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뒤)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해임설에 대해 "사기가 없다면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직접 해임할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지만, 금융시장과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파월 교체 가능성을 의심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바레인 총리와 회담한 직후 '파월 의장 해임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나는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파월이) 연준 건물 보수와 관련해 사기로 물러나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해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파월 의장을 해임할 계획이 있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아니다"라며 "우리는 어떤 것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와 파월 사이의 오랜 갈등이 다시 조명되며 해임설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지난 2018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트럼프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후 트럼프는 파월을 공개 비판하며 "나의 가장 큰 실망"이라고 말했고, "바보 같은 놈", "형편없는 의장"이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반면 파월 의장은 연준의 독립성을 내세우며 정치적 압력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이로 인해 양측의 관계는 극도로 냉각됐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해임의 명분으로 파월 의장 재임 중 추진된 연준 본부 리모델링 공사 비용 문제를 집중 부각하고 있다. 인공 폭포, VIP 엘리베이터, 대리석 장식 등 과도한 설비로 인해 예산이 25억~27억달러로 불어났다는 게 트럼프 측 주장이다.
여기에 일부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파월 해임을 위한 서한 초안을 작성했으며, 이를 하원 공화당 의원 12명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회의 참석자 대부분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일부는 "해임이 임박했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게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방준비법상 연준 의장은 '정당한 사유(for cause)' 없이는 해임할 수 없다. 이에 파월 의장은 리모델링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연준 감찰관에게 공사 관련 공식 감사 요청을 제출했다.
파월 해임설이 확산되자 금융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장중 5.078%까지 치솟으며 심리적 저항선을 돌파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 계획은 없다’고 밝힌 이후에야 일부 반락했다. S&P500 지수 역시 장중 약세로 전환된 뒤 보합권에 머물렀다.
이같은 혼란 속에 미국 금융업계를 통칭하는 '월가(월스트리트)'에서도 이례적인 경고 메시지가 나왔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매우 중요하다"며 "연준을 정치적으로 흔드는 행위는 시장에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다이먼 회장이 직접 정치적 사안에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드문 일로 금융시장 전반의 우려를 대변하는 발언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번 논란은 오는 29~30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해임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실제로는 서한 초안을 작성하고 차기 인선 구도까지 거론하면서 파월 의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파월 의장이 실제로 해임되거나 사임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차기 연준 의장 인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의장을 맡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다"며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언급했다. 이외에도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크리스토퍼 월러 및 미셸 보우먼 현 연준 이사 등도 거론되고 있다.
당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계획 없음' 발언으로 논란이 진정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서한 초안까지 준비된 정황과 파월을 둘러싼 잇단 공개 압박은 시장과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기고 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파월 의장의 거취 문제는 향후 연준의 정책 결정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성에도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