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보훈대상자의 사회 진출을 강조했다. = 김우람 기자
[프라임경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보훈취업박람회' 현장은 전투복 차림의 현역 군인부터 단정한 복장의 예비역, 국가유공자 가족들까지 각계각층의 발걸음으로 북적였다.인생의 새로운 출발점 앞에서 진지하게 사회 진출을 모색하는 이들의 열의가 현장을 가득 채웠다.
9일 열린 박람회는 단순히 취업 정보를 얻는 자리가 아니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게 구체적인 사회 진출 기회를 제공하는 '실질적 창구' 역할을 했다.
전역을 한 달 앞둔 장교부터 참전유공자의 자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참가자들이 박람회를 찾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진로에 대한 간절함이었다.
현역 군복을 입고 박람회장을 찾은 장교 A씨는 "군 생활 내내 사회와 단절돼 있었고, 전역을 앞두니 막막했다"며 "이런 박람회가 있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총 43개 기업이 채용 상담에 참여했다. 참여 기업들 역시 보훈대상자 채용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일부는 장교 출신 인사담당자를 상담사로 배치해 참가자들에게 공감 어린 조언을 전했다.
행사에 앞서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오늘은 희생과 헌신하신 국가유공자와 제복 근무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국가보훈기본법에 따라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다하고, 국민 통합을 이끌어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박람회는 특히 군 간부 출신 제대군인들에게 특히 의미 있는 기회였다. 폐쇄적인 군 환경에서 근무한 이들에게 사회 진출은 또 다른 도전인 만큼, 서울지방보훈청 제대군인지원센터는 맞춤형 상담 부스를 운영했다.
센터는 군 복무 경력이 10년 이상인 간부 출신 상담사를 배치해 후배 제대군인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제공했고, 상담 부스는 하루 종일 참가자들로 붐볐다.

서울제대군인지원센터의 상담 부스 = 김우람 기자
기자는 서울제군센터 상담 부스에서 만난 황다솔 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지난해 예비역 중위로 전역한 뒤 현재는 취업 준비 중이다. 아직은 군인 특유의 딱딱한 말투가 남아 있었지만, 상담 10분 내내 열정적으로 질문을 던지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황 씨는 "학군 출신이지만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고, 고등학생 때는 핸드볼 선수로 활동하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오늘 상담을 통해 대학 전공과 군 경험을 잘 살려 사회에 새롭게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참여 기업들도 진심을 다해 취업 희망자들을 상담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김기태 윌앤비전 주임은 73사단과 특전사 11공수여단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춘 베테랑 간부 출신으로, 현재는 입사 9개월 차 신입사원이다.
윌앤비전은 HR컨설턴트 사업장 관리, 대형마트 파견 인력 슈퍼바이저, 인천공항 세척직원 등 3개 분야에서 인재를 채용 중이다. 김 주임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참가자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군 생활 겪은 경험도 사회에서 발휘한다면 더 큰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사회 진출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윌앤비전은 현재 △HR컨설턴트 사업장 관리 △대형마트 파견 인력 슈퍼바이저 △인천공항 세척 직원 등 3개 분야에서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김 주임은 상담자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진심을 다해 사회 진출을 도왔다.
윌앤비전 상담에 참여한 전역 3년차 군인 A씨는 "군 간부로 근무하면서 여러 명의 인원을 관리해왔다"며 "오늘 박람회를 통해 나에게 맞는 직무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채용설명회를 듣고 있는 사람들 = 김우람 기자
현장에서 참석자를 바라보는 기업 직원들도 부스를 찾은 취업 준비생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박람회에 참여한 기업 관계자들도 행사에 만족감을 표했다.
호반티비엠 관계자는 "오늘은 회사 홍보를 겸한 채용 상담이지만, 참여자들의 높은 입사 의지도 엿볼 수 있었다"며 "사회 진출이 절실한 보훈 대상자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우수한 인재를 많이 만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좋은 인재와 회사를 홍보할 수 있어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첨언했다.
한편, 이날 박람회 한편에서 4개 기업이 채용 설명회를 연이어 진행했다. 주최 측의 예상과 달리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일부 참가자들은 설명회장 뒤편에 서거나 앉아서 기업 설명회를 듣고 있었다. 행사장 입장이 불편했지만 설명회 내용을 메모하고, 피드백 받은 자기소개서를 고치는 모습을 보고 자리를 양보하는 훈훈한 모습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