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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점포가 아니라 청와대에 입주하는 유일한 은행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앞서 국내 대다수 은행이 참여했다. 당초 6개 은행이 1차 각축을 벌이고, 2단계 압축과정에서는 우리은행과 농협이 치열한 경합을 펼쳤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종 선정을 놓고 많은 이야기를 낳고 있다.
◆우리은행과 농협, 모두 막강한 배경… 결국 작은 차이가 문제 갈랐다
농협은 최원병 현 농협중앙회 회장이 부임 당시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고교 후배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청와대 박병원 경제수석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데다가, 이팔성 현 회장도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쪽으로 결정짓든, 자칫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농협 관계자는 이같은 상황을 상기시키며 "정치적인 고려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경만으로 보면 피차일반의 백중세에 가깝다는 것. 우리은행 관계자도 "여러 가지 판단이 있었겠지만, 정치적인 고려는 없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선정 과정에서 시일이 예정보다 더 소요되면서(당초 7월 초순경 선정, 9월 중 입점), 이 처리 과정에서 금융권에서는 'FTA 체결 반대'를 주장하며 대정부 시위를 벌였던 농심을 달래기 위해 '농협카드'를 선정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우리은행으로 내정됐다가 뒤집어졌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농협측에서는 이 점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동점 경합까지 압축했다는 게 농협측의 주장).
◆동점 경합 끝에도 놓친 입점, '20년 역사 주거래 은행'의 컴백 무산
역전설은 차치하고라도, 결국 우리은행은 치열한 경합 속에서 최종까지 압축해 들어갔으나, 마지막 단계에서 아쉬운 석패를 했다는 정리가 가능하다.
이 점에 대해 우리은행에서는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아쉬움을 달래는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인사(은행 주요 인사들의 면면)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청와대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점 과정에서 어느 은행이 더 적절한지의 경쟁이었고 어떤 서비스를 할 것이라는 점에서 판단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우리은행이 각종 시금고, 도금고 등을 운영한 경험이 풍부하기는 하지만 '청와대 안의 지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제는 다르지 않느냐"라며 애써 담담한 반응을 덧붙였다.
즉, "입점하면 유무형의 상징적 이익이 있겠지만", "다음에 기회가 계속 있을 것이라며 다음을 기약한다"는 게 우리은행의 대외적인 공식 반응인 셈이다.
하지만 역사를 조금 돌려보면 이런 두 은행간 용호상박이 과연 정치적 고려를 전면 배제한 판단이었는지 아리송한 부분이 있다. 바로 우리은행의 과거 문제 때문.
우리은행이 '청와대 주거래은행'으로 20년 이상 누려온 자부심을 되찾을 뻔 하다가 밀려났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은행의 두 근간인 구 한일은행과 구 상업은행 중, 구 상업은행 효자동 지점은 한빛은행과 우리은행으로 간판을 바꿔달면서 긴 시간 청와대의 주거래 은행이었다(노무현 대통령 시대 이후 국민은행 청운동 지점으로 넘어감).
지난 1968년 설립된 우리은행 효자동지점은 과거 '상업은행 효자동지점'인 본명 이외에도 '청와대 금고'로 명성을 누려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상은의 후신인 우리은행에 '축적된 노하우'가 있다는 점을 추가 고려해야 옳다는 상식적 판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경력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왜 그럴까?
◆20년 '주거래은행' 훈장에 먹칠한 비자금창구의 역사
결국 우리은행의 이번 입점 경쟁 탈락은, 우리 나라 금융기관들이 지나온 60년 은행 영욕사를 압축한 과거사 정리로 이해하는 게 가장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이는 우리은행이 청와대금고로 긴 시간 노하우를 축적해 온 것도 무형의 자산이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오욕의 역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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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같은 지점에서 학력 날조 논란의 주인공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씨 명의의 개인 금고에 성곡미술관장이자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부인인 박문순씨의 비자금이 보관돼 있다는 논란이 불거져 '왕년의 청와대 금고'로서의 명성에 또 한 차례 먹칠을 했다.
최근에도 우리은행은 비자금 창구로서 다루기 쉽다는 인상을 한 번 더 줬다. 김용철 변호사 폭로 사건 와중에 황영기 전 우리은행 행장(현 국민지주 회장)이 삼성비자금 논란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면서, 특히 삼성센터에 들어가 있는 우리은행 지점이 '창구' 역할을 했다는 논란에 말려들었던 바 있다.
◆'돈문제' 민감한 이명박 정부,우리은행 전력 달가울 수 없어
우리은행이 최근까지도 검은 돈의 창구로 이용돼 왔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막판 변수로서 큰 마이너스로 작동할 수 있는 요소다.
특히 당선 이전부터 BBK 사건 등으로 돈 문제가 깨끗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미지가 아직 남아 있는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사소한 문제 하나하나라도 검증의 도마에 올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옛 대통령들의 비자금 금고 역할이야 차지한다 치더라도, 최근 삼성비자금에 우리은행 일선 지점이 관여했다는 논란은 이번 경쟁에 별반 득이될 수 없는 요소다. 그 당시 행장이 다름아닌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현 국민지주 회장)이고 그가 MB맨 낙하산 논쟁을 끊임없이 달고 다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결국 효자동 비자금 금고 논란, 삼성 비자금 창구 논란 등의 검은 역사는 청와대 주거래 20년사의 자랑스런 장점도 빛을 바래게 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은행의 이번 입점 경쟁 탈락은, 우리 나라 금융기관들이 지나온 60년 은행 영욕사를 압축한 '역사 바로세우기'의 한 토막으로 이해하는 게 가장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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