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쌓아온 공조가 이번 통화스왑 체결에 크게 한몫한 것으로 분석됐다.
무엇보다 한-미간 통화스왑 계약 체결이 성사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외적으로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튼튼한 공조와 국내에서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호흡을 맞춰 서로 지원했던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을 통해 “이번 결과는 긴밀한 한미공조 관계가 유지되지 않았더라면 성사되기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그만큼 정상외교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번에 미국과 통화스왑 협정을 체결한 나라가 우리나라와 멕시코, 브라질, 싱가포르 등 총 4개국으로, 이들 국가는 모두 전략적으로 미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나라들”이라면서 “이들 국가는 각각의 지역에서 미국의 거점국가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국과 미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추가협상, 미 지명위원회(BGN)의 독고 영유권 원상회복, 한국의 워싱턴 다자간회의(G20) 참여 등을 통해 양국간의 공조를 공고히 쌓아왔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 기자실에서 한-미 간 통화스왑 체결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이번 실무협상 과정에서 이룬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중앙은행의 공조가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정부 측에서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이, 한은 측에서는 이성태 총재와 이광주 국제담당 부총재보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이 대변인은 “실무협상 과정에서 한국은행이 신경을 많이 썼다”면서 “이번 결과는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의 합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계약 체결 과정에서 한은도 많이 노력했지만, 정부도 나름대로 미국 정부와 접촉하면서 노력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따로 전화를 한 것도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서로에게 공(功)을 넘겼다.
이 대변인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IMF 총회에 갔을 때 상당부분 얘기가 됐던 것이라고 한다”면서 “당시 강 장관은 신흥국의 상황이 악화되면 결과적으로 미국의 상황이 더 악화된다는 논리를 세웠고 미국은 애초 실무차원에서 부정적이었으나 결국 현지에서 긍정적 사인을 받아냈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강 장관은 G20 재무장관회의 참석,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 총리 기조연설, 국제금융 주요 인사 면담 등을 통해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시장국도 금융위기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신흥시장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선진국으로 전이되는 ‘리버스 스필오버’ 현상을 감안할 때 신흥시장국들을 포함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누차 강조했다.
미국을 설득할 때도 리버스 스필오버가 크게 먹혀들었다. 한국이 2400억 달러 수준의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지만 일시적인 유동성 장애시 주로 미국 국채로 구성된 외환보유고 자산을 팔아야 하는데,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신흥국도 동일하게 행동한다면 미국의 시장안정 노력이 허사가 된다는 것이 미국의 고민이었던 셈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한은 기자실에서 한-미간 통화스왑 협상 최종 타결을 공식 발표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실무협상에서는 재정부에서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이, 한은에서는 이광주 국제담당 부총재보가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각각 맡아 긴밀하게 접촉했다.
신 차관보는 미 재무부측 협상 파트너인 크레이 라우리 차관보와 수시로 국제전화를 하고,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논의를 진전시켜 나갔다. 이달 11일부터 열린 IMF 연차총회를 앞두고는 미리 미국으로 날아가 라우리 차관보와 직접 만나 상의했다.
이 부총재보도 FRB의 집행부서격인 뉴욕 FRB의 더글리 부총재를 접촉해 계약 추진에 대해 논의하고, 연준 이사회의 도날드 콘 부의장을 만나 양국간 통화스왑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처음 미측 입장은 부정적이었다. 스왑 통화가 국제 결제성이 있어야 하고 국가신용도도 AAA등급이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은 이에 떨어지는 A등급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다른 나라와 관계 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우리 측이 집요한 요구와 함께 선진국 외에도 주요 신흥국과도 통화스왑을 해야 국제 금융위기 극복이 가능하다는 논리가 탄력을 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신 차관보는 “리버스 스필오버 문제를 제기하면서 양쪽 모두에게 도움되는 윈-윈 측면을 강조했으며, 또 하나의 논리가 우리 시장이 어려우면 국내에 나와 있는 미국계 은행도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며 협상 논리를 소개했다.
이 부총재보는 협상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실물경제 규모에 비해 금융부문에서 그 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비대칭 현상을 카드로 내밀었다.
이 부총재보는 “실물은 세계에서 GDP규모로 13위, 무역규모로는 11~12위를 하는데, 금융부문에서 그에 걸맞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외국인의 국내 주식시장 비율이라든가 채권시장 참여라든가 국제자본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이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고 전했다.
결국 IMF 총회 기간 중에 통화스왑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미국 정부로부터 전달됐고, 강 장관은 뉴욕 방문(14~15일) 중에 확답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이후부터 발표되기 전까지 통화스왑 계약의 주체인 한은과 FRB 간에 급속히 실무자급 협의를 갖고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왑 계액 체결에 합의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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