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오는 25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논의될 예정인 가운데 한미 조선 협력이 MRO(유지·보수·정비) 위탁, 조선소 인수 등의 형태로 가능하다는 미국 싱크탱크의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국과 동북아 동맹국의 조선 협력 경로' 보고서에서 "지난 1년 간 미국 및 동맹국의 산업계와 정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4가지 경로가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안으로 도출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가 제시한 시나리오는 △미국 선박 MRO 위탁 △동맹국의 미국 조선소 인수 △미국과 동맹국의 군함 공동생산 △동맹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함정 구매 총 4가지다.
우선 MRO 협력은 공급망 강화, 항만의 전략적 활용 등의 측면에서 미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고 미국 내 조선소가 설비·공정을 현대화하는 여유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한국, 일본과의 MRO 협력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라며 한화오션(042660)이 작년 한 해 MRO 사업을 2건 수주하고, HD현대중공업(329180)이 미 해군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한 점 등을 언급했다.
동맹국의 미국 조선소 인수 방안과 관련해서는 미국으로 해외 조선 기술과 노하우를 이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군용 조선소 인수, 비 군용 조선소 인수 후 개조, 정부 소유·민간 운영(GOCO), 미국·외국 기업 간 합작투자 또는 컨소시엄 구성 등이 소개됐다.
보고서는 "(미국 조선소의) 경영 방식 변화, 미국 현지 인력 재교육 및 역량 강화, 해외 선진 기술 이전, 자본 투자 유입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며 "대형 외국 조선사가 모회사인 경우 범용 자재와 부품의 대량 구매가 가능해져 원가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모자. 마스가는 이번 한미 관세협상 때 조선 분야 협력 내용을 압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만든 슬로건으로, 한국협상단은 이 모자와 대형 패널 등을 준비했다. ⓒ 연합뉴스
공동생산과 관련해선 모듈화 공법에 주목했다. 미국 조선소가 동맹국으로부터 선체 모듈을 공급받아 조립하는 방식도 있고, 해외에서 선체를 만들면 미국 조선소가 무기·추진체계 등을 통합시키는 시스템도 가능하다는 것.
보고서는 "동맹국 기업들은 미국 내 모듈화 체계에 부품·모듈 공급자로 참여할 수 있고, 이때 활용되는 인력과 자재는 미국 내륙뿐 아니라 동맹국 전역에서 확보될 수 있다"고 짚었다.
미 해군이 동맹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함정을 구매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동맹국 조선소가 미국 설계를 기반으로 건조하는 방안, 동맹국과 공동 설계하고 동맹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방안, 동맹국이 설계·건조하는 방안 등을 언급했다.
다만 보고서는 미국 조선 산업에 대한 전통적인 보호주의 정책 기조 등을 고려하면, 마지막 방안이 가장 어렵고 실현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미국의 조선 협력 대상국으로 한국과 일본을 지목했으나 한국에 보다 긍정적인 취지의 평가를 남겼다.
보고서는 "한국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상선 조선 강국으로 부상했고 이후 경제 성장으로 인건비가 상승했음에도 경쟁력을 유지했다"며 "일본 조선업은 최근 고부가가치 및 고속 건조 역량에서 뛰어난 한국, 중국과의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CSIS는 "미국은 조선산업 문제 해결을 위해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에 의존하는 것과 자국 역량에 투자하는 것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런 상황 속 중국은 한국과 미국의 조선 협력과 관련해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논평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조선 협력이 미국만의 전략적·군사적 이익을 위한 것이며, 한국을 미국의 방어 체계에 편입시키려는 전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한국·일본의 기술적 전문 지식과 금융투자를 자국의 전략적 군사 목표에 쓰이도록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잠재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한국이나 일본 (기업의) 로고가 붙은 선박들이 제3국에 대한 미군 작전에 쓰일 경우, 한일이 곤란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미군 작전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미 조선 협력이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될 때 한국이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 서게 된다는 주장이다.
한편 국내 조선 빅3인 △HD한국조선해양(009540) △한화오션 △삼성중공업(010140)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스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조 단위 전용 펀드 투자처를 물색하며 미 해군 MRO 사업 확대와 미국 현지 조선소 진출 방안을 구체화하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