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롯손해보험이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디지털 보험사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한화
[프라임경제] 캐롯손해보험(이하 캐롯손보)이 한화손해보험(이하 한화손보)에 흡수합병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디지털 보험사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면 판매 채널 활성화가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되나 "대면 비중이 온라인보다 높다면 더이상 '디지털'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뒤따를 수 있기에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캐롯손보는 한화손보에 흡수합병을 추진 중이다. 문효일 캐롯손보 대표는 최근 전직원 대상으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이같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캐롯손보는 지난 2019년 5월15일 출범한 국내 최초의 디지털 손해보험사다. 지난 2023년 12월 총 1305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로 국내 디지털 생명·손해보험사 통틀어 최초로 1조원에 달하는 가치를 지닌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이에 '국내 최대 디지털 손해보험사'라는 수식어가 붙어 왔으나, 결국 수익을 내지 못한 점이 문제가 됐다. 캐롯손보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6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760억원 대비 개선됐으나 창사 이후 계속 적자를 이어왔다.
적자의 늪은 캐롯손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디지털 보험사는 캐롯손보를 제외하고 하나손해보험(이하 하나손보)·교보라이프플래닛(이하 교보라이프)·신한EZ손해보험(이하 신한EZ손보)·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하 카카오페이손보) 등이 있다. 이들은 지난해 합산 185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하나손보와 캐롯손보의 적자 폭은 줄었으나 나머지 3개사는 전년 동기보다 커졌다. 교보라이프는 240억원에서 256억원, 신한EZ손보는 77억원에서 174억원, 카카오페이손보는 372억원에서 481억원이다.
적자를 탈출할 돌파구로써 가장 많이 지목되는 것은 대면 판매 채널이다. 보험업계는 디지털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타 업계와 달리 여전히 대면 채널이 강세다.
실제로 법인보험대리점(GA) 설계사와 보험사 소속 설계사, 전속대리점 설계사 모두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GA 소속 설계사 수는 2022년 말 기준 24만5000여명에서 지난해 12월 기준 약 28만명으로 3만5000여명이 순증했다.
이같은 흐름에 하나손보는 결국 지난해 대면 채널 활성화를 택했다. 그 결과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전년 879억원 대비 600억원 가량 줄어든 280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한가지 걸리는 점은 '역전 현상'이다. 대면 채널을 마련할 경우 온라인 채널 판매량을 뛰어넘을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디지털' 보험사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하나손보의 대면영업 보험료 수입은 589억원이다. 이에 반해 온라인(CM)채널의 보험료 수입은 474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에는 각각 542억원, 605억원으로 CM 채널 수입이 더 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인터넷 은행처럼 디지털 보험사를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하나, 경우가 다르다"며 "대형 보험사들은 각자 다이렉트 채널 등으로 비대면 판매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정책 지원으로 파이를 뺏어올지도 의문이고, 규제를 통해 판매에 제한을 둘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핀테크 플랫폼을 통한 비교·추천 서비스로도 적잖은 잡음이 발생했는데, 디지털 보험사를 살리기 위한 어떤 정책을 내놓기는 애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