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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절반이 '적자의 늪'…연체율 증가 속 양극화 '경고등'

소형사, PF까지 몰려 부실 '직격탄'…"M&A 유도 같은 제도적 뒷받침 필요"

박대연 기자 | pdy@newsprime.co.kr | 2025.04.18 14:37:37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체율 10% 이상을 기록한 저축은행은 총 34곳으로 집계됐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국내 저축은행 79곳 중 34곳이 연체율 10%를 넘어섰다. 약 43%가 사실상 '위험 단계'인 것이다. 특히 대형사들이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중소형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에 수익성 악화와 자산건전성 저하가 겹치며 업권 내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는 평이다.

1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체율 10% 이상을 기록한 저축은행은 총 34곳으로 집계됐다. 전년 14곳 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일부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20%에 근접한 수준이다. 라온저축은행(19.03%)을 비롯해 상상인(18.70%), 상상인플러스(18.17%) 등이 대표적이다.

부실채권 비율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상승세다. 상상인(26.90%)과 솔브레인(26.20%) 등 4개사는 대출의 4분의 1 이상이 부실로 분류됐다. 

저축은행 전체 평균 연체율도 8.52%로 전년 대비 1.97%포인트(p) 상승했다. 특히 기업대출 연체율은 12.81%로, 가계대출 4.53% 대비 약 3배 높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대형 저축은행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자산 상위 5개사(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의 지난해 순이익은 총 2345억원으로 전년 1311억원 대비 78.9% 증가했다. 업권 전체가 397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808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업계 1위를 지켰고,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전년 40억원에서 401억원으로 10배 이상 늘며 급성장했다. 애큐온저축은행도 633억원의 순손실에서 370억원 흑자로 전환하며 회복세에 동참했다.

반면 자산 1조원 미만의 중소형사는 실적 악화가 지속됐다. 48개 소형 저축은행은 작년 한 해 동안 총 158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페퍼저축은행은 961억원, 하나저축은행은 306억원의 적자를 냈고, 상상인 계열도 600억원대 대규모 손실을 지속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격차의 원인을 대출 포트폴리오와 영업 기반 차이에서 찾는다. 대형사는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와 모바일 채널 강화로 가계대출 중심의 리테일 포트폴리오를 갖췄지만, 소형사는 여전히 PF 중심의 기업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대형사 가계대출 비중은 평균 47.3%로, 하위 5개사(21.4%)의 두 배를 웃돈다.

영업 권역의 차이도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 수도권에 본사를 둔 대형사들은 전국 단위 영업이 가능하지만, 지방 소형사는 지역 기반 단일 권역 영업에 머물러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수도권 저축은행의 자산은 업권 전체의 84%를 차지하고, 수익 기준으로는 88%에 달한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 업권 차원에서도 양극화 문제 해소 차원에서 자체 인수합병(M&A)을 비롯해 규제 완화와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방 저축은행이 살아남으려면 영업 권역을 광역화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실적인 M&A 시장도 열려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중소형사 지원을 위해 CSS 고도화 지원사업과 비대면 신용대출 인센티브 등을 추진 중이다. 또한 부실채권(NPL) 감축을 위한 전문 관리회사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형사는 디지털·비대면 채널과 CSS 정교화로 시장 대응력을 키웠지만, 소형사는 인력과 시스템 모두 열악해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긴 어렵다"며 "현재의 구조적 격차는 시장 자율에만 맡길 수 없는 수준으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선 영업구역 완화나 M&A 유도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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