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7월16일, 신한캐피탈이 어반베이스의 대표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사건에서 신한캐피탈의 청구를 인용했다. 법원은 어반베이스의 대표가 신한캐피탈에 주식매매대금 약 12억원을 부담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신한캐피탈은 2017년 어반베이스에 약 5억원을 투자하며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투자계약은 어반베이스에 회생 절차가 개시되는 경우 신한캐피탈이 어반베이스 또는 대표 개인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었다. 이후 어반베이스는 경영 악화로 2023년 12월경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했다. 이어 2024년 1월경에는 어반베이스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결정이 내려졌다.
이번 판결은 회생절차 개시결정이 있었으므로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에 따라 어반베이스의 대표는 신한캐피탈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응하여 주식매매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이다.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의 문언을 그대로 적용해서 내려진 결론이고,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을 무효로 봐야 한다거나 설령 유효하다고 보더라도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하로는 법원이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를 살펴보며, 투자계약을 체결하는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피고는 투자계약에 따른 투자위험이 전적으로 대표에게만 전가하는 내용의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이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원은 일방 당사자가 계약으로 인한 위험을 분산하거나 채권 회수를 담보하기 위해 해당 계약과 실질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에게도 책임을 부과하는 약정을 무효로 보기는 어려움을 들어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는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이 주주평등원칙과 자본충실원칙에 반하여 무효라는 주장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원은 주주평등원칙은 주주 간, 내지는 주주와 대표 개인 간 별도로 체결한 약정에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견해를 재확인하며 주주평등원칙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고, 대표 개인에 주식매매대금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이상 자본충실원칙 위반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음으로 피고는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을 배제하기로 하는 구두 약속이 있었다거나, 대표 개인의 의무 위반이나 고의·과실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될 것으로 의도됐다거나, 그러한 경우에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제한해석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피고는 신한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을 당시 어반베이스의 경영진 간 나눈 메신저 대화를 증거로 제출했다. 또 투자 당시 담당자가 법정에 나와 증언 역시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증거와 증언을 보더라도, 피고의 주장에 따라 투자계약의 문언을 다르게 해석할 근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계약서와 같은 처분문서는 명의인의 의사에 따라 작성됐음이 인정되면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함이 원칙이고, 문언의 객관적 의미와 달리 해석하여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는데(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90297 판결), 문언과 달리 해석할 수 있을만한 사실관계는 없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종합하면, 투자계약을 체결하는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적어도 다음 사항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로 투자계약상 결과적으로 사업이 어려워지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실관계들이 대표 개인의 책임을 유발하는지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번 어반베이스 판결과 같이 '회사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대표 개인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계약 문언이 존재한다면, 아주 예외적인 사정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법원으로서는 문언에 기초해 판단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관계가 대표 개인의 책임과 연결되어 있다면, 그 사유를 합리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회사와 대표의 책임을 제한하는 별도의 합의가 있다면, 이를 반드시 투자계약서에 명시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통상 투자계약의 해석이 문제가 되는 것은 체결로부터 긴 시간이 지난 이후이고, 오래 전에 존재하였던 구두 합의의 존재를 나중에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아가 구두 약속의 존재가 인정되더라도, 투자자를 대외적으로 대표하여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담당자 개인의 약속이라면, 이를 투자자의 의사로 보기 어려운 문제가 있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신한캐피탈의 이번 청구는 벤처투자의 본질과 벤처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 방향에 대한 업계의 치열한 논의를 불러일으켰지만, 적어도 제1심 법원은 이들 사항이 계약 문언을 뒤집을 정도는 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법원의 최종적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스타트업으로서는 투자계약에 대한 전문가의 면밀한 검토를 통해 대표자에 과도한 책임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어할 필요가 있다.

심건욱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前) 법무법인(유한) 세종 / (前) 법무법인 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