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 취임 이후 부진을 기록해온 삼성전자 반도체가 부활했다. "성과로 증명하겠다"는 그의 리더십이 취임 3년 만에 삼성전자 반도체를 정상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부터 이어온 엔비디아와의 협력도 더욱 강화됐다.
◆반도체 혹한기 지나 '봄' 맞이
이 회장이 취임한 2022년 하반기는 반도체 시장이 혹한기에 접어든 시점이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사업이 부진하자 삼성전자는 큰 위기를 맞았다.
2023년 반도체(DS) 부문 적자는 14조8795억원에 달했다. 이같은 대규모 적자에도 중장기적인 미래 성장을 위해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를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총 53조6461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단행했다. DS 부문에만 46조2792억원을 쏟아부었다.
'2024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DS 부문, 디스플레이(SDC) 등의 첨단공정 증설·전환과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시설 투자가 진행됐다. 2023년(53조1139억원)보다 많으며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22년의 53조1153억원을 넘는 수준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차세대 고부가 제품, 기술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실적 개선에 힘썼다. 이 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테슬라·애플·스타게이트 등과의 대형 공급 계약을 확보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이 회장 취임 3년 만에 역대급 축포를 터뜨렸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86조617억원, 영업이익 12조1661억원을 기록하며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매출은 분기 사상 역대 최대이며, 영업이익은 5개 분기 만에 '10조원'을 회복했다.
DS 부문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영업이익은 2022년 2분기(9조9800억원) 이후 최대 규모인 7조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33조1000억원으로 역대 분기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HBM 경쟁력 회복
DS 부문 역대급 매출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회복의 영향이 컸다. 오랜 기간 공급을 타진했던 모든 고객사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3E를 공급한다.

HBM3E 12H D램 제품 이미지. ⓒ 삼성전자
특히 성능 논란으로 오랫동안 품질 테스트 벽을 넘지 못했던 HBM3E 제품의 엔비디아 공급을 개시했다. 차세대 제품인 HBM4 공급도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요 HBM 협력사인 AMD가 오픈AI와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HBM 출하량 확대도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 2분기 글로벌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17%로 SK하이닉스(62%)에 한참 밀렸지만, 내년 HBM4 양산이 본격화하면 점유율이 30%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내줬던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도 탈환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D램과 낸드 플래시를 포함한 전체 메모리 시장에서 전 분기 대비 25% 늘어난 194억달러(약 27조6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매출은 13% 증가한 175억달러(약 24조9600억원)로 나타났다.
◆이재용·젠슨 황, AI 동맹 맺었다
이 회장은 엔비디아와 HBM 협력을 넘어 AI 모델 및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고도화, 차세대 지능형 기지국(AI-RAN) 등 전방위 'AI 동맹'을 이끌어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올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치맥(치킨·맥주)회동'한 다음날 양사는 AI 동맹을 알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엔비디아의 최신 GPU 기반 AI 반도체 팩토리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에 GPU 5만장 이상을 수년간 공급하며,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3E뿐만 아니라 HBM4, GDDR7 등 차세대 메모리도 공급하기로 했다.
과거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 때부터 시작된 20여년이 넘은 양사 협력관계가 AI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엔디비아와의 인연은 2대째 이어져 오고 있다. 황 CEO는 지난달 30일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무대에 이 회장과 함께 올라 1996년 이건희 선대회장으로부터 편지를 받고 한국을 처음 방문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황 CEO는 "한국이 우리 기업의 심장이었다는 걸 알아달라"고 말했다.
이에 이 회장은 "25년 전 엔비디아는 삼성반도체 DDR D램을 써서 지포스 256을 출시했고 그때부터 양사 협력 시작했으며, 젠슨과 우정도 시작됐다"면서 "여기 오게 된 것은 엔비디아가 중요한 고객이기도 하지만 젠슨은 이 시대 최고의 혁신가이자 사업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