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더본코리아 '500원 커피' 상생안…"자영업자 더 아프다"

빽다방 점주 과로·인근 카페 매출 반토막…"돈으로 무마, 역효과 날 수도"

배예진 기자 | byj2@newsprime.co.kr | 2025.06.16 16:01:02
[프라임경제] '500원 아메리카노'라는 파격 할인 행사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더본코리아(475560)의 빽다방이 예상치 못한 후폭풍에 직면하고 있다. 본사는 이벤트로 주목을 받았지만, 일선 매장 점주와 인근 자영업자들의 속앓이만 더 깊어졌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빽다방 매장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50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핫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모두 해당됐고, 할인 금액은 전액 본사가 부담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 더본코리아가 발표한 300억원 규모의 본사 전액 부담 상생안 중 일부이며, 그동안 이어진 위생 문제, 원산지 표기 의혹 등 각종 논란을 타개하고자 기획됐다.

행사 첫날부터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일부 매장 앞에는 수십 명이 줄을 섰고, 주문이 몰리며 키오스크 시스템이 마비되는 일도 발생했다. 제빙기 얼음이 동나는 사태도 잇따랐다. 매장 내부에서는 직원들이 얼음과 컵만 따로 담당해야 할 정도로 손님이 몰렸고, 일부 지점은 브레이크 타임을 걸며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 SNS 갈무리

그러나 이러한 관심이 모두에게 반가운 일은 아니었다. 빽다방 매장 근처에서 1인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완전히 뚝 끊겼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0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빽다방 옆 카페 매출 공유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작성한 점주는 "평일 기준 오후 2시까지 보통 45만~50만원 매출이 나오는데, 행사 당일엔 7만5000원에 불과했다"며 허탈해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도 댓글로 "평소 이 시간대에 매출 70만원 정도 하는데 지금은 31만원"이라며 "오늘 매출 정말 눈물만 흘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커뮤니티에는 "500원 커피 앞에선 누구도 경쟁이 안 된다", "장사 망쳤다", "이벤트가 끝나도 손님이 안 돌아올까 두렵다"는 반응들이 올라왔다. 인근 상권 전체가 '반짝 이벤트'의 그림자에 휩싸인 셈이다.

정작 빽다방 가맹점주들 역시 큰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 할인 금액은 본사가 전액 부담했지만, 고객 응대로 인한 인건비, 재고 부담, 장비 과부하 등은 고스란히 점주의 몫이었다.

한 누리꾼은 빽다방 매장 앞 구급차가 도착한 사진과 함께 "방금 빽다방 사장님 과로로 쓰러져 신고한 거 같다. 구급대원들이 응급차에서 사장님 상태 보고 있다"며 "다행히 의식은 있고, 매장에서 알바 4명이 여전히 전쟁 중"이라고 게시글을 올렸다.

일부 빽다방 직원들은 "얼음이 다 떨어져 손님을 돌려보내야 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아르바이트생이 죽어 나간다", "사람 너무 많으니 오지 마세요"라는 글까지 올라오며 '알바 불매 호소'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 SNS 갈무리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가 본사에는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됐지만, 빽다방 가맹점주와 인근 상권에는 피해를 주는 구조적 모순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백종원 대표가 각종 논란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으니 사과 차원에서 파격적으로 저렴한 커피를 판매하는 '이벤트'를 한 것"이라며 "일시적인 행사보다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하거나 본사 외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하는 등 가맹점들이 원하는 지원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더본코리아가 사회적 책임을 갖고 진정성 있게 가맹점주들과 상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도 "이번 행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선 안 되며, 변화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며 "오히려 '돈으로 무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으니 지속적인 개선 의지와 후속 조치를 통해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소비자 신뢰 회복에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순간적으로는 한곳에 쏠림 현상도 생기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골목 전체가 살아날 겁니다."

2018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SBS TV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출연을 시작하며 언론을 통해 남긴 말이다. 골목 전체를 살리겠다는 그의 신념과 달리, 이번 더본코리아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인근 상권 점주들에게 상처만 남기고 갔다.

한편 더본코리아는 이달 말까지 자사 브랜드 20개 대규모 할인전을 앞두고 있다. 빽다방 이외에도 △역전우동 △홍콩반점0410 △한신포차 등이 주요 메뉴 가격을 40~50%까지 할인하는 등의 행사를 전개할 예정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