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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 동맹' 현대차그룹-엔비디아, 모빌리티 산업 재편

자율주행·로보틱스·스마트팩토리 통합 'AI 생태계' 구축…지능형 모빌리티 선언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5.10.31 15:38:12
[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그룹이 엔비디아(NVIDIA)와 손잡고 'AI 기반 모빌리티 솔루션' 강화에 나섰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반도체 조달이 아니라 △차량 △로봇 △스마트팩토리 △클라우드를 하나의 지능형 네트워크로 통합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생태계 구축 선언에 가깝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를 "AI 기반 모빌리티와 스마트팩토리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도약"이라 표현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인 '엔비디아 블랙웰(NVIDIA Blackwell)'이다. 현대차그룹은 블랙웰 GPU 5만장을 도입해 통합 AI 모델 개발·검증·실증을 가속화하고, 차량 내 AI와 자율주행, 로보틱스 기술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합 AI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인프라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데이터 수집, 학습, 정밀화, 대규모 추론까지 AI 생애주기를 전 과정 관리하는 'AI 팩토리(AI Factory)'를 구현한다. 이는 단순한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공장이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구조를 뜻한다.

이번 협력의 축은 한국이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는 약 30억달러(약 4조원)를 투자해 한국을 글로벌 AI 모빌리티 허브로 육성한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국가 피지컬 AI 클러스터' 구축 계획에 협력하며, AI 생태계 발전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0월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올라 있다. ⓒ 연합뉴스


핵심 추진 사항으로는 △엔비디아 AI 기술센터(AI Technology Center) △현대차그룹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Physical AI Application Center) △데이터센터 국내 설립 등이 포함된다.

정부도 공식적으로 협력에 동참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현대차그룹, 엔비디아는 이날 '국내 피지컬 AI 역량 고도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한국의 제조 데이터와 엔비디아의 AI 인프라가 결합하면 제조 산업 전반의 AX(Autonomous Transformation) 혁신이 가속될 것이다"라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을 글로벌 AI 모빌리티 허브로 만드는 실험이자, 현대차그룹이 미래 제조 패러다임을 AI 중심으로 리셋하는 신호탄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협력을 통해 △엔비디아 DGX(대규모 AI 모델 학습과 소프트웨어 개발의 클라우드 허브) △엔비디아 Omniverse(공장과 차량을 3D 디지털 트윈으로 시뮬레이션) △엔비디아 드라이브 DRIVE AGX Thor(차량과 로봇의 실시간 AI 브레인 구현) 플랫폼을 종합 활용한다. 

이 세 가지 플랫폼은 'AI 팩토리'를 구성하는 뼈대로, 생산·개발·검증의 모든 단계가 AI로 상호 연결되는 구조를 가능케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월31일 APEC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접견에 앞서 국내 기업 대표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디지털 트윈 기술은 공장 내 로봇, 생산라인, 물류 흐름을 가상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생산효율을 높이고, 자율주행차의 수백만 가지 주행 시나리오를 실시간 검증할 수 있게 한다. 이는 곧 '공장이 스스로 학습하는 시대'를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NeMo 및 Nemotron 플랫폼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대형 언어 모델(LLM)도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차량 내 AI 어시스턴트, 음성 인터랙션, 운전자 감정 분석, 주행데이터 학습 등 기능을 OTA(Over The Air) 방식으로 지속 진화시킨다. 

또 엔비디아 DRIVE AGX Thor의 연산 능력을 활용해 △차세대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지능형 안전 기능 △개인화된 차량 내 경험을 구현할 예정이다.

즉, 차량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지속 학습하는 인공지능 개체'로 변화하게 된다.

이번 협력의 본질은 모빌리티 기업의 AI 기업화다.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사가 아니라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물리 공간에 적용하는 시스템 기업으로의 전환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로보틱스(보스턴 다이내믹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장사업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해왔다. 이번 협력은 그 모든 축을 AI라는 단일 언어로 통합하는 시도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AI가 내연기관을 대체할 새로운 산업 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 함께 자동차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는 선두주자가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단순한 기술 제휴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AI-로봇-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로 이어지는 피지컬 AI 가치사슬(Value Chain)을 완성하고 있다. 전기차가 현대차그룹의 첫 번째 성장 엔진이었다면, AI는 두 번째 엔진 그리고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운영체제가 될 것이다.

이번 협력은 결국 자동차산업이 기계의 시대에서 지능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음을 상징한다. 현대차그룹은 이제 차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세상을 움직이는 인공지능을 설계하는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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