외교·산업적 의미도 적지 않다.
이번 수주는 HTWO 광저우의 기술적 신뢰가 결정적 기반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28년간 축적한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최고 수준의 내구성과 효율을 확보해왔고, 이를 중국 현지에서 직접 양산·공급할 수 있는 거점이 바로 HTWO 광저우다.

HTWO 광저우와 카이워그룹이 공동 개발한 8.5m 수소연료전지버스. ⓒ 현대자동차
연내 시스템 누적 공급량이 1000대 이상에 이를 정도로 기술력이 현지 시장에서 꾸준히 검증되고 있었으며, 90㎾급 연료전지 시스템이 상용차·물류차·특장차에서 이미 실증을 끝낸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버스 분야에서도 발전 효율 64%, 최대 576㎞ 주행거리, 5분 충전 같은 지표가 광저우형 수소버스의 요구 조건과 맞아떨어졌다.
현대차그룹의 기술력만으로는 이 성과가 가능하지 않았다. 중국 상용차 기업인 카이워그룹은 현지 시장에서 축적한 생산·개발·운영 역량을 기반으로 HTWO 광저우와 공동 개발을 진행했고, 중국 도시환경 특성을 반영한 차량 설계·내장 구성·편의성 요소를 완성했다.
업계 최초로 적용된 유선형 전면 도어, 1.1m 미만의 짧은 리어오버행, 저상 버스 플랫폼 기반의 6.1m 대형 평면 공간 등은 광저우의 실제 운행 시나리오를 고려해 구현된 설계다. 다시 말해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의 수소기술'과 '중국의 상용차 현지화 능력'이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며, 이는 향후 중국 전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동안 중국 친환경 버스 시장은 전기버스가 절대적 강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배터리 충전 인프라의 한계, 험지·장거리 운영 차량의 효율 문제, 버스 회사들의 운영비 부담 등을 이유로 최근 들어 수소 상용차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광둥성은 풍부한 제조 기반과 강한 정책 의지를 바탕으로 수소산업 육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이번 현대차그룹-카이워그룹 합작 수소버스 도입은 광둥성 수소경제 구조의 첫 실질적 확장으로도 평가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현대차그룹이 중국 내 수소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는 의미로 이어진다.
HTWO 광저우는 현대차그룹이 해외에서 처음 설립한 연료전지 생산 공장이며, 그 자체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수소 전략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단순히 중국향 공급기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중국 기업·지자체와 협력해 현지 생태계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수소버스 공급은 HTWO가 중국 내에서 본격적으로 수소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상징적 신호라고 볼 수 있다. HTWO 광저우 관계자가 "중국의 녹색발전에 기여하고 현지 기업과 공동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한 것 역시 이런 전략적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상용차시장을 보유한 동시에 1단계 전기화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지역이다. 전기버스 도입으로 빠르게 친환경 전환에 성공했지만, 중형 버스·장거리 노선·고빈도 운행차량 영역에서는 전기만으로 대응이 어렵다는 한계를 노출해왔다.
이 공백을 채우는 기술이 바로 수소버스다. 중국 정부도 상용차 중심의 수소 실증 정책을 확대하고 있어, 올해 광저우 50대 공급은 향후 수백~수천대 규모의 시장 확대 가능성을 여는 출발점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의 수소 2기 시장에 공식 진입했다는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중국의 수소전환은 초기 실증 단계를 지나 이제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으며, 버스·트럭 등 상용차 중심의 신규 시장이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수소승용차, 수소트럭, 수소 지게차, 수소발전시스템 등 다층적 생태계를 갖추고 있어 중국 내 수소 공급망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결국 이번 광저우 수소버스 수주는 단일 프로젝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중 정상외교를 계기로 조성된 경제협력 분위기 속에서 실질적 산업협력의 첫 결실이자, 전기에서 수소로 넘어가는 중국 도시교통 체계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이며, 동시에 HTWO 광저우를 중심으로 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수소 전략이 본격적인 확장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다.
중국 수소 상용차 시장의 2막이 열린 지금, 현대차그룹은 기술·생산·현지 협업 역량을 모두 갖춘 몇 안 되는 글로벌 사업자로서 향후 시장 재편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