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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은행권 '눈치싸움'

우리·농협 '선제 인하'…나머지 은행은 '검토 중'

박대연 기자 | pdy@newsprime.co.kr | 2025.03.04 14:54:16

국내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와 당국 압박에 따라 속속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기준금리가 2%대로 진입했지만,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인하를 연일 압박하는 중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대출총량 규제에 따른 리스크를 고려해 행보가 신중하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12월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4.66~5.17%다. 지난해 9월(4.04~4.47%)과 비교해 0.62~0.7%p(포인트) 상승했다.

대출금리를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이 4.39%에서 0.1%p 올랐다. 신한은행은 4.20%에서 0.7%p, 하나은행은 4.38%에서 0.19%p 상승했다. 우리은행은 4.04%에서 1.13%p 상승해 같은 기간 평균 금리가 가장 많이 올랐다. 농협은행은 4.47%에서 0.19%p 상승했다.

대출금리는 은행채 금리와 코픽스(COFIX) 등 조달금리에 은행에서 임의로 책정하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은행 본점이나 영업점장 전결로 조성하는 우대금리(가감조정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예컨대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낮추면 대출금리가 인상된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평균 우대금리는 1.51%였다. 지난해 9월(2.05%)보다 0.54%p 떨어졌다. 은행권이 우대금리를 대폭 축소하면서 금리인하 효과를 상쇄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의 우대금리 축소폭이 가장 컸다. 우리은행의 우대금리는 지난해 12월 0.82%였다. 지난해 9월(2.23%)보다 1.41%p 줄었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1.53%에서 0.88%로 우대금리를 0.65%p 줄였다. 국민은행은 2.45%에서 2.32%로, 하나은행은 2.19%에서 1.91%, 농협은행은 1.88%에서 1.64%로 각각 낮췄다.

기준금리가 세 차례 인화되면서 예금금리나 우대금리는 발빠르게 인하됐음에도 유독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이다. 금융당국과 서민들의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대출금리 인하 압박을 강하게 가하고 있다. 당국은 대출금리도 시장 원리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며 은행권을 향해 거듭 메시지를 내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가계부채 관리 필요성이 컸지만, 이제는 기준금리 인하가 대출금리에 반영될 시점"이라며 "대출금리도 시장 원리에 따라 조정돼야 하며, 금융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금리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 역시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을 더 이상 지체 없이 반영해야 한다"며 "우물쭈물할 시간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일부 은행이 먼저 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대출금리 하락 속도가 더딘 만큼 다른 은행들도 조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융당국은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활성화를 통해 은행 간 금리 경쟁을 촉진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은행들의 대출금리 조정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보다 낮은 금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당국이 압박하자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6일 주택담보대출 5년 변동(주기형) 상품의 가산금리를 0.25%p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달초부터는 '우리WON갈아타기 직장인대출' 금리도 0.20%p 인하할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오는 6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0.4%p 인하한다. 주기형 주담대는 0.2%p, 변동형 주담대는 0.3%p, 비대면 신용대출은 0.3~0.4%p 인하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은행채 5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가계대출 금리를 0.08%p 내릴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주담대 및 전세대출 가산금리를 0.2%p 내리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금리 조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은행권의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데는 대출총량 규제에 대한 부담이 작용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3.8%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총량을 초과한 은행에 대해 페널티를 부과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내리면 특정 은행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대출총량 규제에 영향을 미쳐 연말에는 대출을 제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모니터링이 강화되는 가운데, 은행들도 경쟁 속에서 금리 조정을 고민하고 있지만, 총량 규제 부담이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은행 간 대출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금리 인하 흐름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금융당국의 규제와 대출 총량 관리 부담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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