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서울 최대 규모 도시정비사업지인 '용산정비창 전면 1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권 경쟁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시공사 선정을 앞둔 포스코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294870, 이하 HDC현산)은 각각 홍보관을 열고 조합원 설득에 나섰다.

포스코이앤씨 '오티에르 용산' 모형도. = 김주환 기자
지난 9일 양사는 용산구 한강로3가에 위치한 베르가모 웨딩홀 건물 4층과 5층에 각각 홍보관을 개관했다.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조합은 오는 22일 총회를 열고 최종 시공사를 결정할 계획이다.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일대에서 추진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만 약 1조원에 달하는 대형 도시정비사업이다.
◆ 포스코이앤씨 '오티에르 용산' 조망은 데이터, 연결은 구조로
서울 용산구 베르가모 웨딩홀 4층. 홍보관 입구를 지나자마자 마주한 중앙에는 한눈에 단지를 살펴볼 수 있는 대형 모형도가 놓여 있다. 외관은 건축가 벤 반 베르켈과 협업한 곡선 구조로, 한강의 흐름을 형상화한 설계다.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조망 시뮬레이션 부스다. 포스코이앤씨는 국내 AI 조망 분석 기업 '텐일레븐'과 협업해 약 1만2000회의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총 513세대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도록 설계를 조정했다. 기존 대비 조망 가능 세대 수는 178가구 늘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가 '오티에르 용산' 시공 계획을 조합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김주환 기자
현장 상담자는 조합원이 원하는 동·호수를 입력하면 시뮬레이션 화면을 통해 해당 세대에서 보이는 전망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화면에는 △노들섬 △여의도 △마포대교 등 실제 조망과 유사한 시야가 구현된다.
포스코이앤씨는 한강 조망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네덜란드 건축 디자인 그룹 'UNStudio' △덴마크 조명 브랜드 '베르판' △독일 고급 창호 시스템 '슈코(Schüco)' 등을 적용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조망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설계를 정밀하게 조정했다"라며 "조합원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기술을 시각화했다"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이앤씨 '오티에르 용산' 유니트. = 김주환 기자
◆ HDC현산 '더 라인 330' 구성 동선 중심 체험 설계
한 층 위 5층에는 HDC현대산업개발의 홍보관이 마련돼 있다. 프로젝트명 '더 라인 330'은 단지 내에 계획된 330m 길이 스카이라인 커뮤니티를 기반한 것이다. 입구를 지나면 △단지 모형도 △실물 유니트 △브리핑룸 등이 순서대로 배치돼 있다.
모형도 좌측에는 지상 115m 높이에 조성되는 360도 조망 커뮤니티 공간 '하이라인 커뮤니티'가 구현돼 있다. HDC현산은 총 600세대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 중 444세대는 욕실에서도 한강을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세대에는 독일 프리미엄 창호 브랜드 '레하우(REHAU)'의 초광폭 창호를 적용해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조합원들이 HDC현대산업개발 '더 라인 330' 모형도를 바라보고 있다. = 김주환 기자
이 같은 조망 중심 설계는 HDC현산이 강조하는 고급 주거 콘셉트와도 맞닿아 있다. 설계에는 △SMDP △CBRE △LERA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 △파크하얏트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운영에 참여했다. 또 고급 호텔식 공간 연출을 위한 디테일도 함께 반영했다.
홍보관 내 가상현실(VR) 체험 부스에서는 세대별 조망을 360도로 확인할 수 있었다. 조합원들은 체험 부스에서 실제 뷰와 유사한 시각 정보를 직접 확인하며 조망 수준을 판단할 수 있다.

조합원들이 HDC현대산업개발 '더 라인 330'의 유니트를 살펴보고 있다. = 김주환 기자
◆ '재정 지원 조건' 역시 양사가 강조하는 포인트
포스코이앤씨는 △담보인정비율(LTV) 160% △이주비 최대 16억원을 제시했다. 공사비는 평당 894만원 수준이다. 회사 측은 '분양 수입금 내 기성불 지급' 구조를 강조하며 조합이 초기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반면 HDC현산은 △이주비 최대 20억원 △LTV 150% △CD+0.1% 고정금리 등 비교적 공격적 모습이다. 공사비(858만원)도 포스코이앤씨보다 36만원 가량 낮았다. 뿐만 아니라 공사 기간도 42개월로, 단기간 완공 가능성을 강조하며 일정 안정성까지 어필했다.

HDC현대산업개발 '더 라인 330' 유니트(조망형 욕실)의 모습. = 김주환 기자
◆ 연결 전략도 정면 승부, 포스코 '빅링크' vs 현산 '동선 활용'
두 건설사는 단지를 △용산역 △신용산역 △국제업무지구 등 인근 주요 시설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각기 다른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포스코 빅링크'라는 이름 아래, 단지를 신용산역과 지하 통로로, 국제업무지구와는 지상 보행육교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한강대로 하부에 지하 통로를 설치하고, 육교는 기부채납 방식으로 선제 조성할 계획이다.
HDC현산은 자사가 보유한 용산 일대 운영 자산을 활용해 지하 통로를 통한 용산역·신용산역 연결, 국제업무지구 내 덮개공원과의 연결을 제안했다. 이 구상을 통해 용산 아이파크몰까지 이어지는 보행 동선을 형성하겠다는 계획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가 VR 체험 공간에서 '더 라인 330' 단지를 직접 설명하고 있다. = 김주환 기자
다만, 양측 모두 상대의 계획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포스코 측은 "지하 연결을 위해서는 기존 건물 소유주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또한 HDC현산 측은 "한강대로 하부에 지하 통로를 내는 계획은 차량 통행량과 지하철 노선으로 인해 공사 허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용산구 소재 중개전문가는 "조합원들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건 이주비와 공사비"라며 "브랜드나 외관보다도 결국 조망과 금융조건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했다.
두 홍보관을 둘러보는 내내 '누가 더 많이 퍼주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가'가 수주 경쟁의 관건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포스코이앤씨는 기술과 구조, 디자인 완성도를 통해 신뢰감을 강조한 반면 HDC현산의 경우 실감나는 체험과 브랜드 동선 설계를 통해 감각적 인상을 남겼다. 과연 누가 더 멋진 한강을 조망하게 할지, 어떤 브랜드가 조합원 삶을 더 설득력 있게 그려냈는지, 그 선택은 조합원들의 몫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