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투자자가 10개월 만에 국내 증시로 복귀했다. = 박기훈 기자
[프라임경제] 외국인 투자자가 10개월 만에 국내 증시로 복귀했다.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가 완화되고 원화가 강세로 전환되면서다. 개별주로는 SK하이닉스(000660)가, 섹터별로는 방산·원전주가 외국인의 집중 매수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해외수출 호조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한 수출주에 대한 투심도 살아나고 있는 모양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5월 한 달간 국내 증시에서 총 2조637억원을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1조9635억원, 코스닥에서는 1001억원어치를 각각 사들였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월간 순매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9개월 연속 38조원 넘게 '팔자'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4월에만 10조원이 넘는 순매도를 나타내며, 코로나19 충격이 절정이었던 2020년 3월 이후 가장 강한 매도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완화되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며, 외국인 자금 흐름이 국내 증시로 전환됐다.
◆ SK하이닉스, 약 14조8000억원 '집중 매수'…현대로템·LIG넥스원도 '부각'
외국인은 특히 SK하이닉스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지난달에만 총 14조7592억원어치를 매수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선점과 D램 업황 회복 기대감이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의 대중국 AI 칩 수출 제한에도 불구하고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며 대표적인 수혜주로 떠올랐다.
서승영 DB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HBM3E 12단에 이어 HBM4 시장에서도 선두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1분기 디램 공급사들의 재고가 정점을 찍으면 본격적인 주가 상승 탄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방산주인 현대로템(064350)과 LIG넥스원(079550)에도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 방산주는 대표적인 트럼프 정책 수혜주로, 국내 방산업체들은 미국발 관세의 직접적 영향이 적고, 수출 시장을 유럽과 중동으로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5월 한 달간 국내 증시에서 총 2조637억원을 순매수했다. = 박기훈 기자
◆ 트럼프 한 마디에 '날개 단' 원전주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권에는 원전 관련주인 △두산에너빌리티(034020·4621억원) △효성중공업(298040·3884억원) △삼성중공업(010140·2730억원) △현대일렉트릭(267260·2393억원) △한국전력(015760·1932억원)도 이름을 올렸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원자력 산업 활성화 방침에 따른 수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3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개혁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신규 원전 인허가 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해 미국 내 원전 건설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착공이라는 매우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며 "실현될 경우 국내 원전 관련 기업에도 전에 없던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수출 확대에 '호실적' 기록…'K-뷰티' 등 수출주 '강세'
외국인은 에스엠(041510)과 에이피알(278470), 삼양식품(003230) 등 대표적인 수출주에도 주목했다. 에스엠은 하이브가 보유 지분을 중국 텐센트뮤직에 매각하면서 주목받았으며, 코스닥 시장에서 월간 외국인 순매수 1위를 기록했다.
에이피알은 K-뷰티 인기에 힘입어 1분기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186% 급증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 비중은 71%로 확대됐다. 삼양식품 역시 해외에서 '불닭볶음면'의 꾸준한 인기 덕에 최근 황제주 대열에 합류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수급 개선세가 지속될지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와 금리 하락 환경이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달러 약세와 금리 하락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코스피 시장 상승의 우호적인 환경이며, 특히 영업이익률이 높아질 기업을 중심으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오는 7월9일 미국의 상호 관세 유예 종료 시점을 앞두고 있지만, 내년 중간선거가 다가올수록 무역 정책 불확실성은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이라며 "외국인 매수세의 재개는 국내 증시의 방향성과 주도주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