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배터리업계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동시에 전기차 대중화, 미국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 등으로 전환점에 서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업계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의 부진을 상쇄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빠르게 무게중심을 옮기는 모습이다. ESS가 수익성 회복의 핵심 대안으로 부상해서다.
물론 전기차 배터리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 중심 성장 모델에서 전기차+ESS '투트랙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하며 포스트 캐즘을 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 전망 밝아, 업계의 '미래 먹거리'
ESS는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데이터센터 등 인공지능(AI) 산업 확대에 따라 급증하는 시설의 전력 소비량에 대응해 전력망을 안정시키는 필수 기술로 거론된다.
시장 전망도 밝다. 블룸버그NEF(BNEF)에 따르면 글로벌 ESS 설치 규모는 지난 2023년 44GWh에서 2030년 508GWh로 10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꼽힌 이유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프로그램이 종료된 점도 업계가 ESS 사업을 강화하는 요인이었다.

서울 시내 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들. ⓒ 연합뉴스
문제는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은 △CATL(37%) △EVE(13%) △BYD(9%) △CALB(7%) △고션(6%) 등 중국 기업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반면 국내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합산 점유율은 지난 2020년 55%에서 작년 6%로 추락했다.
업계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 AI 혁명의 중심인 북미 지역이 ESS 수요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BNEF에 따르면 미국 ESS 시장은 2035년 976GWh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중국산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하는 등 장기적으로 국내 배터리 3사에겐 기회다.
◆국내 3사, 미국서 생산 본격화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지난 5월 북미 홀랜드 공장의 전기차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해 가장 먼저 ESS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SDI(006400) 역시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을 활용해 이달부터 현지 생산에 돌입했다. SK온은 내년 하반기 조지아 공장에서 ESS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캐즘 국면 속에서도 ESS에 힘입어 올해 3분기 601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34.1% 증가한 수치다.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 LG에너지솔루션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삼성SDI와 SK온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ESS 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복안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전기차 구매 보조금 프로그램 지원 종료 등으로 ESS 사업이 하반기 실적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업계가 전기차 캐즘 등 리스크 속 ESS로 사업 축을 신속히 전환하고 있다"며 "북미 등 시장 대응 속도, 원가·안전성 경쟁력 확보가 향후 시장 우위를 결정짓는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