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년 1/4분기 및 향후 성장 흐름 평가. ⓒ 한국은행
[프라임경제]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사실상 역성장했을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아직 미국의 고강도 관세정책 영향이 본격 반영되기도 전인데,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흔들리며 성장률 하방 압력이 눈에 띄게 커졌다는 진단이다.
한은은 17일 발표한 '2025년 4월 경제상황 평가' 보고서에서 "1분기 성장률은 2월 전망치(0.2%)를 밑돈 것으로 추정된다"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제성장률 중간 수치를 공식 보고서에 담아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향후 성장률 하향 조정과 대응책의 정당성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1분기 경제 부진의 원인으로는 대내외 복합 요인이 지목됐다. 한은은 "정치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경제심리 회복이 지연된 가운데, 미국의 관세정책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 일부 대형 건설현장의 공사 중단, 고성능 반도체(HBM) 수요 이연 등 예상치 못한 일시적 충격까지 겹치면서 내수와 수출 모두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 환경 변화에 따른 수출 타격도 우려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이후 미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기본관세(10%)를 부과하고, 한국을 포함한 무역적자국을 대상으로 25% 이상의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한국의 수출경로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미국 내 수입가격 상승으로 대미 수출 수요가 줄고, 미·중 간 보복관세로 인해 중국의 대미 수출이 위축되면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은 한국 전체 수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한편 소비자물가는 높은 환율에도 불구하고 낮은 유가와 수요 부진 등의 영향으로 2% 안팎의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근원물가 역시 하반기부터는 1%대 중후반으로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내달 발표 예정인 수정 경제전망에서 이같은 대내외 리스크를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 40여 곳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 중윗값은 1.4%, 하위 25%는 1.1%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