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인공지능(AI)이 광고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전통적인 제작 방식에서 대규모 자본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고품질 콘텐츠가 이제는 누구에게나 손 닿는 거리에 놓여있다. 이종근 팔레트 대표는 이러한 변화를 선도하며, 광고 대행과 기술 개발을 결합한 '차세대 광고사'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팔레트의 출발은 소규모 광고대행사였다.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며 성과를 쌓았지만, 부담스러운 제작비와 시간적 제약에 부딪히는 일이 잦았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죠. 결국 큰 기업만 고품질 광고를 제작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이 대표는 당시 시장 구조의 불평등을 절실히 체감했다고 말했다. 전환점은 AI였다.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과정들이 AI를 통해 압축되면서 콘텐츠 제작의 효율성이 극대화됐다.
팔레트는 이를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닌 시장 혁신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과감히 사업 방향을 전환해 광고와 플랫폼 개발을 아우르는 AI 기업으로 성장 궤도에 올랐다.
사명에는 창업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팔레트는 단순히 색을 섞는 도구가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을 담아내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AI는 가능성의 팔레트입니다. 저희는 정답을 대신 내주는 회사가 아니라, 고객이 스스로 최적의 정답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파트너가 되고자 합니다."
로고와 아이덴티티 역시 이 철학을 반영한다. 내부 태스크포스(TF)의 오랜 논의 끝에 '다양성을 담아내는 팔레트'라는 이름이 결정됐고, 모든 색이 모이면 검은색이 되는 원리를 적용해 블랙 앤 화이트 로고가 완성됐다. 예술과 기술, 감성과 이성이 조화를 이루는 균형을 담기 위한 고민의 결과였다.
◆AI보다 사람, 브랜드를 중심에 둔 오케스트레이션 전략
현재 팔레트의 사업은 △AI 광고 제작 △AI 영상 제작 플랫폼 △AI 마케팅 에이전트 총 세 가지로 이뤄진다. 단순히 영상을 빠르게 제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메시지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전략을 중시한다.
"많은 AI 기업이 기술에만 집중합니다. 하지만 마케팅의 본질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드 경험입니다. 저희는 기술력에 인문학적 감성과 전략적 기획을 더해, 단순한 테크 기업이 아닌 '크리에이티브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팔레트의 기술 철학은 오케스트레이션이다. 개별 AI 모델을 직접 개발하기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다양한 AI 기술을 연결·조율해 사용자가 손쉽게 최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오케스트레이션은 마케터가 복잡한 AI 툴을 다 배울 필요 없이, 목표만 설정하면 플랫폼이 알아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구조입니다."

AI 오케스트레이션은 광고 제작의 표준을 다시 쓰고 있다. © 팔레트
팔레트가 AI 도입 초기 가장 먼저 도전한 분야는 패션이었다. 시즌마다 수백 벌의 신상품이 나오지만, 모델 섭외·촬영·후가공 등 물리적 제약이 컸다. 팔레트는 AI로 실제 모델 착용 컷과 유사한 무브먼트, 의상의 주름과 그림자까지 구현하며 업계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했다.
대표 사례는 LF(093050)의 '헤지스(Hazzys)'다. 팔레트는 클래식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수백 가지 콘셉트를 단기간에 시뮬레이션하며, 제작비와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또한 뽀로로로 잘 알려진 '아이코닉스'와의 협업에서는 차세대 캐릭터 콘텐츠를 AI 기반으로 구현해, 새로운 확장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팔레트의 경쟁력은 대기업 협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과거 막대한 예산 탓에 대기업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고품질 브랜드 필름을 중소기업·스타트업도 제작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광고 제작의 대중화를 실현하며, 시장 전체의 지형 변화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광고 접근성 혁신, 시장의 경계를 허물다
광고 업계는 전통적으로 기획사·대행사·프로덕션이 나뉘어 운영됐다. 팔레트는 이 분절 구조를 AI 기반 원스톱 프로세스로 통합했다.
"사전 미팅 단계부터 AI가 만든 가이드 영상을 제시합니다. 과거엔 스토리보드나 레퍼런스로만 소통했지만, 지금은 사실상 최종본에 가까운 시안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시행착오가 줄고 완성도도 높아졌어요."
이 같은 구조는 단순한 효율화가 아니라,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기준 자체를 새롭게 정립하는 변화라는 게 팔레트의 설명이다.

광고 제작의 경계를 허무는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 팔레트
팔레트는 이미 싱가포르와 인도에 지사를 두고 동남아 시장 확장에 힘쓰고 있다. 특히 인도에는 20명 규모의 현지 팀을 운영하며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내년에는 미국 시장 진출도 계획 중이다.
팔레트의 조직문화는 '래디컬 협력(Radical Collaboration)'으로 요약된다. 보고를 위한 보고를 배제하고, 팀원들의 유연한 의사결정을 중시한다.
"AI 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전문가라 단정할 수 없습니다. 직급과 영역을 넘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실패를 공유하며 배우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팔레트가 그리는 청사진은 분명하다.
"앞으로 3~5년 안에 AI 마케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팔레트가 되길 바랍니다."
이 대표는 팔레트를 단순한 테크 기업도, 기존 광고사도 아닌 하이브리드 모델로 규정한다. AI와 창의성의 경계를 허문 팔레트. 이들의 행보는 단순한 기업의 성장 스토리를 넘어 글로벌 광고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