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스타트업 법률 가이드] 경영진의 배임죄 위험은 얼마나 현실적일까

 

강송욱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 songwook.kang@dlglaw.co.kr | 2024.12.24 09:54:00
[프라임경제] 한국에서 기업 경영에 대한 통제수단으로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수단 중에 하나가 배임죄이다. 한국에서 설립된 법인 중 95% 이상이 주식회사인데,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주식회사의 특성상 업무집행과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이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따라 이사에 대한 감독과 통제는 필수적이며, 회사가 성장해 투자자 등 다수의 주주와 이해관계가 관여되는 단계로 접어들면 이사의 책임과 관련된 문제는 그 중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사가 법을 위반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해 회사에 손해를 입히면 기본적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만, 법 위반의 정도가 중대하다면 형법상 배임죄로 처벌될 수 있는 것이다.

배임죄는 1)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2) 그 임무에 위반하는 행위로 3)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4) 일을 맡긴 사람에게 손해를 발생시키는 경우 성립한다. 

다만 실무와 판례에서 재산상 이익 취득 여부는 쟁점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사실상 '타인의 사무처리', '임무위반행위' 및 '재산상 손해' 세 가지 요소만 충족되면 배임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는 영역으로 들어선 것이다.

회사와 위임관계에 있는 이사가 타인(회사)의 사무처리자임은 당연하고, 이사의 책임추궁이 문제되는 상황은 열에 아홉은 회사에 비교적 명백한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거나 손해발생이 의심되는 경우를 전제로 할 것이므로 결국 배임죄 성립은 판단은 '임무위반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배임죄가 그 기준이 불명확하고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지적은 바로 이 임무위배 판단기준에서 비롯된다. 회사의 종류, 규모, 업종, 지배구조, 내부통제시스템에 따라 이사가 부담하는 선관주의무의 내용은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경영자라면 사후적으로 경영판단이 잘못됐다고 드러나도 의사결정 당시 과정을 살펴보아 책임을 묻지 않는 이른바 '경영판단의 원칙' 기준은 한 번쯤 숙지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법령위반은 어떠한 경우에도 면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에 이익이 되는 법령위반'과 같은 항변도 허용될 여지는 없다. 

지배주주의 지시에 따른 경우라 하더라도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1도4857 판결, 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5다51471 판결 등). 지시해놓고 표변하여 이에 따랐다고 이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문제되지 않는다(대법원 2007. 11. 30. 선고 2006다19603 판결 참조). 

결국 이사의 경영상 판단은 해당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이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 조사하여 검토하고 이를 근거로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회사의 최대 이익에 부합하도록 이루어져야 할 뿐이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의사결정 절차라고 생각될 수 있고, 실무상 접하는 사례들을 보아도 이러한 기준에 따르겠다는 의지만으로도 배임죄 걱정은 훨씬 덜 수 있다.

최근에는 기업의 경영활동을 과도하게 위축시킨다는 것을 주된 주장으로 한 배임죄 폐지 내지 완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으나, 거수기 이사회나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기업지배구조 등 오랜 기간 지적되어 온 문제점들을 외면하고는 쉽사리 해결될 쟁점은 아니다.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자고 한다면 불공정이나 부당함에 기반한 이익은 누리지 않겠다는 경영진의 올바른 행위기준 설립이 아닐까 한다.

강송욱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