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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와 투자 문화①] '투자 광풍' 코로나 이후 달라진 MZ세대

저금리·집값 폭등…"월급으론 미래 없다"

박대연 기자 | pdy@newsprime.co.kr | 2025.11.04 17:15:12

2030세대가 빚내서라도 투자에 뛰어드는 이유는 '월급만으론 미래가 없다'는 현실 체감 때문이다. ⓒ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프라임경제] 코로나19 이후 한국 자본시장에 새로운 세대가 대거 진입했다. 20·30대를 중심으로 한 MZ세대다. 이들은 저금리와 집값 급등, 불안정한 미래를 체감하며 투자를 단순한 재테크가 아닌 '생존 수단'으로 받아들였다. 투자 열풍이 긍정적 신호만 남긴 것은 아니다. 빚투·영끌로 대표되는 부작용이 사회 문제로 커졌다. 본지는 MZ세대와 투자문화 시리즈를 통해 △투자 광풍의 배경 △위험한 투자 패턴 △제도적 과제를 차례로 짚었다.

◆ 제로금리와 디지털 플랫폼, 시장으로 이끌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되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까지 인하했다. 은행 예·적금은 사실상 '제로금리'에 다다랐다.  여기에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과 유동성 확대 정책에 시중 자금은 빠르게 불어났다.

소비는 멈췄지만, 돈은 쌓였다. 지난 2020년 기준 가계저축률은 23%를 돌파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렇게 형성된 '잠긴 자금'은 곧 금융시장으로 이동했다. 코스피 급락 후 반등 과정에서 개인 매수세가 폭발하며 '동학개미운동'이 촉발됐다. 그 중심에 MZ세대가 있었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자산 격차를 영영 따라잡지 못한다"는 불안감은 MZ세대를 투자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충분했다.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춘 건 디지털이었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앱 다운로드만으로 투자 시작'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개인 투자자 유입을 가속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개설된 주식계좌 339만여개 가운데 절반 가까이(48.7%)가 20·30대였다. 약 170만~180만개 수준이던 지난 2019년 대비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SNS와 유튜브 투자 콘텐츠도 MZ세대 투자 문화를 확산시켰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명 유튜버를 통해 투자 종목과 전략이 빠르게 퍼지면서, "퇴근 후 증권 앱 확인이 습관"이라는 말처럼 투자가 일상화됐다.

◆ 집값 급등·대출 장벽…주식·코인 시장으로

부동산 시장은 MZ세대를 증시로 내몬 직접적 요인이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2024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40% 이상 뛰었고,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MZ세대의 내 집 마련 좌절감은 깊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30대 이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41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9조4000억원 늘었다. 최근 5년간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큰 증가폭이다.

대출 규제와 집값 급등이라는 이중 장벽 속에서 MZ세대는 상대적으로 소액으로 접근 가능한 주식·코인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직장인 김모(29)씨는 "원금을 잃더라도 투자 말고는 자산을 불릴 방법이 없다"며 "저축만 해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아 위험을 감수한다"고 말했다. 

◆ 투자 참여 확대…양극화는 심화

지난 3월 기준 국내 개인 주식투자자 수는 1410만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20~39세 투자자는 약 560만명이다.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불과 5년 전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투자 참여가 확대되면서 자산 양극화도 심화됐다. 자본시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청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자산 격차는 지난 2019년 3.7배에서 2024년 4.7배로 확대됐다. 

고소득층은 주식·펀드 등 위험자산 비중을 늘려 수익을 불린 반면, 저소득층은 예·적금 위주에 머물러 격차가 더 벌어졌다. "뒤처지면 영영 따라잡을 수 없다"는 조급함이 청년 투자 열풍을 더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MZ세대의 투자 열풍을 단순한 재테크 유행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고 분석한다. 고용·연금 불안, 자산 격차 확대 속에서 금융시장 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빚투·영끌로 고착화할 경우다. 청년층의 무리한 차입이 결국 가계부채 리스크로 번질 수 있고, 이는 금융시장 안정성에도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가 생존 수단이 된 사회는 자본시장이 버블과 붕괴 위험에 더 취약해진다"고 경고했다.

결국 MZ세대의 투자 광풍은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의 리스크로 확산되고 있다. 이어지는 2편에서는 청년층 투자 패턴의 위험성과 그 파급력을 심층적으로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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