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가 30일 울산공장 내에서 수소연료전지 신공장 기공식을 열고, 수소에너지 시대의 산업 전환을 공식화했다.
울산은 현대차그룹의 상징적 거점이자 한국 제조업의 심장부다. 바로 그 자리에서 내연기관 변속기가 생산되던 부지가 수소연료전지 생산기지로 바뀐다는 사실은, 단순한 공장 이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선언에서 실행 단계로 옮겨졌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행사에는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호세 무뇨스 사장을 비롯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김두겸 울산시장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또 글로벌 수소산업계 주요 인사인 이바나 제멜코바 수소위원회 CEO, SK이노베이션·롯데그룹·코오롱인더스트리 등 수소 협력 기업 경영진이 대거 참석해 민관이 함께 '수소생태계 구축' 의지를 재확인했다.
장재훈 부회장은 "연료전지 신공장은 현대차그룹의 수소사회 전환 의지를 담은 전략적 거점이다"라며 "선박·건설장비 등 다양한 산업에 연료전지를 공급해 글로벌 수소생태계 확산을 이끌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울산 수소연료전지 신공장 기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
이번 신공장은 지상 3층, 연면적 9만5374㎡ 규모로 2027년 준공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곳에서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와 PEM(Polymer Electrolyte Membrane, 고분자전해질막) 수전해기를 생산한다. PEM 수전해기는 물을 분해해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핵심 설비로,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국산화율 90% 이상의 독자 기술을 확보했다.
이 공장은 연간 3만기 규모의 연료전지 생산 능력을 목표로 하며, 인류를 위한 수소(Hydrogen for Humanity)라는 의미를 담은 현대차그룹의 수소 브랜드 HTWO가 적용된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수소 공급망의 허브로 육성될 예정이다.
특히 신공장이 들어서는 부지는 과거 내연기관 변속기를 생산하던 자리다. 이는 곧 현대차의 산업 전환 의지를 상징한다.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수소는 전기차 다음 단계의 친환경 해법"이라는 전략 기조를 재확인한 셈이다.
현대차는 울산 수소연료전지 공장을 AI 기반 스마트팩토리로 운영할 계획이다. 공정 전반에 로보틱스 기술을 적용해 작업 강도를 낮추고, 위험요소를 실시간 감지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즉, 탈탄소 제조와 스마트 제조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산업 플랫폼이다.

현대차 울산 수소연료전지 신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현장에 설치된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수소 모빌리티 등 전시품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박수를 치고 있다. ⓒ 현대자동차
이외에도 기공식에서는 현대차와 KGM 커머셜 간 수소연료전지 공급 업무협약(MOU)도 체결됐다. 이는 향후 국내 수소버스 시장 확대와 친환경 상용 모빌리티 확산의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정부도 현대차의 행보를 지원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모빌리티 탈탄소화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해 기업 혁신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고, 김두겸 울산시장 역시 "울산이 수소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번 울산 신공장은 현대차그룹이 구축 중인 수소 밸류체인 완성 전략의 실질적 거점이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양산을 비롯해 △PEM 수전해 실증(광주 1MW급, 5MW급 개발 중) △공항·항만 수소 인프라 구축 △사우디·미국·유럽과의 수소 협력 등을 연계해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을 하나의 산업망으로 통합 중이다.
결국 이번 기공식은 자동차 기업에서 수소 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했다는 신호탄이다. 현대차는 내연기관의 종말을 선언한 대신, 연료전지 산업화를 차세대 성장의 출발점으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