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 스타트업이 일본에 진출할 때는 진출 형태와 함께 자본금 규모, 사무소 마련 등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성숙한 소비시장을 갖춘 국가이자 글로벌 기업 활동의 중심지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시장뿐 아니라 해외 진출의 교두보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일본 법인 설립을 고려하는 기업이라면 초기에 충분한 법적·실무적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 진출에는 크게 네 가지 형태가 있다. 첫째는 주재원 사무소다. 이는 시장 조사나 정보 수집 차원의 활동만 허용된다. 은행계좌 개설, 부동산 임차, 영업활동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주재원 사무소는 어디까지나 시장 탐색 단계에서 활용 가능한 옵션이다.
둘째는 지점(Branch) 설립이다. 지점은 일본 내에서 은행계좌를 개설하거나 사무소를 임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재원 사무소보다 활용 범위가 넓다. 그러나 지점은 독립된 법인격이 아니라 한국 본사의 연장으로 간주되므로, 일본 내 지점의 채무는 곧바로 한국 본사로 귀속된다. 다시 말해 지점의 거래 리스크는 고스란히 모기업이 부담한다.
셋째는 자회사 설립이다. 일본 내에서 주식회사(株式会社) 또는 합동회사(合同会社, 한국의 유한책임회사와 유사) 형태로 회사를 세울 수 있으며, 자회사는 본사와는 독립적인 법인격을 갖는다. 따라서 한국 본사는 출자자 지위에서 출자액에 한정된 책임만을 부담하게 된다. 이 구조는 리스크 분산과 현지 영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장점이 있어 가장 일반적으로 선택된다.
마지막으로 일본 기업과 합작회사를 세우는 방식도 있다. 현지 기업과 협업을 통해 일본 내 유통망이나 인허가 절차,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어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규제 산업이나 신뢰 확보가 중요한 업종에서는 합작 방식이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다만 지분 구조에 따른 경영권 배분, 이익 분배 방식, 사업 방향을 둘러싼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주요 리스크다. 따라서 단순한 시장 진출 수단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기술 협력이나 유통망 확대 등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목적이 있을 때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인 설립 시 또다른 중요한 절차는 자본금 결정이다. 법적으로는 자본금은 1엔 이상이면 회사 설립이 가능하지만, 이는 형식적인 최소요건에 불과하다. 실무에서는 자본금을 지나치게 적게 설정할 경우 은행 계좌 개설이 거부되거나, 거래처와 투자자에게는 신뢰부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자본금은 자본금은 그 자체로 회사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관리 비자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500만 엔 이상으로 설정하는 것이 사실상 일반화되어 있다. 이는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이 경영관리 비자 심사 시 △사업장 확보 △사업의 계속성과 지속성 △자본금 규모 △고용 인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때문이다. 자본금이 500만엔 미만이라 하더라도, 대신 일본인 정규직 직원 2명 이상을 고용하면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500만엔을 기준선으로 삼아 자본금을 납입하는 것은, 자금 여력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비자 심사 과정에서 안정적인 인상을 주기 위함이다.
일본에서 법인을 설립할 때에는 상법상 본점 소재지를 등기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초기 비용을 줄이고 신속하게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가상 오피스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가상 오피스란 실제 사무 공간 없이 우편 수령, 전화 응대 등의 서비스만 제공하는 주소지를 임차하는 방식으로, 일본에서도 합법적으로 활용 가능하다. 특히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초기 고정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일본 내 은행들이 가상 오피스나 렌탈 오피스를 실제 사업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를 등기 주소로 한 법인은 계좌 개설이 거부되거나 심사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 따라서 가상 오피스를 이용할 경우, 단순히 주소지만 확보하는 데에서 그치지 말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서 △웹사이트 △계약서 △인력 고용 증빙 등 실질적 운영 증거 자료를 함께 준비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처럼 일본 법인 설립은 단순한 법적 절차를 넘어, 현지 금융·세무 제도, 출입국 관리, 거래 관행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과제다. 초기 준비가 부족하면 △비자 발급 △은행 계좌 개설 △세무 신고 등에서 예기치 못한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일본 진출을 고려하는 스타트업은 '최소 요건'만 충족하는 데에서 그치지 말고, 실제 운영 과정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절차까지 충분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장현지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와세다대학교 국제교양학부 졸업 / 옥스퍼드 대학교 미술사학과 석사 졸업 /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前) 대림미술관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