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고려아연(010130)과 영풍(000670)·MBK파트너스 연합 간 경영권 갈등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고려아연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할 수 있는 '상호주' 카드를 또다시 꺼냈지만, 영풍·MBK가 가처분 소를 제기해서다.
홈플러스 사태까지 목도한 국민들이 MBK의 고려아연 적대적 M&A(인수합병)를 두고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비치는 상황이라, 곧 열릴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 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핵심 안건으로는 △이사 수 상한 설정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상 선임 △분기배당 도입 등이 있다. 이러한 안건 표결 결과가 경영권 분쟁의 최종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하지만 주총 시작 전부터 싸움이 거세지고 있다. 주총 최대 변수인 고려아연 지분 25.42% 보유한 영풍의 의결권 제한 여부를 놓고서다.
최근 고려아연은 호주 자회사이자 주식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가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이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현물 배당받아, 고려아연과 영풍 사이에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다며 "정기 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이 여전히 제한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월 임시 주총 전 호주 손자회사인 SMC를 통해 '고려아연→SMH→SMC→영풍→고려아연'의 구조를 형성했다고 공시하며, 이를 근거로 임시 주총에서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은 영풍·MBK가 낸 고려아연 임시 주총 결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상법상 '주식회사' 간 상호 출자만을 규제하기 때문에 '유한회사'인 SMC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고려아연은 SMC가 보유한 영풍 지분을 주식회사인 SMH에 현물 배당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SMH→영풍→고려아연'의 새로운 상호주 관계가 만들어졌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A 회사가 단독 또는 자회사·손자회사를 통해 다른 B 회사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경우, B 회사가 가진 A 회사의 지분은 의결권이 없어진다.
그러자 영풍·MBK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정기 주총에서 영풍·MBK의 의결권을 또다시 박탈함으로써 주총을 파행으로 이끌고자 하는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법원에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을 제기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반면 고려아연은 "법원은 MBK·영풍이 제기했던 임시 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에 대해 일부 인용 및 일부 기각 판결을 내리면서 상법상 주식회사 여부에 초점을 맞췄다"며 "이에 따라 SMC는 자신의 기업가치와 미래성장동력을 지키기 위해 주식회사라는 점에 법적 다툼이 없는 SMH에 영풍 주식 10.3%를 현물 배당하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라고 했다.
또 "기업 거버넌스 향상과 재무구조 개선 등을 외치며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를 추진하던 MBK는 △심각한 거버넌스 문제 △재무구조 파탄 △경영 무능력이라는 실체가 드러난 데 이어, 홈플러스 대주주 MBK의 김병주 회장이 국회 증인 출석 직전 중국으로 도피성 출장을 가는 등 대주주의 심각한 모럴해저드까지 보여주고 있다"고 힐난했다.
상호주 규제가 사실상 경영권 분쟁의 핵심 쟁점이 된 양상이다. 문제는 MBK에 대해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73.7%가 MBK의 고려아연 M&A와 CJ 바이오 사업부 인수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적절하다고 답한 비율은 10.3%에 불과했다.
MBK가 홈플러스 사태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또 다른 이익 추구 활동에 몰두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의견이 팽배한 것이다.
또 MBK가 홈플러스 사태 자구책 마련에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답한 702명 중 83.4%(586명)가 고려아연 적대적 M&A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도 가세했다. MBK의 적대적 M&A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이어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 등 사태가 불거졌음에도 최근 새로운 펀드에 추가 출자를 확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해명에 나선 것이다. 국민연금은 향후 사모펀드(PEF)와 운용계약을 체결할 때도 이를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MBK에 대해 비판했다. 여야는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MBK가 고려아연 지분을 팔아서 홈플러스 사태를 해결하라",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사재 출연을 1조5000억원, 2조원 규모로 하지 않으면 국민적 분노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들의 피해에 대해 민간 영역이라며 어물쩍 넘어갈 생각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MBK에 대한 비판 여론과 피해자도 많은 상황에서 국회 긴급 현안질의를 하는 날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힌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다"라며 "반성 없는 모습 등 MBK의 철면피한 속성을 국민들이 또다시 보게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