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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조용하고 짜릿한 폭발력, 아우토반을 삼킨 '포르쉐 타이칸 GTS'

포르쉐식 전기 퍼포먼스 본질 증명…'속도·감성·정교함' 완벽한 교차점

슈투트가르트(독일) =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5.07.07 15:09:16
[프라임경제] 포르쉐에게 전동화란? 단지 에너지 변환이 아닌 브랜드 철학의 진화다. 전동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흐름이 이미 그 방향을 정한 지 오래다.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포르쉐는 단연 독보적이다. '전기차를 가장 포르쉐답게 만든 브랜드'라는 점에서는 고유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포르쉐에게 있어 전동화는 단순히 시대에 맞춘 기술 변화 그 이상이다. 포르쉐는 내연기관의 짜릿한 감성과 레이싱 헤리티지를 전기 파워트레인으로 전송하기 위해 철저한 고민과 기술 축적을 이어왔다. 포르쉐에게 전기차란 과거의 유산을 미래의 언어로 다시 쓰는 일이다. 포르쉐의 첫 번째 순수 전기 세단인 타이칸은 그 대담한 서사의 첫 장이었다.

순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GTS. ⓒ 포르쉐코리아


전동화 시대에 진입한 지금 포르쉐는 여전히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지키고 있다. 타이칸 시리즈는 바로 그 상징이다. 조용하지만 격렬하고, 효율적이지만 감성적인 움직임. 포르쉐는 엔진의 포효 대신 전기모터의 즉각적인 토크로 운전자의 본능을 자극하고 있다.

◆강렬함과 정제미 조화, GTS만의 스포티 감성

이번 시승의 주인공은 타이칸 GTS다. 그란 투리스모 스포츠 (Gran Turismo Sport)를 의미하는 GTS는 1963년 공개된 포르쉐 904 카레라 GTS 이후 브랜드를 상징하는 퍼포먼스 모델로 자리매김해왔다. 타이칸 GTS는 이 전설적인 레터링을 계승한 파생 모델로, 타이칸 제품군 내에서 주행성능과 일상 활용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올라운더다.

외관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이글로스 블랙으로 마감된 스포츠 디자인 프런트와 리어 에이프런, 블랙 사이드 미러 하단 등 GTS 특유의 디테일이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앤트러사이트 그레이 컬러의 21인치 RS 스파이더 휠을 장착하고 있었고, 차량의 낮은 자세와 완만하게 누운 루프라인은 전기 스포츠 세단의 미학을 정석적으로 보여줬다.

외관 디자인은 GTS 모델 특유의 스포티한 감성을 드러낸다. = 노병우 기자


인테리어에 적용된 소재들은 타이칸 터보 GT 모델에서 차용했다. 스포티한 레이스-텍스와 부드러운 블랙 가죽이 확장 적용된 구성을 기본 사양이다. 또 전동식 18방향 조절 기능이 포함된 어댑티브 스포츠 시트 플러스와 모드 스위치 및 열선 기능이 내장된 GT 다기능 스포츠 스티어링 휠, 푸시-투-패스 기능과 트랙모드가 포함된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역시 기본 사양이다.

옵션 사양의 GTS 인테리어 패키지는 기존의 카민 레드에 더해 슬레이트 그레이 네오 컬러도 제공된다. 계기판과 파워미터, 시동 그래픽에는 타이칸 GTS 로고가 표시되며, 보스(BOSE)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기본 사양으로 장착된다.

◆전기 퍼포먼스 정수, 아우토반에서 느낀 GTS 본색

이번 시승 코스는 PEC 라이프치히에서 출발해 독일 아우토반과 국도를 달려 포르쉐 주펜하우젠 팩토리에 도착하는 여정이었다. 중간에는 슈투트가르트 레온베르크에 위치한 포르쉐 차징 라운지에서 충전 체험도 진행했다.

차량의 낮은 자세와 완만하게 누운 루프라인은 전기 스포츠 세단의 미학을 정석적으로 보여준다. = 노병우 기자


출발 버튼을 누르는 순간, 계기판의 빛이 깨어나며 모든 감각이 곤두선다. 타이칸 GTS는 숫자로만 봐도 충분히 빠르다. 타이칸 GTS는 기본 최고출력 605마력, 런치 컨트롤과 함께 할 땐 최대 700마력(515㎾)의 오버부스트 출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는 단 3.3초다. 여기에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425㎞다.

타이칸 GTS가 진짜 인상적인 건 숫자 뒤에 숨겨진 질감이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타이칸 GTS는 단지 빠른 차 그 이상이다. 포르쉐 특유의 날렵한 반응성과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가 결합됐을 때는 마치 롤러코스터가 떨어지기 직전의 무중력 순간, 그 찰나의 텅 빈 느낌이 있다. 타이칸 GTS는 그 감정을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반복해서 안겨준다.

가장 인상적인 구간은 단연 아우토반이다. 타이칸 GTS는 시속 250㎞까지 무서울 정도로 매끄럽게 가속했고, 속도계의 움직임은 어떤 주저함도 없었다. 속도계의 그래픽이 살아 움직이듯 반응했는데, 이는 운전자의 시각적 흥분까지 유도한다. 

인테리어에 적용된 소재들은 타이칸 터보 GT 모델에서 차용됐으며, 스포티한 레이스-텍스와 부드러운 블랙 가죽이 확장 적용된 구성을 기본 사양으로 제공한다. = 노병우 기자


단 10초 동안 허용되는 푸시-투-패스(Push-to-Pass) 기능을 활용하면 최대 70㎾의 출력이 더해져 짜릿함을 준다. 전기차가 주는 순수하고 직관적인 즐거움인 순간적인 출력 폭발, 전기차 특유의 무소음 펀치가 느닷없이 날아든다.

고속에서 타이칸 GTS의 스티어링 휠은 놀라울 정도로 묵직하고 정교하게 반응했고, 차체는 마치 땅에 붙은 듯 안정감을 유지했다. 주행 내내 코너링. 반복되는 급제동에서도 브레이크 페달은 밀림 없이 견고했고, 리어 액슬 스티어링과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이 포함된 포함된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만들어내는 안정적인 자세 제어가 인상적이었다. 

또 포르쉐 액티브 라이드(Porsche Active Ride)의 개입으로 각 바퀴에 최적화된 하중 분배를 통해 노면과의 접지감이 탁월했고, 편안한 승차감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하중을 지탱한다. 전기차는 고속에서 가벼울 것이라는 선입견은 포르쉐 GTS 앞에서는 무너진다.

타이칸 GTS의 공인 받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425㎞이지만, 실제로 100% 충전됐을 때의 수치는 448㎞로 나타났다. = 노병우 기자


타이칸 GTS는 단순히 빠르게 달리는 전기차가 아니라 빠르게 달리면서도 기분 좋게 운전할 수 있는 차라는 것을 운전하는 동안 쉼 없이 증명했다. 단순히 전기차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했다. 이건 그냥 포르쉐다.

◆갤러리 같은 전기차 피트 스톱 '포르쉐 차징 라운지'

아우토반에서의 고속질주 이후 도착한 곳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레온베르크. 바로 여기에 포르쉐의 여섯 번째 차징 라운지가 있다. 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이면서도, 주변 풍경은 조용하고 차분했다. 스피드의 흥분을 잠시 내려놓고, 전기차가 쉬어가는 이 공간은 단순한 충전소가 아니다.

디자인, 기능, 효율, 편의성, 지속가능성까지 모든 면에서 포르쉐다운 충전소다. 스튜디오 F.A. 포르쉐(Studio F.A. Porsche)가 디자인한 이 라운지는 콘크리트를 최소화한 대신 목재와 석재, 금속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구조였다. 이들은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ürttemberg)에 위치한 포르쉐 파트너사가 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제작한다.

'포르쉐 차징 라운지'는 디자인, 기능, 효율, 편의성, 지속가능성까지 모든 면에서 포르쉐다운 충전소다. ⓒ 포르쉐코리아


차고지보다는 하나의 갤러리에 가까운 공간. 실내에 들어서니 공기마저 정제된 듯했고, 조명은 은은했다. 빠르게 에너지를 채워 넣는 곳이지만, 분위기만큼은 오히려 느긋하다.

24시간 운영되는 이곳에는 최대 400㎾ 출력의 DC 초고속 충전기가 총 6기 마련돼 있어 타이칸 GTS의 경우 10%에서 80%까지 단 18분이면 충분했다. 그 짧은 시간 라운지 안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실 여유가 있다. 조용한 음악, 햇살 좋은 창가 자리, 디지털 스크린에 떠 있는 차량 충전상태. 이 공간은 충전소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누구도 눈치 채지 못 할만하다. 

출입은 포르쉐 ID를 통해 자동화돼 있었고, 번호판 인식 시스템 덕분에 별도의 인증 과정 없이도 차단기가 자동으로 열린다. 포르쉐 애플리케이션의 QR 코드를 사용해 충전소와 라운지를 이용할 수도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지붕 위 태양광 패널과 히트펌프 기반의 냉난방 시스템이다. 디지털 건물 관리 시스템은 전력 소비를 최적화하고, 현장에 이용자가 없을 경우 조명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친환경적 기술이 전기차 충전의 뒷단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은 포르쉐가 단지 빠르고 예쁜 차를 만드는 데에만 몰두하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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