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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카자흐스탄 CKD 공장' 러시아 공백 메울 승부수

연간 최대 7만대 생산능력…시장 수요·현지화 작업에 따라 생산모델 확대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5.10.21 15:05:45
[프라임경제] 기아(000270)가 중앙아시아 시장의 중심인 카자흐스탄 코스타나이(Kostanay)에 새 CKD(Complete Knock Down, 반조립 제품) 합작 공장을 세웠다.

21일(현지시간) 열린 준공식에는 송호성 기아 사장, 로만 스클야르 카자흐스탄 제1부총리 그리고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이 화상으로 참석해 이번 프로젝트가 양국 간 전략적 협력 관계의 상징임을 확인했다.

기아 카자흐스탄 CKD 공장은 총 3억1000만달러(약 4300억원)가 투입된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다. 전체 부지 면적은 63만㎡에 달하며, 연간 7만대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준공식과 동시에 쏘렌토의 양산을 개시했고, 2026년부터는 스포티지를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 초기에는 CKD 방식으로 차량을 조립하지만, 향후 현지 부품 공급망이 구축되면 부품 현지화(Localization)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일 예정이다. 이는 단순 조립기지를 넘어 중앙아시아 완성차 생산거점으로 발전시킨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기아 양재 본사. ⓒ 기아


이번 합작공장은 기아의 러시아시장 철수 이후 공백을 메우는 전략적 수순으로 평가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현대차·기아 모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중단했는데, 그 대체지로 카자흐스탄이 선택된 것이다.

카자흐스탄은 EAEU(유라시아 경제연합) 회원국으로, 러시아·벨라루스 등 인근 국가로의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다. 즉, 이번 CKD 공장은 러시아 제재 이후 위축된 공급망을 대신해 유라시아 신흥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생산 거점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특히 카자흐스탄 내 자동차 수요는 최근 급성장 중이다. 2020년 대비 2024년 신차 판매량이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그중 절반 이상이 현대차·기아 차량이다. 이에 따라 현지 생산을 통해 가격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것이다.

기아는 이번 공장을 단순한 조립라인이 아닌 전동화 진입 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준공식에서 "카자흐스탄 CKD 공장은 고객 중심의 혁신 및 전동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하려는 기아 글로벌 비전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기아는 이미 카자흐스탄 현지 판매법인을 통해 EV9, 니로 EV 등 전동화 모델의 수입판매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향후 현지 전기차 조립라인 구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아가 글로벌 EV 리밸런싱 전략으로, 생산비용이 낮고 전략적 위치를 지닌 지역에 중저가 전동화 거점을 분산 배치하는 방향을 실현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처럼 카자흐스탄 공장은 기아가 한국·미국·슬로바키아·인도·멕시코에 이어 구축한 신규 전략 생산거점으로, 중앙아시아 및 CIS(독립국가연합) 시장을 겨냥한 확장형 6번째 글로벌 허브 성격을 지닌다.

나아가 카자흐스탄 정부가 추진 중인 산업 다각화 전략(Industrial Diversification Strategy)과도 맞물리며, 기아는 현지 일자리 1500개 이상 창출로 국가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기아의 카자흐스탄 CKD 합작공장 준공은 정치·경제적 리스크 관리, 공급망 재편, 전동화 확장이라는 세 축을 아우르는 포스트 러시아 전략의 첫 승부수다. 카자흐스탄 공장은 새로운 신흥시장+지정학적 중간지대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품은 거점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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