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박대연 기자
[프라임경제] 환율이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에 제동을 걸었다.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물가가 오를 수 있어서다. 다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오는 2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 총재는 "모든 금통위원이 경기 상황만 보면 금리를 내리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라고 했다"며 "(다만) 현재 환율 수준은 경제적 요인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에 와 있다.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숨 고르기를 하면서 정세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 걱정은 당연히 환율이 1470원대로 올랐었기 때문에 크다"며 "만일 환율이 (또) 1470원대로 올라간다면, 물가상승률이 기존 예측했던 1.9%에서 0.15%p올라 2.05%가 될 것 같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제1 목표는 물가안정이다. 높아진 환율이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못한 셈이다.
문제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 우려가 커진 국내 경기다. 이미 대다수 기관이 줄줄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때문에 경기 부양을 위해서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태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비상계엄 직후 0.5%였던 4분기 성장률 예상치를 0.4%로 낮췄다. 하지만 실제 충격은 더 컸던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는 "지금 1월초까지 데이터를 보니 수정해야 할 것 같다"며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0.4%가 아니라 0.2%보다 더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와 내수, 특히 건설 경기 등이 저희가 예상한 것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경기 하방 위험에도 금리를 동결시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총재는 "저희는 벌써 금리를 두 번 인하했다. 인하 사이클은 지속될 것"이라며 "경기에 대해서 저희가 당연히 고려하고 있는데, 그 시기를 지금 조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리를 동결하면서, 내수 침체로 고통받고 있는 자영업자나 지방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금융중개지원대출 5조원 확대를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며 "한국은행이 경기를 전혀 무시하고 통화정책을 결정했다고 생각 안 했으면 좋겠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시장 2월 기준금리 인하설 '솔솔'
시장에서는 한국은행 금통위가 오는 2월25일 예정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고용시장 부진과 내수 경기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월 금통위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총재가 현재 기준금리를 제약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점이 주요 근거"라고 판단했다.
이어 "3분기까지 분기당 1회씩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연말 기준금리는 2.25%를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들은 1분기 중 최소 1차례 인하를 전망하고 있었는데, 이번 금통위에서 이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며 "하나증권은 올해 분기별 1회 인하와 연말 기준금리 2.25% 전망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 결정 권한을 가진 금통위원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한 점도 시장 예상에 힘을 실어준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여섯 분 모두가 3개월 내에 현재 기준금리인 연 3%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국내 경기가 예상보다 좋지 않은 상황인 만큼, 정치 불확실성과 대외 경제 여건 변화를 확인한 후에 금리를 통해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