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법인계좌 도입이 중요한 규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기존에는 개인 고객만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실명계좌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상반기 내에 지정기부금 단체, 대학 등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거래소 등의 가상자산 매도 거래를 허용하고, 하반기에는 전문 투자자인 상장사와 전문 투자자 등록법인에 매매를 시범 허용하는 등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점차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법인계좌가 허용되면 법인의 합법적 가상자산 거래 활성화를 통한 시장의 투명성이 제고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자금세탁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이에 법인계좌가 허용되면 가상자산 사업자가 부담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을 통해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크게 고객 확인, 의심 거래 보고,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이 그 내용이다.
특금법 시행령에 비추어 봤을 때, 법인계좌가 도입되면 법인 고객의 실질적 지배자 확인과 거래 목적 및 자금 출처 검증이 한층 더 중요해질 것이다.
법인 고객에 대해서는 기존 개인 고객 확인 절차보다 복잡하고 광범위한 정보 수집이 필요하므로, 가상자산 사업자는 체계적인 내부 시스템 구축과 전담 인력 확보에 투자해야 한다.
가상자산 법인계좌가 도입되면 고객 확인 절차에도 새로운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법인 고객의 경우 법인 대표자뿐만 아니라 실질적 지배자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가상자산 사업자는 어떤 방식으로 법인 소유 구조 분석, 자금 출처 검증, 법인 리스크 평가 모델 구축 등의 업무를 수행할지 결정해야 한다.
특히, 조세회피처에 설립된 법인이나 복잡한 소유 구조를 가진 법인은 고위험 대상으로 분류되어 더욱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위와 같은 고객 확인은 정기적인 정보 갱신과 검증 절차와도 연결된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법인 고객의 정보가 누락되거나 변동 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기적인 정보 갱신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동화된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여 법인 고객과 관련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거래 내역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자동화된 고객 확인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향상하고, 실시간 리스크 평가를 통하여 컴플라이언스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추가로, 법인 고객과 관련된 주요 정보를 외부 기관과 신속히 공유할 수 있는 협력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법인 고객의 거래는 개인보다 거래 금액과 빈도가 큰 경우가 많으므로 가상자산 사업자는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 예를 들면 법인 거래의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비정상적 거래를 조기에 탐지하기 위해 실시간 거래 패턴 분석 시스템이나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에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법인 고객의 가상자산 거래의 경우 대량 거래와 다수의 계좌 간 복잡한 자금 흐름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가상자산 사업자는 효율적인 거래 모니터링을 위하여 거래 흐름을 시각화하고 분석할 수 있는 고급 분석 도구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가상자산 사업자는 비정상적인 거래 패턴을 자동으로 식별 후 실시간으로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법인 계좌가 허용되면 법인 거래에 트래블 룰이 확장 적용될 것이다. 트래블 룰은 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가 제정한 규제로, 가상자산 사업자가 가상자산 송수신자 정보(고객 식별 정보 및 거래 세부 사항)를 국제적으로 공유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2024년 개정된 국내 특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는 법인 거래에도 트래블 룰을 적용해야 하며, 일정 금액 이상의 거래에 대해 송수신자 정보를 수집하고 검증해야 한다.
법인 계좌가 허용되면 가상자산 사업자가 트래블 룰을 준수하기 위하여 취급해야 하는 정보의 양이 방대해질 것이므로 가상자산 사업자는 미리 정보 공유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보안 강화를 위해 블록체인 기반 데이터 무결성 검증 솔루션과 암호화된 데이터 전송 프로토콜을 도입하는 등 기술적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가상자산 법인계좌 도입은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동시에 자금세탁방지 의무의 범위와 강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가상자산 사업자는 규제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내부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앞으로도 자금세탁방지 규제는 글로벌 표준에 발맞춰 더욱 엄격해질 전망이므로, 가상자산 사업자는 지속 가능한 자금세탁방지 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맞는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정현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 미국 Swarthmore 대학교 경제학과·중어중문학과 졸업 /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