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컨택센터 산업에서 채용 교육에 참여한 교육생이 법적으로 '근로자'로 인정된 첫 사례가 나왔다. 단순 직무 적응을 넘어 실질적인 업무 참여가 확인된 만큼, 그간 관행적으로 유지돼 온 '교육비 지급' 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교육단계에서부터 비용과 책임을 도급사에 전가해온 구조적 관행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컨택센터 교육비 지급 구조를 둘러싸고 원청사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5일 H카드 컨택센터 상담사 채용 교육에 참여한 교육생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용, 해당 교육생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교육기간 동안 일부 교육생은 고객 응대 실습과 상담 프로그램 사용 등 실질적인 업무에 투입됐다. 그러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교육비만 일부 지급됐고, 교육 종료 시점에 기준 점수 미달 등을 이유로 해고 조치가 이뤄졌다.
핵심은 이러한 채용과 교육 구조가 단순히 도급사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지휘·운영 주체인 원청사의 인력 운용 전략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도급사는 교육비 부족 문제로 원청사 측에 추가 예산을 요청했지만 "계약 외 사항"이라는 이유로 수용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인력을 시험하고, 비용은 도급사에 전가하는 구조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유사 사례로는 BPO기업 U사가 있다. 해당 기업도 고용노동부 조사를 통해 교육비가 과소 지급됐다는 시정을 통보받고, 이달부터 인상된 교육비를 지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당시 "교육생이 실질적 업무에 참여했다면 교육비가 아닌 임금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는 업계 전반에 경고등을 켠 조치로, 특히 도급계약 구조에서 원청사가 비용 책임을 회피하는 관행이 더는 지속되기 어려워졌음을 보여준다.
그간 컨택센터 업계는 20년 넘게 채용 전 '교육비 지급'을 명목으로 고용 책임을 유예하는 방식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이제 "계약서 작성 시점부터 교육도 근로로 인정될 수 있다"는 공식 해석을 내놓았고, 이에 따라 교육비 명목이라 해도 임금으로 간주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문제는 원청사의 태도다. 한 BPO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정으로 교육비 문제 해결을 위해 원청사에 논의했다"며 "어느 한 곳도 교육비를 도급비 수준으로 지급하겠다는 원청사는 없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계약 기간이 남았으니, 내년에 다시 도급비 인상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라며 미루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BPO 산업의 구조적 한계도 드러났다. 평균 이직률은 연간 30%에 달하고, 그 중 70~80%가 3개월 미만 단기 이직이다.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상시 교육이 필수지만, 원청은 "정원 내 인력에만 비용을 지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도급사는 교육과 재채용을 반복하면서도 그 비용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한 BPO 업계 관계자는 "이제 인상된 교육비 지급으로 임금이나 부당해고 같은 문제는 모두 우리 업계가 떠맡게된다"며 "비용지급 떠넘기기로 도급업체의 경영상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사한 사례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도급 계약 갱신이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교육비 분담 여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생의 근로자성 인정은 단순한 판례가 아니라, 원청 중심 고용구조에 대한 구조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