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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세에 '위기 직면' 배터리 3사, 반등 키워드는

'원통형 배터리·ESS' 승부수…"미국·유럽 성장세 때 진짜 경쟁 시작"

조택영 기자 | cty@newsprime.co.kr | 2025.09.10 11:03:58
[프라임경제]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점유율을 빠르게 키워가면서 국내 배터리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는 반등 키워드로 꼽히는 '원통형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수요를 창출하며 도약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우선 중국보다 앞선 기술력을 갖춘 원통형 배터리로 업계는 반등을 모색 중이다. 국내 배터리업계 맏형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와 총 107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과 유럽 각각 75GWh, 32GWh 규모다.

물론 세부 사항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를 약 15조원 규모로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금까지 LG에너지솔루션이 발표한 46시리즈 공급 계약 중 가장 큰 규모다.

업계에서는 46시리즈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대표적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벤츠를 공략하는데 성공한 만큼, 향후 유럽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불리는 46시리즈는 지금 46㎜, 높이 80~120㎜로 이뤄진 제품이다. 기존 원통형 배터리 표준인 2170(지름 21㎜·높이 70㎜)보다 에너지 용량과 출력이 5배 이상 높고, 공간 효율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더해 에너지당 공정 횟수 감소로 제작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어 가격 경쟁력도 높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 46시리즈 제품(4695).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46시리즈의 성능과 안전성을 강화한 모듈·팩 솔루션인 CAS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작년 11월에는 미국 전기차 시장의 신흥 강자 리비안과 67GWh 물량의 공급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중국 체리자동차와 8GWh 규모의 계약을 맺는 등 중국 완성차 업체까지도 수주에 성공했다.

삼성SDI(006400) 역시 최근 유럽 글로벌 업체와 프리미엄 전기차용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헝가리 생산 거점 내 신규 라인 투자를 통해 2028년 양산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또 미국·유럽의 다른 업체들과도 배터리 프로젝트 수주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ESS에도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 등에 따른 성장이 예상돼서다.

세계 ESS 시장 규모는 지난 2023년 44GWh 규모에서 2030년 506GWh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 감세법 발효 후 태양광, 풍력은 청정전력 생산시설 투자세액공제에서 제외되지만, ESS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노후화된 인프라 교체 수요와 데이터센터 구축에 따른 신규 전력망 건설 등으로 ESS 시장은 당분간 호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SK온 컨테이너형 ESS 제품. ⓒ SK온

이에 따라 SK온은 미국 조지아 'SK 배터리 아메리카(SKBA)' 공장 일부 라인을 ESS용으로 배정하며 본격적인 양산 준비에 착수했다. 또 출범 후 첫 대규모 ESS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다. 현지에서 생산하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미국 ESS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로 한 것.

이 외에도 포드자동차와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가 첫 상업 생산을 개시하는 등 미국 공급 역량을 한층 강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 ESS용 배터리 생산체계를 갖추고 국내 3사 중 가장 먼저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최근 벤츠와의 계약 역시 애리조나에 건설 중인 현지 생산 공장을 통한 차별화된 현지 생산 역량이 인정받은 사례로 해석된다.

삼성SDI는 지난 7월 국내 제1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전체 배터리 공급 물량의 76%에 달하는 프로젝트를 확보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또 최근 AI 데이터센터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UPS(무정전 전원장치)용 고출력 배터리 시장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과 주요국의 정책 변동에 따라 주춤하고 있으나 여전히 성장 중인 만큼, 향후 반등의 시점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탄탄한 내수 시장과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시장은 결국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일어날 때 진짜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며 "중국 내수 밖으로 나오려는 중국 업체들에 앞서 북미와 유럽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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