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지정된 지 열흘 만에 아파트 매매·전세 매물이 모두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수·매도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섰고,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매) 차단의 영향이 시장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체 아파트 매물은 토허구역 지정 전날인 19일 7만1656건(또는 7만2601건)에서 이날 6만5431건으로 약 8~10%(약 6200~7200건) 감소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감소폭이 가장 컸다.
특히 성동구의 감소율이 18~19%로 가장 높았으며, △강동구(-18%) △강서구(-17%) △성북구(-16%) △마포구(-15~17%) 등이 뒤를 이었다. 모두 이번에 새로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지역들이다.
반면 기존에 이미 토허구역이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는 매물이 거의 줄지 않거나 오히려 증가했다. 용산구는 1.7% 늘었고, 강남구(-1.7%)·서초구(-0.8%)는 소폭 감소, 송파구는 보합세를 보였다.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규모 정비사업 기대감이 큰 지역일수록 매물을 거둬들이는 현상이 뚜렷하다"며 "토허구역 지정으로 거래 절차가 복잡해지고, 갭투자가 어려워지면서 매수심리도 위축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15일 발표한 '10·15 부동산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12개 지역을 토허구역으로 묶었다. 토허구역 내에서 주택을 거래하려면 실거주 목적임을 입증해야 하며, 계약 후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사실상 '투자 목적 거래 금지'에 가까운 조치로 평가된다.
강서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갈아타기 수요 문의가 있었지만 지금은 사실상 '제로' 수준"이라며 "허가 절차가 복잡하고 실거주 증빙이 필요하다 보니 계약 성사율이 10건 중 1건도 안 된다"고 전했다.
토허제 시행의 여파는 전세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아파트를 사더라도 전세를 놓을 수 없기 때문에 임대 공급이 줄어드는 구조다. 실제 서울 전세매물은 같은 기간 △동대문구(-15%) △성북구(-13.2%) △중랑구(-12.8%) △은평구(-11%) △강서구(-11.4%) 순으로 크게 감소했다. 월세 매물 역시 △도봉구(-8.8%) △중구(-8.2%) △성북구(-6.3%) 등에서 줄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를 사도 전세를 놓을 수 없기 때문에 전세 공급이 줄 수밖에 없다"며 "대출 규제로 인해 전세나 월세를 찾는 실수요층이 늘어 전세 품귀 현상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전세물량 감소는 월세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 월세 거래 비중은 62.2%로 처음으로 60%를 넘어섰으며,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보증금 상향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토허구역 지정으로 거래가 줄면 호가 중심의 비정상 시장이 고착될 수 있다"며 "단기 급락보다는 거래 절벽과 장기 침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갭투자 규제가 투기 억제에는 효과적이지만, 전세 공급 위축이라는 부작용이 서민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