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시중은행들이 임베디드 금융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관련 조직을 신설·확대하고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을 늘리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저성장과 금리 하락, 빅테크와의 경쟁 심화 속에서 새로운 수익원 확보가 절실해진 은행들이 '임베디드 금융'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금융 서비스를 비금융 플랫폼에 내재화해 고객 접점을 넓히고 비이자수익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임베디드 금융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관련 조직을 신설·확대하고,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을 늘리고 있다.
임베디드 금융(Embedded Finance)은 비금융 기업이 자사 플랫폼에 금융 서비스를 내재화하는 형태를 뜻한다. 기존에는 고객이 은행을 직접 방문하거나 금융 앱을 이용해야 했지만, 이제는 전자상거래·모빌리티·유통·콘텐츠 플랫폼 등 다양한 서비스 내에서 금융 기능이 자연스럽게 제공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예를 들어, 쇼핑몰에서 대출을 받고 배달앱에서 결제를 넘어 금융 상품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은행 입장에서 신규 고객 유입을 유도하고,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하는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은행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임베디드 금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기업고객그룹 내 '임베디드영업본부'를 신설한 국민은행은 이를 올해부터 '영업1부'와 '영업2부'로 나눠 조직을 확대했다.
주요 제휴처로는 삼성금융네트웍스의 금융 플랫폼 '모니모'가 있다. 국민은행은 모니모 전용 입출금 통장을 내달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하고 신규 고객을 유입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스타벅스와 협업해 스타벅스 앱에서 오픈뱅킹 기반의 간편결제 서비스 및 특화 금융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아울러 가상자산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가상자산거래소 빗썸과 제휴해 내달 24일부터 빗썸 고객을 대상으로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에서 새로운 비이자수익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신한은행은 공급망금융(SCF)을 중심으로 한 임베디드 금융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현대제철과 협약을 맺고, 온라인 철강 판매 플랫폼 '에이치코어 스토어'에서 비대면 판매론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현대제철의 중소 협력업체들이 신한은행에서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이랜드그룹 멤버십 앱 '이멤버'를 통해 계좌 간편결제 서비스 'E페이머니 by 신한은행'을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이소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월간 다이소' 입출금 계좌 서비스, KT의 '지니TV'에서 이용 가능한 '신한홈뱅크' 등 다양한 플랫폼에 금융 기능을 결합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유통 및 e커머스 시장을 중심으로 임베디드 금융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e커머스 정산채권 팩토링' 서비스를 도입해 온라인 판매업자들에게 새로운 금융지원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의 선정산 대출과 달리, 온라인 마켓이 지급 불능 상태가 돼도 판매업자가 연체 부담을 지지 않는 구조로 설계돼 온라인 판매업자의 금융 부담을 덜어주는 혁신적인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업 고객뿐만 아니라, 청소년 및 가정 내 금융 서비스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올해 초 토스와 협력해 미성년 자녀 명의의 우리은행 입출금 계좌 개설 및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부모가 자녀에게 용돈을 주고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며, 향후 청소년 금융 소비자층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2015년 은행 최초로 오픈API를 도입한 이후, 이를 기반으로 한 금융 생태계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NH오픈플랫폼'을 기반으로 스타트업·핀테크 기업과 협력해 금융 API 유통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 개발과 제휴 모델을 활성화해 금융서비스의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정부도 임베디드 금융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네이버페이, 당근페이, CJ페이 등과 연계된 은행 계좌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비금융 플랫폼과 금융권의 협업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또한 오픈뱅킹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보다 유연하게 협업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정비하고 있다. 금융 데이터 개방을 확대하는 오픈 API 활성화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베디드 금융은 단순히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라 은행의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며 "빅테크, 유통, 모빌리티,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과 협력이 본격화되면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은행들은 단순한 금융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과 결합해 고객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며 "기존 은행업의 틀을 벗어나야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