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술금융'의 지역별 격차가 커지고 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에서 기업의 기술력을 담보로 자금을 제공하는 '기술금융'의 실적이 2년 새 급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혁신·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추진한 제도지만, 지역별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방은행의 기술신용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5만7434건이다. 2년 전인 지난 2022년 말과 비교해 5.5% 감소했다.
기술신용대출 등 이른 바 '기술금융'은 정부가 지난 2014년 혁신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기존 기업대출의 경우 부동산·담보·재무제표 등을 기준으로 심사돼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신생 기업에서 받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탄생한 지원 방식이다.
문제는 기술금융이 도입된 지 10년 이상 흐른 가운데 지역별 실적 격차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기술신용대출 건수를 은행별로 살펴보면, 전라도를 영업구역으로 하는 지방은행의 감소폭이 2년 새 커졌다. 전북은행 기술신용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29건으로 지난 2022년 말 217건 대비 86% 감소했다. 다른 전라도 지방은행인 광주은행에서도 비슷한 감소세가 나타났다. 같은 기간 광주은행 기술신용대출은 3803건에서 2529건으로 33%가 줄었다.
반면 본점이 경상도에 위치한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건수는 지난해 말 기준 △경남은행 1만8561건 △부산은행 1만8247건 △iM뱅크(구 대구은행) 1만7342건 순으로 타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울러 2년 새 14%가 감소한 부산은행을 제외하면, 나머지 경상권 은행들은 모두 기술신용대출 건수가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경상도·전라도 은행 간 지원 금액 차이는 심각한 수준이다. 경상도에 본점을 둔 은행 3곳(경남·부산·iM)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23조6785억원이다. 전라도에 본점을 둔 은행 2곳(광주·전북)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조1696억원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전북은행 관계자는 "전북 도내는 제조시설 등 기술기반 업종이 매우 열악하다"며 "농업과 중소 영세상공인이 영위하는 음식업·도소매 등 경기 침체기에 매우 취약한 소상공인으로 이뤄진 지역"이라고 지역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전북은행은 기술신용평가(TCB) 기반 기술보증에 대해 매년 일정 수준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며 "도내의 열악한 기업 기반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기술보증의 증가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나아가 "전북특별자치도는 현시점에서 기술보증보다 코로나19 여파와 경기침체로 어려워진 소상공인 지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하는 시기"라며 "이를 위해 전북은행은 매년 전북특별자치도와 협약 보증 등을 통해 소상공인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역별 기술금융 실적의 차이가 뚜렷해지면서, 전라도를 영업구역으로 하는 지방은행의 심사가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시각도 나온다. 전북은행의 기술금융 실적은 기업 수가 현저히 적은 제주도보다 낮아서다.
중소벤처기업부 지역별 통계에 따르면 소상공인·중소기업은 전라북도가 55만7000개, 제주도가 25만6000개다. 그럼에도 제주은행 기술신용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726건으로 전북은행(29건) 대비 25배 많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역별 기술금융 실적 격차가 커지면, 자금조달에 따른 기술 개발 역량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지역 경제 성장의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지방은행은 건전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기업에 대한 심사를 완화할 해법이 필요해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