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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엔 발끈, 변화엔 늦장......‘소통불능’ 기업들

대상,미래에셋,롯데리아 등 굴지기업 이해불가 사례 양산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8.11.19 17:44:50

[프라임경제]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 구매욕구를 자극해 소득을 올리는 게 주업무인 기업들, 하지만 이런 기업들의 기초적인 요건인 ‘소통’에 문제있는 기업들도 왕왕 발견된다. 특히 판매와 광고 등 회사에 득이 되는 업무에는 열심이지만, 고객 불만 대응이나 언론보도, 국정감사 등의 공격에는 모르쇠와 일단 부인, 혹은 ‘피하고 보자’는 태도로 일관하는 기업도 더러 있다.

특히나 고객에 협박으로도 보일 수 있는 행동에 나서는 과감한 기업들도 있어, 소비자들을 아연실색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들은 기업체들이 아고라와 블로그로 대변되는 현대의 소비자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패턴과 수준 변화를 명확히 읽지 못하고 있다는 데 기인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 직원 명예훼손이라도 하면 큰일날 줄 알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최근 피해 고객들에게 경고성 편지를 보내 물의를 빚었다.

인터넷상에서 미래에셋이 내놓은 야심작 인사이트펀드에 대한 소송 준비를 하는 카페들에 대해 경고성 메일을 보낸 게 화근이 된 것. 인사이트펀드는 수익을 낼 곳에 국가를 가리지 않고 효과적으로 분산투자한다는 개념으로 폭발적 인기를 모은 상품이다. 그러나 막상 이런 설명과는 달리 속칭 ‘중국 몰빵’을 한 것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이 펀드에 가입했다가 손해를 본 가입자들은 다음 등에 카페를 만들며 서로 정보를 모으고 교환하고 있는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들 카페에 다음 측을 통해 “판매 직원과 명예 훼손이 발생하면 추가로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혀 맞고소 등을 시사했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관계자는 “부드러운 어투로 (설명)했다 하더라도 해석상 위협이 될 수 있다면 문제의식을 갖고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금융감독원 등에 (이 경고 메일을 별개의 건으로) 민원이나 진정 등 구제를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 메일 내용이 공개되자, 오히려 해당 카페들의 가입자들은 “치가 떨린다”며 불난 데 기름을 끼얹은 듯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문제의 메일 공개 전날(12일)까지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사람은 전체 2700여명 회원 중 29명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회원이 4천을 돌파한 데다가, 200명이 넘는 인원이 소송 동참 의사를 표명하고 나선 상태다.

미래에셋측이 소송 확대와 상황 악화를 원하고 벌인 일이 아닌 바에야 역효과가 나고 있는 ‘소통 실패’ 상태인 셈이다.

   
   

◆‘시끄러운 것’은 가리고(블라인드) ‘화이트 워싱’ 행사 열심히?

유명 패스트푸드 업체 롯데리아는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한우 스테이크 버거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롯데리아를 방문하면 직원들이 추천하기도 하는 주요 라인업. 그러나 막상 이 제품은 매장에 게시된 상품 이미지컷과 실제 고객이 받아드는 제품 사이에 너무 큰 차이가 있어 원성을 샀다.

이런 과장된 광고에 화가 난 네티즌은 다음 아고라에 고발글을 올렸는데, 롯데리아측 반응은 다음측에 연락해 이 게시물을 블라인드 처리하는 것이었고 해당 네티즌은 이에 분개해 후속 게시물을 올리는 등 분쟁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이런 문제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취재를 들어가자 회사측은 마지못해 ‘새 이미지컷 촬영’을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롯데리아측 요청으로 문제글이 삭제되자 해당 네티즌은 오히려 더 강한 불만을 갖고 후속 게시물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해당업체에서는 큰 개선 의지를 널리 표명하거나, 분쟁을 빚은 네티즌을 따로 접촉해 납득이나 감동을 줄 만한 의사를 전달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더욱 문제가 된 것은 얼마 후 해당업체가 대대적으로 문제의 제품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행사에 돌입한 것.

   
  <바뀐 광고 사진도 이전의 과장된 광고사진과 별반 다르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는 롯데리아 한우버거 사진>  
이런 사은행사는 미리 기획되어 있던 것을 진행한 것이라는 항변이 있을 수 있으나, 문제가 있을 때마다 이미지 개선 사업이 뒤따르는 이른바 ‘화이트 워싱’ 기법이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는 방법이다.

또 인터넷이 발달한 현재의 세상에서는 문제가 되는 사건이나 기사가 온라인상에 계속 페이지 상단에 떠있는 상태를 막는 방법으로도 이용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해당업체에 대한 다른 기사들이 대거 나오게 함으로써 아래로 ‘밀어버리는’ 효과가 생겨 어지간히 관심을 갖고 검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더욱이 롯데리아 사은행사 광고에 등장한 스테이크 버거 사진은 예전과 별반 다름없는 ‘제 2의 과도한 설정샷’이어서 롯데리아측이 고객 불만에 마이동풍식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해명엔 열심, 변화엔 늦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하세요”, “괜찮아요?”라는 광고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식품업체 대상. 그리고 착한 사람들이 만든다는 광고로 해찬들을 론칭해 온 CJ. 대상과 CJ는 이런 광고들로 깨끗한 식품 이미지로 시장 지배력을 높여 왔다.

그러나 청정원과 해찬들 고추장이 중국산 양념장(통칭 다대기, 일명 혼합원재료)을 사용해 고추장을 제조해 왔다는 내용이 국정감사에서 지적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사실 이 양념장(혼합원재료) 부분은 청정원측이나 해찬들의 표기가 위법이라고까지는 표현할 수 없다는 견해가 많다. 식품의약안전청에서 제시한 표기규정에는 혼합물 사용을 명시해야 하지만, 해설서에는 굳이 명시하지 않아도 되는 공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정감사 자료를 인용한 보도가 나오자 대상은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불량 색소 다대기와 대상 고추장에 사용되는 양념장은 다르다고 해명했다. 중국산 재료를 국산재료보다 더 많이 쓰지는 않는다는 해명과 함께,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한 중국산의 부득이한 사용이라는 해명도 이어졌다. 보도자료가 나간 것과 별개로 관련 기사가 나간 해당 언론에 전화 해명이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막상 이를 공개한 의원이나 고객들이 가장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은 양념장을 쓰고도 표기를 안 하는 부분이 합법이냐는 법논리가 아니라 대기업의 도덕성에서 이런 규정에 묻어가는 편한 방식이 타당하냐는 데 있다. 하지만 해당 기업에서는 자진해서 이 문제의 표시를 개선하기 보다는 규정이 개정되는 것을 봐서 ‘규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편법으로 중국산 다진 양념을 수입해 일반 고춧가루를 쓴 것처럼 표기하는 대기업의 행태는 국민을 속이는 부도덕한 행위”라고 지적한 것처럼, 가장 초점이 되는 부분인 대기업의 도덕성 문제에 대해서 “규정대로 할 뿐”이라는 법적인 답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소비자 문화 변화와 수준 향상에 무관심

이러한 기업들의 태도는 듣고 싶은 부분만 듣겠다는 오만한 태도가 저변에 깔린 것도 문제지만, 소비자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진 것과 의사 소통 광장이 달라지고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 더 큰 원인이 있다는 풀이다.

최근 펀드 관련 피해자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배울 만큼 배웠는데 왜 무시하느냐”는 등의 항의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제대로 설명만 해 줬어도 일부나마 이해하고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는데 왜 제대로 설명 한 마디가 없이 손해를 감수하라는 태도를 보이냐는 서운함이 ‘펀드소송런’을 악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학력이나 정보력이 향상되는 것과 함께, 디지털 문화 발전으로 인해 문제가 있으면 바로 사진을 찍고 게시물을 온라인상에 올리며 서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태도는 과거 소비자들과 분명히 다른 부분이다.

그 중심에는 ‘다음 아고라’, ‘다음 카페’, ‘네이버 블로그’ 등 수많은 새 공간이 매개체로 작동하고 있다.
개개인 1인을 기업(의 소비자 불만을 접수하거나 다루는 부서)에서 처리해 왔던 게 과거 패턴이라면 이제는 수많은 점조직에게 모두 납득할 만한 답을 공식적으로 주거나 감동을 주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번 한 건만 넘어가면 그만”이라는 접근으로 풀이해서 풀릴 일은 이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들이 소비자의 수준과 행동 패턴 변화를 인지하고 이들과의 소통 방식을 변모시키지 못하는 한, 이명박 정부가 ‘다음 아고라’를 중심으로 형성된 미국산 쇠고기 반대 여론에 역풍을 맞았듯, 소통 불능의 비싼 대가를 치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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