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Pay-to-Play(페이투플레이)' 조항은 기존 투자자에게 후속 투자(신규 라운드)에 일정 비율 또는 금액 이상 참여할 것을 요구하는 조항이다. 말 그대로 "투자자로서 계속해서 자격과 혜택을 유지하고 싶다면 추가로 돈을 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 추가투자 참여의무 조항이다.
구체적으로 해당 조항은 기존 투자자가 후속 투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로서의 권리를 제한 또는 상실시키는 불이익을 부과하거나, 후속 투자 참여 시에 한해 일정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기존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시키거나,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를 크게 절하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불이익이 주어질 수 있다.
이러한 조항은 국내 투자계약서에서 일반적으로 포함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투자계약 관행에서는 전혀 낯선 조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기업이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하는 등으로 이전보다 낮은 기업가치로 자금을 조달하는 '다운라운드(down round)' 상황이나, 지분구조를 개편을 하는 리캡(Recapitalization; 자본 재조정) 국면에서는 기존 투자자들이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조건으로 다른 투자자들에게 '페이 투 플레이(Pay-to-Play)' 조항을 제시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실제로 2023년 미국의 범죄 추적 애플리케이션 '시티즌(Citizen)'은 자금난 속에서 기존 투자자들에게 이른바 '페이 투 플레이(Pay-to-Play)' 조항이 포함된 신규 자금조달안을 제시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기존 투자자가 신규 투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보유 지분이 약 10분의 1 수준으로 희석되어 사실상 소멸되는 구조였다. 이에 초기 투자자이자 주요 주주였던 '세쿼이아 캐피탈(Sequoia Capital)'은 결국 해당 라운드에 불참하는 결정을 했다.
이와 동시에 당시 세쿼이아 캐피탈을 대표해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던 파트너 마이크 버널(Mike Vernal) 역시 '시티즌'의 이사직에서 사임한 바 있다.
이와 같은 페이투플레이 조항은 신규 투자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등으로 회사가 재무적 압박에 직면한 상황에서 기존 투자자들이 회사의 자금 유동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불가피하게 도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스타트업이 심각한 자금난에 처한 상황에서 기존 주주들 중 일부가 '추가 투자'라는 리스크를 함께 분담하지 않는 무임승차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페이투플레이 조항은 회사의 가능성이 불확실하였던 초기 단계에서부터 위험을 감수하면서 투자하였던 초기 투자자들이나, 자금 여력이 제한적인 주주들에게 불공정한 압박수단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들은 초기 단계에서 이미 상당한 위험을 부담했음에도, 후속 투자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투자자로서의 권리 및 경제적 이익이 박탈되는 결과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페이투플레이 조항은 회사의 재무 안정성·기존 투자자 간 형평성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 위치하며 필요성과 정당성에 대한 평가는 상황에 따라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페이투플레이 조항이 최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경기 둔화와 투자심리 위축으로 인해 많은 스타트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투자 열기가 식고 밸류에이션이 하향 조정되는 환경에서, 기업들이 기존 투자자들에게 다시금 지갑을 열 것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향후 국내에서도 이러한 조항이 투자계약서에 점차 도입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조항 자체의 도입 여부 그 자체가 아니라 스타트업의 존속을 위한 현실적 필요와 투자자 간 공정성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있다.

장현지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와세다대학교 국제교양학부 졸업 / 옥스퍼드 대학교 미술사학과 석사 졸업 /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前) 대림미술관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