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12월3일. 광주 촛불집회에 참가한 문재인 전 대통령.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제21대 조기 대선을 앞두고 대선 유력 후보들이 제시하는 '부동산 관련 공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경기 침체의 장기화 여파로 인해 이전 대선 당시 시장 상황과 유력 후보들의 공약을 되짚어보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이번 대선처럼 대통령 탄핵에 의해 초유 조기대선이 치렀던 제19대 대선의 부동산 공약은 현 시장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충분히 공약 이정표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 2016년 12월9일, 국회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대통령 자리가 약 5개월 동안 공석이었던 가운데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이라는 혼란 속에서 치러진 제19대 대선은 15명이라는 사상 최다 후보자가 난립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던 탄핵 전후 시기, 부동산 시장 역시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제 침체, 그리고 정부의 규제 강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크게 흔들렸다. 특히 탄핵 정국을 거치며 부동산 시장은 고립된 상태에서 정책적 대응을 요구 받았고, 이에 후보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부동산 공약을 내놓았다.
◆朴정부 부동산 정책, 단기 안정 효과 vs 구조적 한계
당시 박근혜 정부는 '집값 안정'과 '서민 주거 안정'을 주제로 다양한 부동산 정책을 추진했다. 이로 인해 단기적인 시장 안정과 서민 주택 공급 확대에는 일정 부분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단기적인 가격 안정화와 투기 억제에만 집중했다는 점이다. 실수요자 보호나 주택 공급 확대, 전세 대출 등의 측면에서는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었고, 투기 수요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주택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시장 혼란 가중'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대출 규제와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강화는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부동산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2016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제적 침체가 겹쳐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박근혜 정부는 11.3 대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 규제 강화'를 시도했고, 미분양 등을 우려한 건설사들은 분양 일정을 연기하거나 사업을 지연하는 상황도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시장은 탄핵 정국을 기점으로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양상을 보였다.
"건설사들은 탄핵 정국 시작과 동시에 부동산 개발 및 분양 일정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헌재의 '탄핵 인용 여부'가 불확실했던 만큼, 인용 부결은 물론 인용 시 조기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수까지 고려한 전략을 세웠다."
다행히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면서 부동산 시장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조기 대선 일정이 임박하면서 건설사들은 대선 전후로 분양 일정을 서두르는 움직임을 보였고, 일부 지역에서는 청약 경쟁률이 급증하기도 했다.
◆규제 완화로 "집값 상승 기대 어렵다" 서민 주거안정에 초점
2017년 5월 치러진 19대 대선에서는 부동산 관련 공약이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 침체된 주택 시장을 살리기 위한 경기 활성화 정책을 추진했던 이전 정부와는 달리, 대선 주자들은 △부동산 보유세 △전‧월세 상한제 등 서민 주거안정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주택 시장 안정'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서민 주거 복지 강화를 제시했다. 특히 '토지공개념'을 강화해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 공급 정책을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후보는 부동산 보유세 및 종합부동산세 인상, 공공주택 100만가구 공급,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을 추천했다"라며 "과거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고 재산세를 인상하는 등 부동산 세제를 대폭 강화한 바와 비슷한 움직임"이라고 회상했다.
청년층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는 △쉐어하우스형 공공임대주택 5만 가구 공급 △역세권 청년주택 확대 △대학 기숙사 수용 인원 5만명 확대 등을 발표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시장 내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며, 타 후보들과는 차별화된 규제 완화 중심 정책을 제시했다. 보유세 인상과 같은 과도한 정부 규제를 완화하고, 분양가상한제 등 가격 통제를 폐지하자는 입장으로, 시장 자율성을 회복하고 건설업계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주택 공급 확대와 실수요자 중심 정책을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공약으로는 △주택 공급 확대 △투기 방지 △청년·서민 주거 지원 △세금 개혁 등을 내세웠고, 특히 청년 빈곤층을 위한 청년희망임대주택 5만 가구 공급을 약속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주택 공급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 주택 공급 확대'를 강조했다. 정부가 직접 개발하는 공공임대주택을 통해 서민층 주거 불안을 해소하고, 민간 건설사와의 협력을 통해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DTI·LTV 등 금융 규제 강화 의지를 드러냈으며,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 인상과 소득세·재산세 동시 인상도 구상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부동산 투기 방지'와 '공공 임대주택 확대'를 제시했다. 특히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2배가량 높이는 정책을 당론으로 발표했다. 이밖에 '반값 임대주택'을 매년 15만 가구 공급, 2015만 가구에 월 20만원씩 주거급여를 지급하겠다는 공약도 했다.
"주거 복지와 임대주택 공급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이전 정부처럼 규제 완화를 통한 집값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시장은 현재보다 더 악화되지 않는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공약 모두 시장에서 뚜렷한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당시 업계 평가다. 박근혜 정부 후반부 '맞춤형 규제' 정책이 시장에 미친 영향력이 상당했던 만큼, 추가적인 정책 집행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임기 5년간 28차례 걸친 정책 변화…투기 억제‧실수요자 보호 '균형 실패'
선거 개표 결과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여전히 끊임없는 질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예기치 못한 글로벌 이슈로 시장 불안정이 이어졌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기 5년간 28차례에 걸친 부동산 규제 정책은 사상 최악의 부동산 시장을 초래했다."
문 정부는 집권 초 '주거복지 실현'이라는 이상을 목표로 다양한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며 출발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과 그에 따른 '시장 혼란', '집값 급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부동산 정책은 결국 실패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투기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 간의 균형을 맞추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강화와 대출 규제는 오히려 실수요자에게도 과도한 부담을 안겼으며, 주택 공급 확대 및 전월세 시장 안정화는 계획보다 더디게 진행됐다. 이로 인해 정책이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시장 불안정은 지속됐다.
시장 안정화는 단기 처방보다는 장기적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19대 대선과 마찬가지로 이번 21대 대선 역시 △실수요자 중심 정책 △주택 공급 확대 △전‧월세 시장 안정화 등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정치적 안정성과 정책 실행력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요소로 부각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