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물 경제 침체 신호가 곳곳에서
이미 현지시간 30일 미국 상무부는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0.3%로 7년 만에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 예상했던 수치(- 0.5%)보다는 다소 나은 편이지만, 자칫 본격적인 불황 신호로 연결될 가능성 때문에 우려를 낳고 있다. 내년 1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31일(현지시간) 나온 9월 소비지출도 부정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미 상무부는 소비지출이 전달보다 0.3% 감소했다고 밝혔다. 소비지출이 감소한 것은 2년만에 처음이다.
향후 소비자의 행동 방향을 가늠할 지표로 꼽혀온 소비자신뢰지수 역시 어두운 경기 전망을 부채질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나온 10월 미시간대학 소비자신뢰지수는 57.6을 기록, 전달의 70.3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일단 '소비대국'인 미국이 금년 크리스마스 특수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내년도까지 미국 경제가 본격적 침체 일로를 걸을지 혹은 금융위기 개선을 바탕삼아 문제해결의 반등을 시작할지를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일단 시작되면 심리적 요소로 인해 급격한 하강 그래프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 우리 수출 시장은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 경착륙은 면하겠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우리의 주요 교역국 중 하나인 중국도 경제 우려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경제의 침체 우려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고,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도 30일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생산 활동의 정상적 재개, 부동산ㆍ농촌개혁 투자 증대 등으로 2009년 경제성장률 둔화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무역협회측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3/4분기 실적발표에서 중국 기업들이 실망스런 실적을 발표하고 있고, 중국의 대미 수출 역시 미국 경기 침체로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터라, 중국이 홀로 번영을 구가할 가능성보다는 세계 경제 흐름과 연결돼 있다고 할 수 있다.
◆韓,수출도 내수도 모두 적신호
이렇게 수출대상국가들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 나라는 수출과 내수 모두에서 곤란을 겪을 이중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자동차(-5.1%)와 섬유(-3.8%) 등 주요 수출재의 생산은 지난해보다 둔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당국에서는 이러한 가능성에 따라 최근 '내수 진작'을 통한 경제 부양으로 방향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경기 침체와 내수 저조의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방향전환이 너무 늦었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9월 소비재 판매액은 작년 9월보다 2% 줄었고, 기업재고는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건설 부문 역시 9월 수주량을 보면 작년보다 6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무엇보다 건설부문은 유동성 위기가 극심해 연쇄 부도난까지 시달리는 터이다. 지난달 31일 중견 S건설이 부도위기를 가까스로 넘기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더욱이 최근 경제종합금융대책이 발표 직전에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연기되는 등 혼선을 빚고 있어 실망감을 더하고 있다.
기계 설비 투자 역시 향후 경제성장의 기준치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끄는 지표지만 지난 1,2분기 성장세에서 최근 하향으로 돌아섰다. 기업들이 본격적 침체를 예상하고 있다는 징표다.
10월 경상수지가 흑자 전망으로 돌아선 외에는 경제 전반에 청신호가 드문 상황이다.
◆정부 11월부터 MB노믹스 시동 태세…내수 진작과 불안감 해소 여부 주목
이에 따라 정부 당국이 일단 금융위기는 한미 300억 달러 통화스와프 타결로 불을 끄기는 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다음 파도를 넘는 문제에 아젠더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출이 당분간 어렵다는 전제를 확인하고 내수 진작에 보다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자리를 늘려 경제 순환을 촉진하는 대책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감세 정책 등을 추진하는 문제에서 일관성 없이 대처해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미 FTA 비준으로 동력을 얻겠다는 구상은 각종 정부 비리나 현안으로 민주당 등 야당과 대치하면서 뒤로 밀려났다. 종합경제금융대책(10.31 발표예정, 이달 4일로 연기)의 경우, 당정청 간 엇박자로 인해 중요 사안들이 빠질 것이라는 루머가 도는 것은 물론 발표 자체가 연기되는 등 파행으로 흘렀다. 건설사 지원 대책(10.31)은 원론적 확인에 그쳤다는 점에서 국토해양부와 금융감독원 등의 문제해결 의지에 빛이 바래고 있다.
모든 것을 다 처리하려는, 하지만 정작 집중적으로 처리되는 것은 없는 이런 좌충우돌 정책 행보는 외신들이 최근 한국 경제 위기론을 지피는 주요근거인 '신뢰 위기'를 키우고 있다. 한미 FTA 타결 추진도 중요하지만 이에 올인하는 대신, 내수 문제에 대한 대책을 충분히 그려나가야 한다. 이와 동시에, 한국 정부의 정책을 못 믿겠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11월부터는 MB노믹스 방향을 명확히 하고 당정청간에 유기적 협력을 강구하겠다는 각오를 여러 경로로 내비치고 있다. 경제 콘트롤 타워로서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를 정부가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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