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하이트진로(000080)가 필리핀에서 '진로(JINRO)의 대중화'라는 글로벌 전략을 제시하며, 동남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현지화를 통해 교민 의존적 소비 구조에서 벗어나 현지인 중심의 대중 소비재로 자리매김한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지난 1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하이트진로 '진로(JINRO)의 대중화, 필리핀 일상 속으로' 기자 간담회에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가 참석해 인사말을 전했다. =배예진 기자
지난 1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2016년 소주 세계화를 선언하고 지난해 진로의 대중화를 청령(聽令)했다"며 "이런 소주 세계화와 진로 대중화가 가장 모범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곳이 필리핀"이라고 강조했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7월 수도 마닐라에 '하이트진로 필리핀(Hitejinro Philippines)'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현지화에 착수했다. 지난해 관세청 무역 통계 기준의 필리핀 소주 수출 총액과 하이트진로의 자체 수출 실적을 분석한 결과, 하이트진로는 필리핀 소주 시장에서 약 67%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하이트진로는 필리핀 시장에 소주를 현지화할 수 있었던 성공 배경으로 △주요 소비층이 교민에서 현지인 중심으로 전환된 점 △과일소주에서 일반 소주로 바뀐 음주 문화 △유통 채널 입점 확장을 꼽았다.
초기 필리핀 소주 시장은 현지 교민과 한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재외동포청에 따르면, 2013년 약 8만8000명이던 필리핀 내 재외 동포 수는 2023년 약 3만4000명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소주 수출은 오히려 성장세를 이어갔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약 41.7%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현지 소비층 확장을 입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필리핀은 2024년 기준 아시아 지역에서 1인당 알코올 소비량 8위이다. 맥주 중심의 소비 구조 속에서도 수입 주류, 프리미엄 주류, RTD(Ready To Drink) 등 새로운 주류 카테고리에 대한 수요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는 국가다.

지난 18일 필리핀 마닐라 기자 간담회에서 국동균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장이 발표하고 있다. ⓒ 하이트진로
국동균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장은 "필리핀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성숙한 주류 시장 중 하나로, 당사 제품에 대한 높은 접근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글로벌 전략을 실행해 온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다"며 "한국 동포의 소주 소비량이 줄어 위기라고 생각했지만, 과일소주 출시 이후부터는 현지인들이 더 많이 소주를 소비한다"고 전했다.
2021년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내 소주 판매 구성비 기준, 과일소주가 약 61%를 차지했다. 그러나 2024년에는 일반 소주 비중이 약 68%로 역전됐다. 이는 과일소주로 입문한 현지 소비자들이 점차 '진로'의 오리지널 제품까지 선호하게 된 문화를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에 하이트진로는 현지 유통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필리핀 전역으로 유통망을 본격 확장했다. 현지 최대 유통사인 PWS(Premier Wine&Spirits, Inc.)와 SM 그룹을 비롯해 세븐일레븐, S&R 멤버십 쇼핑 등 다양한 유통 채널까지 입점했다. 유흥·외식 채널로 접하던 소주를 필리핀 일상 가정에서도 소비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넓힌 것이다.
필리핀 수입 주류 전문 유통사 PWS(Premier Wine&Spirits, Inc.)의 영업 관리자 마이크 산빅토레스(Mike Sanvictores)는 "하이트진로의 장점은 어디서든 구할 수 있다는 점과 한류 문화를 갖고 있다는 점"이라며 "하이트진로 소주는 필리핀 지방 시장에서도 구할 수 있고, 아주 조그만 가게에서도 볼 수 있다. 한류 덕분에 수요가 높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필리핀 시장에서는 '소주(soju)'라는 일반명 대신 '진로(JINRO)', '참이슬', '프레쉬(Fresh)' 등의 브랜드 명칭이 더 널리 통용되고 있다. 이는 현지 소비자들과의 정서적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맞춤형 마케팅 전략의 결과다.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은 필리핀 내에서도 확산되는 K-한류 문화를 토대로 △한식 푸드 페어링 콘텐츠 개발 △K-POP 콘서트 후원 △디지털 마케팅 등을 확대하며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자 친밀도를 높여왔다.
세계적인 K-푸드 열풍과 함께 법인은 현지 인기 삼겹살 프랜차이즈 '삽겹살라맛(Samgyupsalamat)'과 '로맨틱 바보이(Romantic Baboy)'와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 음식과 소주의 페어링 문화를 현지에 적극 확산시키고 있다. 또한, 또한, 브랜드 모델인 아이유의 필리핀 콘서트와 필리핀 최대 행사인 독립기념일 등 문화 이벤트에도 후원함으로써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아울러 전 세계 커피 소비량 3위 국가인 필리핀의 특성도 반영해 현지 커피 브랜드와 협업한 '믹솔로지(Mixology)' 제품도 선보였다.
국동균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장은 "필리핀 법인은 하이트진로의 글로벌 전략 실행을 위한 전초기지로, 앞으로도 필리핀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브랜드가 되도록 현지화 전략을 더욱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