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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FTA비준처리 입장변화, 왜?

'수적우위' 논리에서 탈피할까 패러다임변화 '촉각'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8.11.11 11:39:29
[프라임경제]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의 힘겨루기가 한미 FTA 비준 처리, '3대 악법 저지', 예산안 수정을 둘러싼 논쟁 등으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유연한 제스처를 보이기 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민주당 공세에 일촉즉발까지 갔던 양당 대치상황

민주당이 악법 저지 등을 선언하고 나선 가운데 한나라당이 이를 수의 우위로 밀어붙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종합부동산세 등의 감세법안과 금산분리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은행법,금융지주법,공정거래법 등 규제완화법안, 신문·방송겸영 규제 완화 등 '쟁점'을 모두 정기국회에서 논쟁 도마에 올리겠다는 민주당의 구상(10일 민주당 의원워크숍)은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정책 전체를 발목잡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정부와 여당이 묵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해석된 것이다.

또한 절대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합법적으로' 못할 일이 없어 수적 우위를 통한 밀어붙이기가 예상됐다.

더욱이 한나라당이 한미 FTA 비준안을 공청회 직후 직권상정하겠다고 이미 선언한 상황이라 '정면 충돌'이 불가피해 보였다.

◆홍준표-박진 등 중진 입장 변경, 왜?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러한 비준안 직권 상정 입장을 12일 돌연 철회하고 나섰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이 정쟁수단으로 몰고 가는 지금 (FTA 비준안을) 일방처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또 "빠른 시일내에서 선보완대책 종합판을 내놓고 야당과 조속한 시일 내에 협조해 원만히 처리할 수 있도록 외교통상통일위 의원들과 협의해 처리하겠다"면서 "FTA 문제는 언론에서 보듯이 여야 대결의 장으

   
  <유연성 카드 들고 나선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로 끌고가지 않고 국익 문제이기 때문에 정쟁 수단으로 삼지 않고 여야가 협력해서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12일 국회 외통위가 FTA 공청회를 가진 직후 상임위 상정 및 비준안 조기 처리 방침을 밝혀왔던 만큼, 이날 발언이 당론 변화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아직 당론으로 결론난 것은 아니나, 박진 외통위원장 역시 "FTA 비준은 일방적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밝혀 유연한 입장 전환 가능성에 더욱 강하게 무게를 실었다.

홍 원내대표는 "FTA 문제는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선보완대책이 나온 뒤 야당과 협력해서 국회에서 무난히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지난 1년간 47차례나 회의를 하는 등 이제 논의할 수 있는 만큼 논의가 다 됐다"고 강조했다.

◆한미 FTA 처리서 물러서면서 국정현안 타협 포석인듯

물론 여당으로서는 한미 FTA 추진이 시급하다. 예산안 통과도 관건이다. 하지만 이러한 여당 중진들의 입장에는 '힘의 논리'만으로 접근했다가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데다가, 자칫 힘의 논리를 펴놓고도 일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감 때문으로 읽힌다.

한미 FTA 비준안이야 직권 상정한다 치더라도, 정부가 요청한 각종 현안민생법안을 모두 직권상정하는 부담을 안을 수는 없다. 법안 심사는 개별 상임위→법사위→본회의를 거치게 되는 게 통상의 방식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막상 야당이 위원장직을 갖고 있는 법사위 통과가 수월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예산안 통과도 문제다. 민주당은 10일 '3대 악법 저지'라는 이슈를 만들어 낸 다음날인 11일 이번에는 예산안 개정이 제대로 민생문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대적 공격을 폈다. 민주당이 만약 이 문제를 더 집착, 이른바 3대 악법 문제와 '연계'해, 예산안의 전면 재수정을 요구한다면 여당으로서도 난감한 일이 될 것이다. 예산안 수정 후 재제출 문제는 상당한 시일 소요를 강요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법으로 정해진 비상수단인 예비비 지출로 버티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은 한나라당과 정부가 스스로 더 잘 알고 있다.

이에 따라 "야당과의 대화 및 타협에 의해 모든 절차를 진행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12일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고 정치적 대명제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민주당이 내건 3대 악법 저지와 정부가 요청하고 있는 민생법안 처리를 조율할 시간적 여유를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도 무한정 버티기에는 부담감

같은 법안들이지만, 한나라당과 정부는 민생현안이라고 생각하고 민주당으로서는 부자감세, 국민감시, 국민 편가르기 등 3가지 특징을 지닌 악법들이라며 저지를 선언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만 보면 대단한 철학적 충돌로 읽힌다. 하지만 민주당도 무한정 '경제위기 돌파'라는 압력 때문에 안티 정책으로만 버틸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따라서 민주당도 적절한 주고받기를 통해 대화를 시도할 여지는 얼마든 존재한다. 국정원의 휴대전화 감청을 합법화하거나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무한 확장하는 등의 법안은 철학의 충돌이 큰 영역이라 오히려 대화가 어렵지만, 경제 문제에 대한 논쟁은 서로 당장 일촉즉발로 대치하다가도 접점 도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민주당도 한미 FTA 비준안에 굳이 반대를 할 수는 없다. 사실상 과거 정권이 스케치한 한미 FTA인 만큼 민주당도 전면 거부를 할 수 없는 문제이고, 이런 사정에 한나라당이 굳이 직권 상정이라는 무리수 카드를 남용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직권상정 철회 움직임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이번 한나라당 중진들의 유연한 제스처는 이렇게 양쪽이 충돌을 피해 한 번 더 대화를 시작할 여지를 만들어 보자는 시도인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권력과 수적 우위'에 도취돼 많은 무리수를 둬왔던 정부와 여당이고 보면, 이번의 한미 FTA 비준안 강행처리 방침의 일부 전환은 단순히 노회한 아이디어라기 보다는,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유연성의 '발상 전환'으로 읽혀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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