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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마켓,알리 합작법인 출범...이커머스 '3강 구도' 재편되나

공정위, 데이터 분리 조건 결합 승인...G마켓 글로벌 판로 확대·알리 국내 입지 강화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5.09.22 10:49:15
[프라임경제]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가 손을 맞잡으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 판도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을 받은 합작법인(JV) 출범은 단순한 지분 결합을 넘어, 한국 셀러들의 글로벌 진출과 알리바바의 국내 입지 확대라는 상호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번 동맹이 쿠팡·네이버가 주도해온 양강 체제를 흔들 '3강 구도'로 재편될지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8일 신세계와 알리바바그룹이 합작법인(JV) '그랜드오푸스홀딩'(가칭)을 설립해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공동 지배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밝혔다. 중국 해외직구 플랫폼과 국내 온라인 쇼핑 플랫폼 간 기업결합은 이번이 처음이다.

8개월여 심사 끝에 내걸린 승인 조건의 핵심은 '데이터 분리'다. 공정위는 향후 3년간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양사가 국내 소비자 데이터를 상호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기간 연장도 검토한다. 공정위가 조건을 건 배경에는 알리익스프레스(점유율 37.1%)와 G마켓(3.9%)의 결합 시 해외직구 시장 선두 지위가 과도하게 공고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다만 해외직구 외 영역에선 이용자가 동의할 경우 상대 플랫폼에서 자신의 정보를 활용하도록 숨통을 열어놨다.

지난 18일 이병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이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공동으로 지배하는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JV 승인 직후 신세계와 알리바바는 "한국 셀러들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해 우수한 '한국 상품'의 해외 판매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한 "양사 협업을 통해 고객에게는 상품 선택의 폭을 크게 늘려주고 첨단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셀러의 역량과 고객 만족을 동시에 높이는 독보적인 상생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게 JV의 청사진이다. JV는 G마켓과 함께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이하 알리익스프레스)를 자회사로 둔다. 두 회사는 각각 독립적인 운영 체계를 유지하면서 유기적으로 협업하게 된다.

공정위의 공식 승인이 나온 만큼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는 JV 조직 구성과 이사회 개최, 사업 계획 수립 등을 위한 실무 작업에 즉각 돌입했다.

JV 출범에 따라 G마켓은 셀러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G마켓에 등록된 약 60만 셀러들은 올해 안에 해외 고객들에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G마켓 셀러들이 해외에 판매할 상품은 약 2000만 개다. 상품 대다수는 한국의 우수한 중소기업 제품이란 점에서 상당한 수출 효과가 기대된다. 셀러들의 해외 판매는 G마켓을 통해 알리바바의 글로벌 플랫폼에 입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첫 진출 지역은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5개 나라다. K팝과 한국 상품에 대한 인기와 선호도가 높은 곳들이다.

동남아에 이어 유럽, 남아시아, 남미, 미국 등 알리바바가 진출해 있는 200여 개 국가 및 지역 시장으로 판로는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G마켓 셀러들은 글로벌 플랫폼에 단순히 상품을 등록하는 것 이상의 혜택을 볼 수 있다. 통관, 물류, 현지 배송 및 반품 그리고 고객 관리까지 모든 과정에서 체계화된 시스템을 활용하게 된다.

© 각 사


G마켓 셀러들은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상품 코너에도 입점할 예정이다. 셀러들의 판매 채널은 늘어나고 알리익스프레스 고객들의 상품 선택 폭은 한층 넓어진다. 알리익스프레스의 'K-Venue' 채널은 올해 7월 거래액이 1년 전보다 290% 이상 늘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JV 설립을 계기로 '질적 성장'에도 더욱 역량을 쏟을 계획이다. '크로스보더 직배송' 포지셔닝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3~5일 내 해외 직구 배송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한층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한국무역관련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와 협력해, TIPA의 지식재산권 침해 점검 데이터를 국내 최초로 활용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거듭난 바 있다. 이를 통해 해외 직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조품 판매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 중이다. 또한 IT 인재 육성을 위한 사회 공헌도 늘려가고 있다.

다만 우려도 존재한다. 공정위가 '국내 소비자 데이터 3년간 분리 관리'라는 조건을 단 것은 알리익스프레스(점유율 37.1%)와 G마켓(3.9%) 결합이 해외 직구 시장 선두 지위를 지나치게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알리의 C커머스 모델에 대한 소비자 신뢰 부족 역시 여전한 리스크로 꼽힌다.

또한 알리익스프레스의 저가 상품이 G마켓을 통해 대량 유입되면 국내 오픈마켓 전반에 가격 인하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충성 고객층이 상대적으로 적어 이용자 수 합산이 곧바로 수익성으로 이어질지도 불확실하다. 

당장 알리에 입점한 중국 상품이 G마켓을 통해 국내 소비자에게도 판매될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내 소비자도 알리 측이 확보한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JV가 조만간 비전 및 운영 방침 등을 공개하면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도전을 받게 된 쿠팡과 네이버는 견고한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다. 쿠팡은 전국 물류 거점과 로켓배송 경쟁력을 앞세워 C커머스의 저가 공세를 정면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컬리와 손잡고 새벽배송 협업을 시작하며 '반(反)쿠팡 연대'로 대응에 나섰다.

업계는 합작법인의 실질적 시너지가 본격화될 내년 상반기 이후 배송·반품 체감 개선, 셀러 매출 성장 등에서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네이버 중심의 양강 체제에서 신세계·알리익스프레스가 가세한 3강 경쟁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결합으로 G마켓은 재무 건전성이 개선되고, 알리는 한국 시장을 더욱 확대 공략할 계기를 마련했다"며 "쿠팡, 네이버 체제에 이은 이커머스 공룡이 등장하면서 가격과 품질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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