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압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시위가 확산되자 LA에 주방위군 2000명을 투입하는 강경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과도한 단속보다 인권 보호와 공동체 보호를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국가의 이민질서를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총 265만0783명에 달하며, 이 중 약 40만명(약 15.5%)은 비자 만료 후에도 국내에 머무르고 있는 불법체류자로 파악되고 있다. 팬데믹 기간 일시적으로 감소했던 수치는 2023년 42만명으로 반등했고, 2024년 들어 일부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세계 최악 수준의 저출산·고령화 국가다. 통계청은 2024년 기준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매년 30만명 이상 감소하고 있으며, 2025년부터는 인구 자연 감소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농어촌, 제조업, 건설업, 요양 분야를 중심으로 외국인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현행 외국인 고용제도(E-9 비전문취업, H-2 방문취업 등)는 산업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합법적인 체류에서 이탈한 외국인을 사후에 추적·관리하는 체계도 매우 미흡하다. 더구나 불법체류자 고용 사업장에 대한 단속은 인력난을 이유로 지자체 차원에서조차 소극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산업현장의 인력 수요는 늘고 있으나, 국가의 외국인 체류 및 고용에 대한 통합 관리체계(컨트롤타워)는 사실상 부재하다. 법무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등 각 부처와 기관이 제각각 역할을 나눠 맡다보니 정책 일관성이 부족하고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외국인 유입이 증가하는 구조적 상황에서 이와 같은 '분산형 대응'은 중장기적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관련 예산과 인프라의 부재다. 2024년 정부의 불법체류자 대응 관련 예산은 전체 출입국관리 예산의 5%에도 못 미친다. 자진 출국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나, 불법체류를 방지하기 위한 사전 상담, 통합 정보 제공 체계 등도 매우 제한적이다. 이대로라면 불법체류자 증가가 치안 문제와 지역 갈등, 외국인 혐오 등 복합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사후 단속'이 아닌 '사전 예방' 중심의 정책 패러다임 전환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다음과 같은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첫째, 외국인 체류·고용 정책을 통합 조정하는 중앙 컨트롤타워 설치가 필요하다. 외국인 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범부처 합동기구가 국가 차원에서 조정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둘째, 출입국 이력, 체류지, 고용 현황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기반 이력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실시간 감시보다는 투명한 데이터 관리와 정책연계가 우선되어야 한다.
셋째, 산업현장의 인력 수요를 제도권 내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합법적 취업 비자 확대와 간소화가 필요하며, 불법체류자에 대한 자진 출국 유도 인센티브 제도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넷째, 지역별로 외국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외국인 통합지원센터'를 확대하여 초기 정착 지원과 체류 만료 안내, 통역·법률 상담 등을 제공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불법체류자 문제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정책 부재와 관리체계 부실이 불러온 구조적 문제다. 이대로 방치된다면 머지않아 외국인 고용에 의존하는 산업 기반의 불안정성은 물론, 사회 갈등과 법질서 훼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이 사전 예방의 골든타임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예방 중심의 이민·체류정책 대전환을 통해 지속가능한 외국인 정책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재한외국인지원협회 강동구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