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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트리거' 자사주 소각 의무화…"주주환원 확대" vs "경영권 리스크 부각"

"기업의 향후 자본 정책·경영 전략 따라 시장 평가 크게 엇갈릴 수 있어"

임채린 기자 | icr@newsprime.co.kr | 2025.07.14 15:20:47

최근 코스닥이 800선을 되찾은 가운데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발의로 자사주 보유 종목들이 연이어 급등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발의가 주식시장에서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법안이 발의되자 코스닥 시장에서 자사주를 다량 보유한 종목들이 급등하며 주주가치 강화 기대감을 키웠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상장사 자사주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14일 차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취지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재계의 촉각이 더욱 곤두서고 있다.

김 의원안은 상장사가 취득한 자사주를 스톡옵션·우리사주조합 출연·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행사 목적으로 보유하더라도 매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보유 목적과 처분 계획을 승인받지 못하면 1년 내 반드시 소각하도록 의무화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도 3% 이상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해 사실상 상장사들이 경영권 방패로 삼아온 자사주 기능을 법적으로 약화시키겠다는 취지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김 의원안 발의 이후 자사주를 많이 보유한 코스닥 종목들이 급등세를 보이며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자사주를 대량 보유한 상위 5개 종목은 △인포바인(54.18%) △매커스(46.23%) △텔코웨어(44.11%) △모아텍(35.8%) △엘엠에스(34.97%)다. 이번 법안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5거래일 간 인포바인은 55.01% 급등했고 매커스도 같은 기간 49.06% 뛰었다. 엘엠에스는 15.58%, 텔코웨어 11.21%, 모아텍은 9.21%의 수익률을 보였다. 자사주 소각으로 유통 주식 수가 감소하면서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주가를 밀어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금일 발의된 차 의원안은 자사주를 취득한 뒤 6개월 이내 반드시 소각하고 기업 분할·합병 시 신설회사가 자사주를 새로 배정받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자사주 편법 활용을 통한 경영권 방어를 차단하기 위해 형법상 배임죄 요건을 '단순 손해'에서 '이익 취득 목적 위반'으로 강화하는 조항도 포함했다.

두 법안 모두 기업 자본정책의 투명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앞세우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경영 전략 수단을 과도하게 옥죄어 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반발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를 처분해 주주배당에 활용한다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대다수 기업은 자기자본을 늘려 사업 투자에 나서려는 경우가 많아 자본 축소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결국 기업의 향후 자본 정책과 경영 전략에 따라 시장 평가가 크게 엇갈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사주는 단순히 주가를 방어하는 수단이 아니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분쟁에서 최대주주 측 우호지분으로 작동해왔다.

지난 1월 고려아연에 대한 MBK·영풍 공개매수 당시 최윤범 회장은 자사주를 활용해 긴급 주총과 증자까지 단행하며 경영권을 방어했다. 이런 전례를 볼 때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기업들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변수다. 단순 주가 관리 수단을 넘어 실제 경영권 방어 무기로 작동해온 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정책 모멘텀도 주가에 호재지만 개인 투자자의 예탁금(65조원)이 대기 중"이라며 "최근 국내 주식형 펀드의 원본 설정액이 크게 늘어 증시에 대기자금이 충분한 것도 또 다른 호재"라고 분석했다.

권순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소각 예정인 기업에 대한 중장기 주주환원 기대감이 유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 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구체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계는 연내 본회의 상정을 관측하고 있다. 시장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주주가치를 끌어올리는 '주주친화 정책'으로 작용할지, 경영권 리스크를 키우는 '양날의 검'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자들도 주가 급등에만 주목하기보다는 재무구조가 견조한 종목에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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