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45조9827억원으로 집계됐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이 5월 들어 불과 보름 만에 3조원 가까이 증가하며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피하려는 선수요와 금리 인하 기대 및 투자 수요까지 겹치면서 가계부채가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45조982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743조848억원)보다 2조8979억원 증가한 수치다.
증가 속도가 이대로 유지된다면 이달 말까지 5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8월(9조6259억원) 이후 최대폭에 근접한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이 같은 기간 1조7378억원 늘며 증가세를 이끌었다. 신용대출도 1조939억원 늘어나 전월 전체 증가 폭(8868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가정의 달로 인한 지출 수요에 주식·가상자산 등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이 맞물리면서 신용대출이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 증가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금리 하락 기조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두 차례 인하된 데다 시장금리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주담대 고정금리는 지난해 중순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 신용대출 금리도 3.5%대까지 내려앉았다. 이런 저금리 환경은 레버리지를 통한 자산 매입 유인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3월 서울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재지정 움직임도 주택 매수를 자극해 시차를 두고 4~5월 대출 증가세로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주택거래량이 늘어난 뒤 주담대 취급 실적은 4월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오는 7월부터 적용되는 3단계 스트레스 DSR도 '막차 대출'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해당 제도는 대출 심사 시 향후 금리 상승을 반영한 스트레스 금리(1.5%포인트)를 적용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식이다. 연소득 6000만원 차주의 경우, 30년 만기 변동금리 기준 대출 가능액이 약 1200만원 줄어든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출금리가 더 내려갈 경우 차입 수요가 확대될 수 있고, 내년 입주물량 감소 등 공급 부족 우려는 주택 매수 심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개발 공약이 쏟아질 경우, 부동산 시장 기대 심리가 다시 부각되면서 대출 수요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은 규제 시행 전 막차 수요와 금리 하락에 따른 대출 확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하반기에는 주택 공급 축소, 정책 변수, 선거 이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가계대출이 과도하게 늘지 않도록 대출 심사 강화, 금리 조정, 한도 관리 등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고위험 차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시장 변동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가계부채 관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