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전동화의 거센 물결을 타고 새로운 지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수소전기차는 여전히 미래를 대변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물론 대중화가 더디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절대적인 친환경성 △짧은 충전시간△장거리 주행은 배터리 전기차가 넘지 못한 벽이기도 하다.
'수소전기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만큼 수소에 진심인 브랜드도 없다. 그런 현대차는 넥쏘(NEXO)를 통해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수소 에너지 비전을 선도하는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
디 올 뉴 넥쏘. 지난 2018년 3월 출시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완전변경 모델이다. 최근 현대차의 수소 에너지 비전과 친환경 모빌리티 혁신을 상징하는 디 올 뉴 넥쏘를 시승했다.

디 올 뉴 넥쏘는 현대차가 7년만에 선보이는 완전변경 모델로, 수소 비전의 실체를 입증하는 친환경 수소전기차 모델이다. ⓒ 현대자동차
시승코스는 메이필드호텔(서울 강서구)에서 출발해 동양염전베이커리카페(인천 중구)를 다녀오는 약 110㎞. 짧은 평을 먼저 말해보자면 시승코스 안에서 디 올 뉴 넥쏘는 스스로의 가치를 묵묵히, 분명하게 증명해냈다.
◆강인함과 세련됨의 경계
넥쏘를 처음 마주했을 때 느낀 인상은 두 단어로 정리된다. 차가운 강인함이다. SUV의 볼륨감을 바탕으로 정제된 조형미를 입힌 실루엣은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인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을 실현한 모습이다.
전면 주간주행등(DRL)과 리어 콤비램프는 수소를 뜻하는 분자식(H2)이자 수소(Hydrogen)와 인류(Humanity)의 축을 담은 현대차그룹의 수소 비즈니스 브랜드 HTWO 심볼을 형상화한 'HTWO 램프'가 적용돼 입체적으로 디자인된 범퍼와 조화를 이루며 과감하면서도 세련된 인상을 완성시켰다.

디 올 뉴 넥쏘는 SUV다운 강인한 이미지를 담아내면서도 수소전기차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갖췄다. = 노병우 기자
측면에서 바라본 윤곽은 단단한 직선들이 조화롭게 교차하며, 휠 아치 라인은 차체를 감싸듯 설계돼 차량에 안정감을 더한다. 후면부 역시 디자인의 중심축은 명확했다. 콤팩트하면서도 존재감 있는 리어램프와 수평적인 디자인 구성은 차량을 넓고 낮아 보이게 만든다.
실내는 따뜻함이 흐른다. 기능성 중심으로 정돈된 실내 구조에, 패딩 처리된 내장재와 디지털 사이드미러(DSM), 곡선형 파노라믹 디스플레이가 조화를 이뤄 안락하면서도 개방적인 인상을 준다.
전반적으로 실내외 V2L과 100W C 타입 충전포트를 탑재해 다양한 디바이스와의 연결성을 강화한 모습이었고, 인상 깊었던 점은 현대차 최초로 뱅앤올룹슨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과감한 직선의 라인들로 빚어낸 측면 윤곽은 측후면을 감싸는 아치 구조의 단면과 어우러져 단단하고 견고한 디 올 뉴 넥쏘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 노병우 기자
디 올 뉴 넥쏘는 친환경 모델의 대표주자답게 현대차 최초로 외장 범퍼 및 클래딩에 적용된 폐차 재활용 플라스틱을 비롯해 △바이오 프로세스 가죽 △바이오 폴리우레탄 가죽 △바이오 페인트 △바이오 플라스틱 △재활용 PET 원단 △리넨 원단 등 친환경 소재를 내·외장재 곳곳에 적극 사용했다.
또 기존 모델 대비 80㎜ 확장된 리어 오버행을 기반으로 최대 4개의 골프백 수납이 가능한 510ℓ(VDA 기준)의 러기지 공간을 확보했고, 다양한 액세서리 부착으로 기호에 맞춰 러기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체결형 플랫폼을 적용했다.
◆조용한 자신감 그리고 빠른 한 걸음
디 올 뉴 넥쏘(이하 넥쏘)는 독특한 디자인과 탁월한 실용성을 넘어 동력성능 측면에서도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뤘다.

후면부는 콤팩트하면서도 존재감 있는 리어램프와 수평적인 디자인 구성은 차량을 넓고 낮아 보이게 만든다. = 노병우 기자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넥쏘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달려 나간다. 시승 구간 초반 서울 시내를 빠져나가는 구간에서 놀라웠던 건 초반 토크의 여유다. 150㎾의 최고출력, 0→100㎞/h 가속 시간 7.8초. 넥쏘는 전기차 특유의 민첩한 반응성과 수소차 특유의 무게 중심 안정성이 절묘하게 맞물려 있었다.
동력 시스템은 더 정교해진 모습이다. 넥쏘에는 현대차가 새롭게 개발한 2-스테이지 인버터 시스템이 적용된 덕분이다. 이 시스템의 경우 일상주행에서는 한 개의 인버터가 효율 중심으로 작동하고 고속주행이나 언덕길 등에서는 두 개가 동시에 작동해 출력과 효율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찾아낸다.
수소차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연료전지 스택은 출력 94㎾, 전기모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고전압 배터리는 80㎾ 출력까지 낼 수 있게 설계됐다. 여기에 총 6.69㎏의 수소를 담을 수 있는 고성능 복합소재 저장탱크가 결합되며, 놀라운 효율과 주행 안정성을 동시에 갖췄다. 이 시스템 조합 덕분에 단 5분의 충전으로 720㎞까지 달릴 수 있다(18인치 타이어, 익스클루시브 트림, 복합연비 107.6㎞/㎏)

실내는 마치 거주공간과 같은 따스함과 편안함을 전해줄 수 있도록 부드러우면서 풍부한 느낌의 패딩 패턴이 적용됐다. = 노병우 기자
시승 중 넥쏘는 긴 주행거리 덕분에 충전에 대한 불안이 전혀 없었다. 인천 중구로 향하면서 만나는 모든 도로에서 꾸준한 출력과 정숙함을 유지했고, 608㎞에서 출발해 목적지를 다녀왔을 때도 500㎞ 이상을 더 달릴 수 있는 여유가 남아 있었다.
이런 여유는 단순히 수소 효율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운전자가 느끼는 스트레스 최소화에도 있다. 넥쏘에는 현대차의 최신 ADAS 시스템이 거의 빠짐없이 탑재됐다. 고속 구간에서는 고속도로 주행보조 2(HDA2) 기능이 중심을 잡아주고, 앞차와의 거리 조절은 물론 차선변경까지 능동적으로 수행해준다.
차량이 커브를 부드럽게 따라가는 모습은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 기능이 실제로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체감하게 했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정속주행이 아니라 △곡선로 △진출입로 △속도제한 구간에 맞춰 넥쏘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는 스마트한 주행을 가능케 한다.

크래시패드 측면에 일체형으로 탑재된 디지털 사이드 미러(DSM). = 노병우 기자
도심으로 복귀하는 길, 신호 대기 중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ICC)이 운전자의 시선이 떨어지자 '전방 주시' 경고를 부드럽게 띄웠고, 수소충전소 위치를 자동으로 안내하는 루트 플래너 시스템도 목적지까지 주행 가능여부를 수시로 계산하며 충전소 정보를 실시간 제공했다. 단순한 주행을 넘어서 차가 스스로 도우미가 돼줬다.
*마무리하며
넥쏘는 단순히 탄소를 줄이는 차를 넘어 현대차가 그리는 미래 에너지 전환 비전의 실체다. 주행거리, 성능, 편의사양, 디자인 등 모든 요소의 방향성이 명확했고, 그 중심에는 수소라는 키워드가 존재했다.
비록 여전히 수소전기차가 대중화되기에는 빠를 수 있지만, 디 올 뉴 넥쏘에는 수소를 향한 현대차의 진심만큼은 묵직하게 담겨져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