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유통·식품업계가 '퀵커머스(1~2시간 내 배송)'와 '당일·익일 배송'을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형마트와 배달 플랫폼이 선도하던 배송 시장에는 올해 네이버와 아성다이소까지 합류했고, 식품기업들은 자사몰을 중심으로 당일·익일 배송 서비스를 확대하며 고객 '락인(lock-in)' 효과를 노리고 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1시간 내 주문 상품을 받을 수 있는 홈플러스 매장을 기존 6곳에서 41곳으로 순차 확대한다. 지난 4월 홈플러스 강동점·신도림점·상봉점·부산 동래점 등 4곳에서 시작한 배민 배달 서비스는 현재 합정점·월드컵점 등 34곳으로 확장됐고 이달 말까지 7곳이 추가될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2021년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통해 '즉시배송'을 운영해 왔는데, 이와 비교하면 대형 마트를 통한 퀵커머스는 배달 가능 상품 수가 크게 늘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배민 장보기·쇼핑에서 배민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홈플러스 대형마트 매장을 41개로 순차 확대한다. © 우아한형제들
치킨·초밥·베이커리 상품도 주문 후 1시간 안팎으로 받아 볼 수 있다. 기업 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매출 확대가 시급한 홈플러스로서는 배민의 배달 인프라를 활용해 매출 성장을 꾀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배달의민족은 '장보기·쇼핑' 서비스 입점 업체를 확대하고 있다. 이달 배민은 '장보기·쇼핑' 내 홈플러스 점포 배달 가능 수를 6곳에서 41곳으로 대폭 늘렸다. 전자제품, 도서, 뷰티 등 비식품 카테고리도 확장해 삼성스토어, 프리스비, 전자랜드, 영풍문고, 아리따움, 러쉬 등이 배민 플랫폼을 통해 고객들에게 1~2시간 내 즉시배송을 제공한다.
상품군 확대, 주문금액 상승 덕에 배민의 커머스 사업 연간 거래액은 처음 1조원을 넘어섰다. 만년 적자였던 B마트도 지난해 처음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를 냈다.
아성다이소는 최근 자사 온라인 쇼핑몰 '다이소몰'에 퀵커머스 서비스 '오늘배송'을 시범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오후 7시 이전에 주문을 완료하면, 고객 인근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주문 상품을 배달 대행업체를 통해 당일 내로 배송해 주는 방식이다.
'오늘배송'은 지난 4월부터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으며, 5월 말까지는 무료 배송 혜택을 제공했다. 현재는 유료로 전환됐으며, 주문 금액이 4만원 미만일 경우 배송비 5000원이 부과된다. 4만원 이상 주문 시에는 기존처럼 무료 배송이 적용된다.
마켓컬리도 지난해 6월부터 서울 서대문·마포·은평구 등에서 1시간이면 상품을 배송해주는 '컬리나우'를 도입했다.

유통·식품업계가 '퀵커머스(1~2시간 내 배송)'와 '당일·익일 배송'을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연합뉴스
네이버는 5월 기존 '장보기'를 '지금배달'로 리브랜딩하고 6월부터 GS25, 이마트에브리데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손잡았다. GS25는 전국 1000여 개 점포, 이마트에브리데이는 190여 개 점포에서 1시간 내 배송을 지원한다.
쿠팡이츠는 올해 1분기(1~3월)부터 서울 강남구에서 시범 운영해 온 '쇼핑' 서비스를 지난달 마포구로 확대했다. 쇼핑 서비스는 동네 상점의 상품을 쿠팡이츠 배달 기사가 한 시간 내 배달하는 서비스다. 꽃, 반려용품, 과일, 정육, 문구, 의류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다. 쿠팡이츠는 해당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쿠팡 측은 대형 마트, 편의점 중심이던 기존 퀵커머스 흐름이 최근 동네 중소자영업 매장으로까지 확산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들이 앞다퉈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일상 소비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 깔려있다. 퀵커머스 경험을 통해 플랫폼 충성도를 높이고 재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플랫폼 이용 빈도가 높아질수록 고객을 붙잡아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광고·구독·프리미엄 배송 등 부가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퀵커머스 전용 행사를 여는 등 일찌감치 퀵커머스를 성장 동력으로 삼은 GS리테일은 관련 매출이 2023년 85.0%, 지난해 87.2% 성장했다. 이마트도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빠른 배송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면서 퀵커머스를 동력 삼아 2027년까지 매출 34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식품기업은 당일·익일 배송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온라인몰 푸드몰에서 '내일받기' 서비스를 도입했다. 가정간편식(HMR)과 육가공 등 일부 품목 제품을 평일 0시, 주말 오후 10시 전에 구매하면 다음 날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아워홈은 17일부터 아워홈몰에서 11번가의 당일·주말배송 서비스인 '슈팅배송'을 통해 '오늘도착·내일도착'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경기 일부 지역은 물량에 따라 당일 배송이 가능하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선 익일 배송이 적용된다. 대상그룹도 지난해 선보인 육류 브랜드 미트프로젝트에 주말·새벽배송을 도입했다.
또한 CJ제일제당은 4월부터 자사몰 CJ더마켓에서 수도권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바로배송'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며 효과를 비교·분석 중이다.
식품업계가 신속 배송을 강화하는 건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쿠팡과 컬리 등 이용자가 많은 이커머스에 입점하면 제품 노출에 유리하고 판매량을 높일 수 있지만 수수료와 가격 경쟁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여지가 있다. 자사몰 경쟁력을 강화해 브랜드와 고객 간 접점을 늘리고 고객을 묶어놓는 '록인 효과'를 노리겠단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일·익일 배송은 퀵커머스보다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전국 단위 서비스와 비교적 낮은 배송비, 안정적인 재고 관리가 강점"이라며 "식품 기업들은 자사몰 충성 고객 확보를 통해 배송 서비스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