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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는 지갑 닫고 기업은 투자 줄이고' 가계 여윳돈 215조5000억원 '역대 최대'

순자금운용 전년比 55조원↑…지출 감소·증권 투자·아파트 입주 감소 영향

박대연 기자 | pdy@newsprime.co.kr | 2025.04.10 14:36:09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액은 21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160조5000억원 대비 55조원(34.3%) 늘어난 수치로 2009년 통계 편제 이래 최대 기록이다. ⓒ 한국은행


[프라임경제] 지난해 가계 여윳돈(순자금 운용액) 증가 규모가 2009년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길어지는 경기 침체에 국민들이 지출을 줄이고 주식과 펀드 등에 투자를 늘린 가운데 아파트 신규 입주물량이 감소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10일 발표한 '2024년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액은 21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160조5000억원 대비 55조원(34.3%) 늘어났다. 2009년 통계 편제 이래 최대 기록이다.

순자금 운용액은 예금, 채권, 보험, 연금준비금으로 운용하는 자금에서 금융기관 대출금을 제외한 금액으로 경제 주체의 여윳돈을 의미한다.

김용현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지출 증가를 상회하는 소득 증가, 아파트 신규입주 물량 감소 등에 따른 여유자금 증가로 순자금 운용 규모가 전년과 비교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운용은 266조1000억원으로 전년 194조8000억원 대비 71조3000억원 급증했다. 금융기관 예치금이 줄었으나 해외주식 및 해외주식형펀드 투자 증가로 지분증권과 투자펀드 부문이 늘었고, 퇴직연금 납입액 증가 등의 영향에 보험·연금 준비금도 증가해 운용 규모가 확대됐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조달은 50조6000억원으로 전년 34조3000억원에서 16조원 이상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예금취급기관 차입이 늘린 영향이다. 

김용현 한은 경제통계1국 자금순환팀장은 "주택 매매는 매매 자금이 가계 부문 안에서 주고받는 거래인 반면, 아파트 신규 입주의 경우 매매 자금이 가계에서 건설 기업으로 이전되기 때문에 가계 부문 전체 여유 자금이 줄어드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가계부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하는 측면에서 소비를 줄인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들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반적으로 투자가 위축됐다. 비금융 법인기업(일반기업)의 지난해 순자금 조달 규모는 65조5000억원으로 전년 109조4000억원 대비 43조9000억원 줄었다. 기업 순이익이 확대된 가운데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투자 증가세가 둔화하면서다. 

자금운용은 68조7000억원으로 전년 9조3000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금융기관 예치금이 증가 전환하고 해외직접투자도 늘어난 영향이다. 

자금조달은 134조2000억원으로 전년 118조6000억원 대비 확대됐다. 채권 및 주식 발행이 축소되었으나 매출액 개선 등으로 상거래신용이 증가하면서 전체 조달 규모가 커졌다.

김 팀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난해부터 커지면서 기업들의 투자 증가세가 둔화된 면이 있다"며 "기업들이 지분증권이나 투자펀드를 줄이고 금융기관 예치금을 늘렸다는 건 위기에 대비하는 측면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정부는 순자금 조달 규모가 38조9000억원으로 전년 17조원 대비 확대됐다. 정부지출이 세입보다 더 많이 증가하면서다.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 이후 최대치다. 

자금운용은 35조9000억원으로 전년 56조1000억원 대비 줄었다. 채권이 늘어났으나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금융기관 예치금을 중심으로 축소된 영향이다. 

자금조달은 74조8000억원으로 전년 73조원 대비 소폭 늘었다. 연말정산 시 청약통장 납입 인정 한도액 상향 등 세제 혜택 부여에 따라 가계부문 청약예금이 증가, 기타예금 예수금이 증가 전환한 영향이다.  

국외부문의 경우 순조달 규모는 116조6000억원으로 전년 46조8000억원 대비 규모가 커졌다. 거주자 매입 해외채권 및 해외주식이 늘어나고 직접투자 조달 규모도 증가하면서 자금조달 규모가 큰 폭 확대된 영향이다. 국외부문의 자금운용 증가는 우리나라의 대외부채 증가를, 자금조달 증가는 우리나라의 대외자산 증가를 의미한다.

한편 지난해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1%로 지난해 3분기 말 90.8% 대비 0.7%p 하락했다. 5분기 연속 하락세다. 연간으로는 지난해 말 93.6% 대비 3.5%p 내렸다. 2021년 이후 3년 연속 하락했다. 

김 팀장은 "1분기 GDP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가계대출의 중심인 은행 대출이 지난해 4분기 증가율 대비 소폭 감소한 점과 1분기 전망(실질 기준 0.2% 증가) 등을 고려하면 추세는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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