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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계열사 부당지원"...공정위, CJ에 시정명령·과징금 65억원 부과

공정위 "TRS 계약, 부실 계열사 신용보강 수단"...CJ "다수 기업이 선택한 적법한 금융상품"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5.07.16 16:01:53
[프라임경제] CJ그룹이 파생상품을 활용해 계열사에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16일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CJ(001040), 대한통운(000120), CGV(079160), CJ포디플렉스(4DX)에 과징금 총 65억41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부과된 과징금은 각각 CJ 15억7700만원, 대한통운(구 CJ건설) 28억4000만원, CJ CGV 10억6200만원, CJ 4D플렉스(구 시뮬라인) 10억6200만원이다.

CJ와 CGV는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신용보강·지급보증 수단으로 이용해 CJ건설과 시뮬라인이 영구전환사채를 저금리로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총수익스와프는 거래 당사자가 주식, 채권 등 기초자산에서 향후 발생할 현금 흐름과 사전에 약정된 현금 흐름을 교환하는 파생상품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CJ건설은 5년 연속(2010~2014년) 당기순손실(총 980억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2013, 2014년)에 이르렀고, 시뮬라인은 3년 연속(2012~2014년) 당기순손실(총 78억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2014년)에 도달하는 등 이 사건 지원행위가 개시된 2015년 당시 심각한 재무적 위기 상황에 빠져 신용등급 하락, 차입금리 상승 등 압박에 직면해 있었다.

공정위는 16일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CJ, 대한통운, CGV, CJ포디플렉스에 과징금 총 65억41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최장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감시국장. © 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에서 CJ건설과 시뮬라인은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려 했으나, 재무적 위기 상황에 처한 이들의 영구전환사채를 인수할 투자자(금융회사)를 찾기 어려웠고, 설사 찾는다 해도 금리가 대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CJ와 CGV는 금융회사가 CJ건설 및 시뮬라인이 발행한 영구전환사채를 인수하는 전제조건으로서 같은 날 TRS 계약을 체결했고 이에 따라 영구전환사채 인수계약과 TRS 계약이 일괄거래(Package Deal) 방식으로 체결됐다.

공정위는 CJ가 TRS 계약으로 인해 대규모 자금을 저금리로 조달했다고 봤다. CJ와 CGV는 TRS 계약을 통해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하며 CJ건설 및 시뮬라인에게 각각 500억원 및 150억원 상당 자본성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 발행금리도 지원주체의 신용도를 기준으로 결정돼 자금조달 비용(이자비용)도 최소 31억5600만원(CJ건설) 및 21억2500만원(시뮬라인) 절감시킬 수 있었다.

흔히 TRS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처럼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자가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증권사 등으로부터 신용공여를 받아 투자하는 수법이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가격이 오르거나 거래될 가능성이 낮은 부실 계열사의 채권에 대해 신용도가 좋은 계열사가 체결한 TRS 계약은, 사실상 부실 계열사의 신용보강·지급보증 수단이라는 것이 공정위의 지적이다.

공정위는 계약 조건상 TRS 계약 기간 동안에는 전환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돼 있었고 CJ와 CGV가 이익을 실현할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이를 부당한 지원행위로 판단했다. 당시 CJ 이사회는 해당 TRS 계약에 대해 실적이 좋지 않은 계열사에 보증을 서는 배임이며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한 차례 부결시키기도 했다.

공정위는 여기에 더해 자금을 조달해 재무구조가 개선되면서 차입금리 상승 억제, 신용등급 하락 방지, 수주 경쟁력 강화 등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도 누릴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CJ건설과 시뮬라인이 경쟁사업자에 비해 유리한 경쟁 조건을 확보할 수 있어 종합건설업 시장과 4D 영화관 장비 공급 시장의 거래질서를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당초 공정위는 CJ가 같은 방식으로 CJ푸드빌의 500억원 규모 영구전환사채 발행도 도왔다고 보고 제재 절차에 나섰지만 푸드빌의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심의 절차를 종료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그룹내 우량한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부실계열사를 지원함으로써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훼손한 행위를 적발 및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사건은 계열회사에 대한 사실상 신용보강·지급보증을 파생상품을 통한 투자인 것처럼 보이도록 은폐한 행위를 제재한 사례로서, 형식적으로는 정상적인 금융상품이라도 특정 계열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법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공정위는 지원행위 수단의 형식·명칭을 불문하고 부당지원행위에 악용되는 사례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법위반행위가 확인될 경우 엄중 제재함으로써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CJ 측은 공정위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CJ는 이날 "해당 자회사들은 일시적으로 유동성 어려움을 겪었지만, 공정위가 지적한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다"며 "이로 인해 공정 거래를 저해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총수익스와프(TRS)는 유상증자의 대안으로 다수의 기업들이 선택한 적법한 금융상품"이라며 "이에 대한 제재는 자본시장과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향후 의결서 수령 후 대응 방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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