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컨택센터 BPO기업들이 전방위적 체질 개선에 나서고있다. 고착화된 저단가 구조와 치킨게임식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한 생존 전략에서 시스템 내재화와 센터 공유, 인도급에서 물량도급으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반기 입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업계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BPO기업들이 저단가 경쟁 탈피와 토탈아웃소싱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에는 대부분의 중소형 BPO기업이 제대로된 입찰 참여조차 하지 못한 채 상반기를 보냈다. 수주가 대형사에 집중되며 '빅5' 체제로의 고착화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반기에 접어들며 △쿠팡 △국세청 △요기요 △금융 △공공기관 △유통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대형 프로젝트들이 본격화되며 전체 시장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각 BPO기업은 주당 2건 이상의 제안서를 쓰는 것이 일상일 정도로 빠듯하다.
BPO기업별로는 상황에 맞는 체질 개선 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인재 영입, 조직 재정비는 물론, AICC시스템을 자체 내재화하거나 전문 IT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시스템 경쟁력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메타엠, 유베이스, KTcs(058850), 효성ITX(094280) 등 대형 기업들은 이미 시스템 단독 제안이 가능한 수준까지 전문성을 고도화했다.
입찰 환경도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RFP 발주에 따라 제안서를 준비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사가 RFI(Request For Information) 단계부터 업체들의 사전 참여를 독려하면서 업체 역량을 조기 검토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BPO기업들 역시 이를 반영해 RFP 이전부터 고객사의 산업 이슈나 조직 변화를 모니터링하며 제안 전략을선제적으로 수립하고 있다.
센터 운영 방식도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경쟁사의 센터를 활용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최근에는 운영 비용 절감을 위해 센터를 공유하는 쉐어링모델이 자리를 잡고 있다. 신규 센터를 구축하지 않고 경쟁사 또는 협력사의 유휴 공간을 활용함으로써 고정비를 줄이고, 단가 인하 압박에 유연하게 대응하려는 것이다.
특히 금융, 이커머스, 공공기관 등은 인도급 활용 및 재택운영을 확대하면서 BPO 센터 활용 비율을 낮추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각 운영사는 잔여 공간을 공유센터로 재편하고, 외부 제휴를 통해 이를 공동 활용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인프라가 일정 수준 이상 확보된 것도 주요 배경으로 작용한다.
반면 컨택센터 운영 기업들이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음에도 입찰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단가 하락은 지속되고있다. 최저임금 인상·채용난·인력 이탈 등은 고정비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실제 운영 마진은 5% 이하로 하락했다. 일부 기업은 전략적으로 0마진에 가까운 제안을 감수하면서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10% 이상의 수익률을 유지하던 시기와는 크게 달라진 셈이다.
그럼에도 컨택센터 산업은 여전히 외형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프라임경제가 발간한 '2025 컨택센터 산업총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산업 매출은 7조4349억원이다. 이는 2015년 대비 약 91% 증가한 수치다. 종사자 수는 14만3441명으로 전년 대비 9865명 증가했다. 전체 산업에서아웃소싱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이는 공공기관 직영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민간 아웃소싱의 수요가 여전히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AICC와 생성형 AI의 접목이 가속화되면서 상담품질 향상과 생산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AI 도입이 상담사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반면 현장에서는 AI가 상담사의 업무를 보조하며 복잡한 질의나 클레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로 안착되고 있다.
실제로 △금융 △유통 △홈쇼핑 △이커머스 등 일부 산업군에서는 셀프서비스 확산과 함께 상담 인력이 다소 줄었다. 산업 전반적으로는 상담사 수요가 여전히 유지돼 고품질 상담을 위한 전문성 강화와 정서적 응대 능력 향상등이 새로운 인력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 전반이 성장하는 가운데,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상담사 교육비 기준이 불분명해 현장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 이밖에 업체 간 인력 유출로 인한 정보 유출, ASP 단가 하락 등은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ASP는 1석 기준 월 45만원대에서 10만원대로 떨어졌다는 현장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BPO 리딩 기업 주요 리스트. ⓒ 프라임경제
또한 일부 업체는 잦은 입찰 환경에서 상대방의 제안을 베끼거나 인력을 스카우트해 정보 확보에 나서는 등 비정상적 행위도 반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내부에서는△입찰의 공정성 회복 △제도적 장치 마련 △산업 윤리 강화 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가격 중심 경쟁은 상담 품질 저하, 고용 불안, 고객 불만 등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할수밖에 없다"며 "단가 경쟁보다 운영 전략, 고객 맞춤형 서비스, 안정적 인력 운용을 중심으로 입찰 기준이 바뀌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계약 구조, 교육비 제도 정비, 입찰 정보공유 확대 등 입찰 시장 전반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절실하다"며 "이러한 기반이 마련돼야만 지속 가능한 컨택센터 산업 생태계가 정착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