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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투자자들,비싼 수업료 낸 만큼 정중동”

얼어붙은 투자심리 속 일부에서는 숨고르기와 공부하기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8.10.28 11:01:19

[프라임경제] 주가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연일 최저가를 경신하는 코스닥은 물론, 코스피는 1000선이 깨지는 등 금융위기 여파 속에 처참한 지경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심리를 말하는 것 자체가 사치스러워 보인다. 전문가들조차도 한국 경제가 펀더먼탈은 강한데 이상할 정도로 하락세를 겪고 있다고 해석 자체를 포기할 정도이니 개인 투자자들에게서 공황 반응 이상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인 것도 같아 보인다. 개인 투자자들은 27일 하루만 해도 3530억원을 팔았다. 외국인이 같은 날 3018억원을 판 것과 비교해도 큰 매도량이다. 28일에도 개인은 투매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시장을 믿지 못하겠다’, ‘정부 대책에 신뢰감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날 주가는 개인들의 투자 심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은 까닭에 기관의 대대적인 자금 투여를 통해서야 겨우 소폭 상승세로 체면치레를 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렇게 개인투자자가 살아남기 어려운 지형에서 이들은 안정자산쪽으로의 이동 등 여러 갈래로 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각자 살 길을 도모하면서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주식과 펀드 모두 싫다, 안전한 예금 우선 움직임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유형은 안정성으로 전향한 이들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10월 넷째주 기준으로 국내펀드에서 총 1조7496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주식과 이에 연동된 펀드에서 크게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일부 이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신 이들은 펀드 열풍이 불기 전의 스테디셀러인 정기예금 등 안전한 자산으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정기예금이 최근 13조원 증가 추세를 보였다는 것은 펀드 같은 고수익 고위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퇴조하고 안정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시사한다.

투자자들이 주가 1000선이 깨지기 이전부터 안전한 정기예금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가운데, 은행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로 조달이 여의치 않던 은행들도 예금으로 자금을 수혈받기 위해 예금금리를 연 7% 중후반대까지 올리면서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은행·농협 등 6개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월 15일 319조4190억원에서 10월 들어서면서 330조원을 넘어섰다.

저축은행들도 연 8%가 넘는 정기예금을 쏟아내면서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특히 일부 저축은행들은 27일 정부의 고강도 정책, 특히 금리 인하 정책에도 불구, 고금리 상품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당분간 당국의 제스처에도 불구, 안정성 최우선으로 가겠다는 금융권과 소비자들이 서로 접점을 찾을 시간이 남은 셈이다.

◆반등 기다리거나 일부 새로 유입 관찰

하지만 이렇게 비싼 수업료를 내고 시장에서 물러나거나 이동한 투자자들이 있는가 하면 이러한 수업료를 기반으로 기다리기에 돌입한 투자자들도 있다. 이런 유형도 의외로 많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와 눈길을 끈다.

현재까지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했던 투자자들 대부분은 손절매를 하기에도 이미 늦었다는 조언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관망세에 돌입한 상황이다. 증권사나 펀드운용사들 중 상당수가 지금 빼도 손실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관망 조언을 하는 영향이 크다.증권사들은 대규모 펀드런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를 여기서 찾고 있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은 자사 홈페이지인 펀드닥터를 통해 투자자 941명을 대상으로 `투자심리 동향파악'을 위한 긴급설문조사를 실시,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28일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수익률 손실 상황에도 불구, 응답자의 50.48%가 반등시점까지 현 투자금액을 유지하겠다고 답했고, 저점매수의 기회라고 생각해 더 매수한다고 답한 경우도 39.11%나 됐다. 전체의 90%가 현 시점에서 환매하지 않겠다고 답한 셈이다.

이와 관련, 제로인의 최상길 전무는 "폭락기였던 외환위기와 2000년 초반 이후 등 2차례 회복를 경험한 데다 장기투자에 대한 각종 교육, 적립식 투자 등이 영향을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최 전무는 "인터넷에서 투자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전체 투자자의 의견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10월 넷째주 기준 주식형 펀드(ETF제외)에 357억원이 유입됐다는 통계도 있다. MMF형에서 1조9858억원이 이탈했고 채권형펀드에서도 952억원이 빠져나갔다는 점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기다려온 일부 투자자들이 새롭게 유입됐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펀드 바로 알기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거워

이런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어느 때보다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 산하의 연구소 부소장이 “펀드 손실의 가장 큰 ???인은 개인의 탐욕”이라는 발언을 했다가 여론에 난타를 당하고 직위해제되는 등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어느 경제전문가도 전망을 섣불리 내놓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어려운 데다가, 이러한 적대적인 반응으로 인해 주가 전망 리포트 등이 급감하고 있다.

이들의 기본적인 불만은 “주가가 3천 포인트 간다던 전문가, 언론인들, 펀드 안 들면 바보인 것처럼 선전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있느냐”는 것이다. 어느  전문가도 섣불리 코멘트를 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한편으로는 “주식과 경제 전반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널리 확산되고 있다.주식가 펀드가 사기만 하면 오르는 ‘금리가 높은 저축상품’인 것처럼 생각했던 투자자들이 손실로 종잣돈을 날리는 상황이 오면서 뒤늦게나마 공부하기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기존의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줄인 사이에 아웃사이더 전문가들이 파고들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미네르바 열풍’으로 불리는 재야 전문가들의 글이 연이어 4만~5만에 이르는 조횟수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금융 위기 국면에서 높아진 학습 열기를 방증하고 있다.

장밋빛 전망이 주류를 이루던 기존의 경제전망 중심에서 각종 수치와 도표, 비유를 동원한 비판적 게시물을 찾아 읽을 정도로 개인 투자자와 네티즌 전반의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네르바 본인은 물론 유사한 논객들의 등장은 물론, ‘미네르바는 이래서 틀렸다’는 반론들도 심심찮게 제기되는 등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향후 경기회복이 본격화하면 이들이 시장에 투자심리를 다시 공급하러 나설 일착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현재 실종된 투자심리는 대외적인 촉매도 있어야 하지만, 당국이나 금융기관들이 정책면에서나 시장운영 과정에서 신뢰감을 회복하는 것이 바탕에 깔려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개인에게 손실을 떠넘기는 기관’이라거나 ‘리-만(이명박-강만수) 브라더스’라는 불신과 조롱의 대상이 되는 정부, ‘수수료에만 관심있는’ 증권사,펀드운용사 대신에 스스로를 믿고 저점을 판단하겠다고 웅크리거나 재야 논객에게 열광하는 현상황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경기가 회복되어도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돌아오는 것은 요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중동을 노리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을 동면에서 깨울 신뢰감 회복 조치가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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