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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군, 불법자재 설계 반영 '의혹'…"예산 낭비 자인"

구교체육관 건립 사업 시공사 핑계로 자재 변경…원 계약자와 재계약

장철호 기자 | jch2580@gmail.com | 2025.03.11 12:10:09

구교체육관 공사현장.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전남 해남군이 발주한 건축 공사에서 2억 8100여만 원 상당의 관급자재를 구매한 후 다른 지자체의 불법 시공 의혹이 제기되자, 돌연 자재를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납품업체의 과실이 아니라는 이유로 K사와 또다시 계약한 것으로 나타나 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해남군에 따르면, 군은 해남읍 구교리 108번지에 총 74억 원(국비 30%, 군비 70%)을 투입해 지상 2층, 연면적 3000㎡ 규모의 구교체육관 및 청소년상담소를 건립하고 있으며, 사업 기간은 2022년 1월부터 2025년 6월까지이다.

해남군은 지난해 12월 조달청을 통해 2단계 입찰 방식으로 K사의 실내벽체마감패널(2753㎡)을 2억 8100만원 어치 구매, 외장 마감용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좌측부터 해남군이 제시한 K사 제품과 공사현장에 남아있는 B사 제품. K사 제품은 B사 제품에 알루미늄 테이프를 부착한 것으로 보인다. ⓒ 프라임경제

◆ 여러 지자체에서 제기된 문제...유령 제품 가능성

하지만 본지를 포함한 일부 언론이 함평, 고흥, 완도, 영암 등에서 해남군과 같이 실내벽체마감패널을 외벽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내벽체마감패널을 외장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실물모형성적서가 필요하지만, 이 증명서를 갖추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흠결로 지적되고 있다.

K사 제품은 B사의 압축성형콘크리트패널 34.9mm와 G사의 0.1mm 알루미늄 심재를 고온 압축하는 방식으로, K사의 기술력과 장비로는 생산할 수 없다는 관련업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특히 0.1mm 알루미늄 패널은 알루미늄 테이프 수준의 두께로, 심재로 들어가기도 쉽지 않지만, 들어가더라도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는 해당 제품을 확인하기 위해 해남군에 요청해 받은 실물 사진은 심재가 아닌 외부에 알루미늄 테이핑한 것으로, 심재로 들어간 제품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 심재는 나무줄기의 중심부 단단한 부분을 말한다.

업체 관계자는 "심재란 재료 내부와 외부를 모두 포함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큰 단가 차이

해남군이 제시한 K사의 제품은 B사의 압출성형콘크리트패널에 알루미늄 테이프를 부착한 것으로, 당초 알루미늄 패널이 심재로 씌였을 것이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조달청 제품 등록 과정도 석연찮은 이유다.

K사의 실내벽체마감패널 2700*592*35T의 단가는 102,000원~108,000원 선이며, B사의 압출성형콘크리트패널은 6만 원 선이며, 도매 단가는 4만 50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G사의 알루미늄 테이프는 롤당 7만 원 선으로, 10장의 패널에 부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K사가 B사 제품의 중간 판매책 내지는 대리점으로서 2~3배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비밀 거래를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 납품업체 잘못 아냐…사급으로 변경 후 재계약

해남군은 당초 설계에 반영된 K사 제품에 여러 가지 결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설계 단계에서부터 잘못된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해남군에 민원이 접수된 후, 시공업체는 해당 관급자재가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사급자재로 변경을 요청하는 공문을 감리단에 보냈다.

이후 감리단은 검토 의견서를 통해 실내벽체마감패널이라는 K사의 조달청 등록 명칭 대신 B사의 압축성형시멘트패널이라는 명칭을 혼용하여 보고서를 제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관급자재를 사급으로 변경함으로써 약 4500만 원 정도가 절감된다고 검토했으나, 실제로는 고가의 K사 제품 대신 저가인 B사 제품을 사용해도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해남군의 결정은 B사 제품을 사용해도 될 곳에 K사 제품을 반영해 막대한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동반하고 있다.

해남군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K사 제품의 하자와 설계 오류를 언급하지 않은 채 시공사가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K사와 또 다시 계약한 것으로 드러나 유착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해남군 관계자는 "민원이 제기돼 책임감리를 통해 관급자재를 사급자재로 변경한 것이며, 자재를 납품받기 전 문제점을 해소했다. 좀더 철저한 감독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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